강철보다 100배 강한 CNT
섬유공정 활용해 전선으로 제조
전기차 가벼운 전선 응용 가능
CNT 용액과 경량 와이어, 이를 활용해 제작한 목걸이형 슈퍼커패시터. 사진 제공=한국전기연구원
[서울경제]
웨어러블(착용형) 전자기기에 반드시 필요한 기능성 와이어(전선)를 합성섬유를 만들듯 쉽게 제조할 수 있는 기술이 국내에서 개발됐다. 향후 웨어러블 기기는 물론 전기차나 드론 등도 더 가볍게 만드는 기술로 응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전기연구원은 한중탁 나노융합연구센터 박사 연구팀이 기존 합성섬유 공정 방식을 그대로 활용해 웨어러블 전자기기의 근간인 기능성 와이어를 제조하는 데 성공했다고 17일 밝혔다. 연구성과는 미국화학회지(ACS)가 발행하는 나노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 ‘ACS 나노’에 최근 게재됐다.
전기연은 웨어러블 기기용으로 적합한 ‘단일벽 탄소나노튜브(CNT)’ 기반 경량 와이어를 앞서 개발했다. CNT는 강철보다 강도가 100배 높고 전기 전도도는 구리에 맞먹어 가벼운 전자기기를 만드는 데 적합하다. 하지만 응징해 엉키는 성질이 있어 CNT를 와이어로 만드는 공정 신기술이 필요한 상황이다.
연구팀은 빵이나 국수를 만들 때 밀가루를 물과 첨가물에 섞어 반죽하면 숙성되는 방식을 모방했다. CNT 표면에 용매와 친한 ‘산소 기능기’를 도입해 소량의 강산과 첨가제를 넣고 반죽해 2℃의 저온에서 일정 시간 보관함으로써 CNT 표면의 결함을 최소화했다.
연구팀은 또 100nm(나노미터·10억 분의 1m) 크기의 ‘산화 그래핀’을 첨가해 기존 합성섬유 제조 방식과 동일하게 다수의 작은 구멍을 통해 CNT 용액을 방사했다. 이 과정에서 크기가 조절된 산화 그래핀은 CNT 용액의 분산성을 높이고 방사 중 노즐이 막히는 현상을 크게 줄였다. 마지막으로 산소 기능기가 도입된 CNT는 방사 과정을 거친 뒤 상호 수소 결합에 의해 거미줄처럼 하나의 가닥으로 접합돼 기능성 와이어로 제조된다.
연구팀은 한국재료연구원, 건국대와 공동 연구를 통해 성능 검증도 거쳤다. CNT 와이어를 직물 형태의 슈퍼커패시터로 제작해 성능을 평가한 결과 세계 최고 수준의 에너지 저장 성능이 확인됐다. 와이어가 유해가스 유무를 판단하는 가스 센서 성능이 뛰어나 소방, 국방 등 분야의 스마트 의류로도 응용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박사는 “기능화된 CNT를 유기용매에 분산하고 용액 방사해 와이어를 만든 세계 최초의 성과로 가볍고 오래 가는 웨어러블 전자기기 산업 발전을 이끌 것”이라며 “꾸준한 연구를 통해 전기차나 드론 등 미래 모빌리티 분야에서도 구리 와이어를 대체하여 경량성과 에너지 효율성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수 기자 soo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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