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만으로 로봇 조종하는 시대 온다…미중 BCI 패권 전쟁 테크x12>
뉴럴링크가 개발한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장치 / 사진=뉴럴링크
생각만으로 컴퓨터, 로봇을 다루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시대가 다가오면서 미국과 중국 간 BCI 패권 전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미국에선 일론 머스크 테슬라 겸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가 설립한 BCI 기업 뉴럴링크가 상표 출원에 속도를 내고 있고, 중국에선 지방 정부와 대학이 투자와 정책 마련에 팔을 걷어붙였다.
생각으로 물체 조종하고 말없이 대화
18일 미국 특허상표청(USPTO)에 따르면 뉴럴링크는 최근 '텔레파시', '텔레키네시스', '블라인드사이트' 등 3건에 대한 상표 출원을 신청했다. BCI는 뇌 신호를 디지털로 변환해 외부 장치를 제어하는 '꿈의 기술'로 불린다. 텔레파시는 머리카락의 3분의 1 굵기인 초미세형 실 형태의 전극을 뇌에 삽입하고 이를 지름 23㎜, 두께 8㎜의 칩과 연결해 신호를 받는다. 뇌에 삽입된 64개 초미세 전극 스레드(Thred)가 뉴런 신호를 포착하고, '링크 임플란트'가 이를 SW로 변환해 생각을 마우스 움직임이나 타이핑으로 구현한다.
텔레파시 피실험자가 생각만으로 게임을 하고 있다. / 사진=뉴럴링크
2016년 다이빙 사고로 사지가 마비된 텔레파시 피실험자 놀런드 아보는 지난해 1월 수술 후 체스를 즐기며 일본어와 프랑스어를 배우고 있다. 머스크 CEO는 텔레파시를 두고 "생각만으로 스마트폰을 쓰게 하는 기술"이라고 규정했다. 뉴럴링크는 향후 링크 임플란트 사용자 간 '텔레파시 통신'까지 꿈꾸고 있다. 말 없이 소통하는 시대가 열린다는 뜻이다.
SF 영화에서 종종 '염력'으로 묘사되는 텔레키네시스는 사용자가 생각만으로 SW를 넘어 물리적 물체를 제어하는 기술이다. 링크 임플란트와 뇌 신호를 읽는 초소형 전극 시스템이 신호를 해석해 로봇 팔이나 기계에 명령으로 변환한다. 뉴럴링크는 텔레키네시스에 대해 "테슬라 옵티머스 로봇을 제어해 일상에서 도움을 받으면 사지마비 환자의 타인 의존도가 90% 줄 것"이라며 기대를 드러냈다. 블라인트사이트는 시각 피질을 자극해 시력을 잃은 이들에게 인공 시각을 제공하는 기술이다. 2024년 9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획기적 장치' 지정을 받았다.
글로벌 BCI 시장은 미국이 주도하고 있다. 뉴럴링크 창립 멤버인 벤자민 라포트 창업자가 2021년 설립한 프리시전 뉴로사이언스는 뇌 조직을 손상시키지 않고 사람의 두개골 바로 아래에 센서를 배치하는 '레이어 7 코티컬 인터페이스'를 개발했다. 빌 게이츠가 투자한 싱크론은 혈관 스텐트처럼 뇌혈관을 통해 칩을 삽입하는 '스텐트로드'를 개발했다.
중국서 뉴럴링크 대항마 줄줄이 대기 중
뉴럴링크의 뇌 임플란트를 확대한 모습 / 사진=뉴럴링크
지난달 17일 중국 톈진대와 칭화대 연구진은 학술지 '네이처 일렉트로닉스'에 세계 최초로 양방향 BCI 기기를 개발했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그동안 개발된 BCI는 뇌가 컴퓨터로 신호를 보내 기기를 조종했지만 이 논문엔 뇌와 컴퓨터가 신호를 주고받는 기술을 구현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연구진이 구현한 기기는 뉴럴링크의 침습형(머리에 삽입) 대신 기기를 머리에 쓰는 비침습형이다. 10명의 참가자가 이 기기를 착용하고 드론 비행 시험을 한 결과 기존 BCI보다 에너지 소비는 1000분의 1로 줄어들고 정확도는 20% 더 향상됐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지난해 4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중관춘 포럼에선 신즈다 뉴로테크놀로지가 뇌에 컴퓨터 칩을 이식받은 원숭이가 생각만으로 로봇 팔을 움직여 물건을 잡는 영상을 공개했다. 지난달에는 BCI 기업 스테어메드가 중국 스타트업 사상 최대 규모 투자인 3억5000만위안을 유치해 화제가 됐다. 스테어메드는 자사의 BCI 기기에 대해 "전극 두께가 뉴럴링크의 5분의 1, 임플란트 칩은 절반 크기"라고 주장했다.
중국 BCI 시장도 커지고 있다. 중국 전자정보산업발전연구원(CCID)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내 시장 규모는 32억위안으로, 전년 대비 18.8% 성장했다. 2027년에는 55억8000만위안에 이를 전망이다.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지난해 1월 휴머노이드, 양자컴퓨터와 함께 BCI를 10대 혁신 제품으로 지정했다. 상하이시와 광둥성 등 주요 지방정부는 BCI 육성 대책도 발표했다. 딥러닝과 융합시켜 BCI 발전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중국은 BCI 분야 국제표준 선점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 7월 기업과 연구소의 전문가를 초빙해 ‘BCI 표준화 기술위원회’를 만들고 윤리 및 기술표준 제정에 나섰다.
프리시전 뉴로사이언스의 뇌 임플란트 장치 / 사진=프리시전 뉴로사이언스
갈길 먼 한국 내 BCI 연구
한국에선 와이브레인의 경두개직류자극 우울증 치료 전자약 '마인드스팀'이 전국 병·의원 100곳에 도입되고 현대모비스가 뇌파로 운전자의 주의력 감소를 감지하는 기기를 개발하는 등 비침습형 위주로 BCI 연구가 진행 중이다. 하지만 침습형 BCI 연구는 사실상 전무하다. 전문가들은 한국형 뉴럴링크가 나오려면 정부 지원이 필수라고 입을 모은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은 최근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주간 동향 리포트' 보고서에서 "BCI와 스마트홈 장치, 전자기기 통합은 사지마비 환자가 주변 환경을 제어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인다"고 설명하며 침습형 BCI 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러티스틱스MRC는 BCI 시장 규모가 지난해 23억달러에서 2030년 80억달러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4000억달러까지 커질 것으로 추정했다. BCI 해킹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BCI 보안 전문가를 양성하고 신경 신호를 보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뉴럴링크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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