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주 무더기 신고가…한국항공우주, 이달 들어 50% 치솟아
“제조 역량·정치가 EU 자력 무장 강화 걸림돌”
“유럽 방산 시장 일부에만 접근해도 수출 5.8배 늘어”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방산주들이 무더기로 52주 최고가 기록을 새로 썼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러시아와의 휴전을 종용하는 모습을 본 유럽 각국이 자체적인 무장 강화를 서두르면서다. 일각에서 현지 방산업체에 수혜가 집중될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단기적인 무장 강화를 위해서는 한국산 무기 도입이 절실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일 한국항공우주는 10.85% 오른 9만5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직전 거래일인 지난 14일에 이어 이틀 연속 52주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지난 6일부터 8거래일 중 6거래일 종가가 최고가였다. 이달 들어선 이후 상승률은 50.55%에 달한다. 지난달까지는 방산 관련주 안에서 상대적으로 상승세가 약했지만, 이달 들어선 뒤 키 맞추기에 나서는 모양새다.
그렇다고 기존의 방산 주도주들의 상승세가 꺾인 것도 아니다. 전날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6.81% 오른 75만3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7일 기록한 52주 최고가(73만1000원)를 6거래일 만에 갈아치웠다.
현대로템도 전날 7.28% 급등해 10만9000원으로 마감했다. 지난 13일의 최고가(10만4000원)가 2거래일 만에 바뀌었다.
최고가 기록을 다시 쓰지는 못했지만, 한화시스템과 LIG넥스원도 각각 10.84%, 5.98% 상승했다.
유럽 국가들의 자체 무장 추진 모멘텀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전날엔 증권가에서 장밋빛 전망이 나오면서 투자심리를 자극했다. 특히 일각에서 제기된 유럽의 자체 무장 추진 수요가 현지 방산업체에 집중돼 한국 방산업체의 수혜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를 반박하는 내용이 투자자 사이 이목을 끌었다.
최정환 LS증권 연구원은 “유럽의 재무장은 단기간 내에는 유럽연합(EU) 자체적으로 하기는 힘들 것”이라며 “유럽 내 제조업 역량 부족이라는 산업적인 부분은 차치하더라도, EU 내 서유럽 및 기타 유럽 지역 간 입장 차이로 정치적 합의에 도달하기까지 상당히 긴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새롭게 펼쳐질 유럽 방산 시장의 일부만 차지하더라도 규모가 크다는 분석도 눈길을 끈다. DB금융투자는 올해부터 2028년까지 4년간의 유럽 방산 시장 규모를 2조4000억달러(약 3468조원)로, 이중 한국이 접근할 수 있는 시장 규모를 3114억달러(약 450조원)로 각각 추정했다. 연간으로 따지면 778억달러(약 109조원)로, 이전까지 한국 방산업계의 최대 수출액인 135억달러(약 19조원)의 5.8배에 달한다.
서재호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유럽 방산 시장에 대해 “공급량보다 수요량이 더욱 빠르게 증가한다”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기간 소진한 무기 재고의 재축적 △러시아의 재무장 위협 △안보의 미군 의존도 축소 등을 배경으로 꼽았다.
국내 방산업종 대장주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앞으로 커질 유럽 시장 공략을 준비에 이미 돌입한 상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루마니아 남부 듬보비차에 공장 부지를 선정했으며 2년 안에 이곳에 공장을 지어 K9 자주포와 K10 탄약운반장갑차를 양산할 예정이라고 현지 기자간담회를 통해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등장이 유럽 국가들을 자체 무장하도록 이끌고 있다. 이전까지 미국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통해 유럽 지역 안보를 지원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나토 가입국들이 ‘안보 무임승차’를 하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여왔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회담 모습. / 사진=AFP, 연합뉴스
이에 더해 러시아와 전쟁을 벌인 우크라이나에는 광물 협정과 휴전을 강요했다. 이달 초 이에 저항하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은 파행으로 치달았다. 이에 앞서 지난달 18일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으로 선거를 미룬 젤렌스키 대통령을 두고 “선거 없는 독재자”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이 소식이 전해지면서 작년 4분기 호실적 모멘텀이 소진돼가던 한국 방산주들의 상승세에 재차 힘이 실린 바 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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