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커뮤니티 메디스태프에 비난글 빗발…"교수라 불릴 자격도 없어"
중증환자들 "참스승의 면모…희망 봤다" 감사 뜻 전해
의대생 복귀 비난하는 의대생·전공의 비판한 강희경-하은진 교수 (서울=연합뉴스) 신현우 기자 = 서울대 의대·서울대병원 강희경(왼쪽) 교수와 하은진 교수가 18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융합관 양윤선홀에서 '더 나은 의료시스템을 함께 만들어가는 의료소비자·공급자 공동행동'이 연 '우리의 현주소: 의료시스템 수행지표의 팩트 검토' 토론회에 참석해 발제를 듣고 있다. 강 교수와 하 교수를 비롯해 서울대 의대·서울대병원 오주환·한세원 교수는 전날 '복귀하는 동료는 더 이상 동료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분들께 이제는 결정할 때입니다'라는 이름의 성명을 내며 의대생 복귀 움직임 비난하는 의대생과 전공의를 비판했다. 2025.3.18 nowwego@yna.co.kr
(서울=연합뉴스) 성서호 김잔디 권지현 기자 = 서울대 의대 교수 4인이 병원과 학교에 '복귀하지 말라'고 동료들을 종용하는 일부 전공의와 의대생들을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의사 사회에서 갑론을박이 이틀째 이어지고 있다.
의사계 일각에선 이들 교수가 용기 있는 발언을 했다며 동조하는 반면 상당수는 소수 의견일 뿐이라며 평가절하하고 있다.
더 나아가 젊은 의사들 중심의 커뮤니티 '메디스태프'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이들 교수 4인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 여론마저 일고 있다.
18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대 의대·서울대병원의 하은진·오주환·한세원·강희경 교수는 전날 '복귀하는 동료는 더 이상 동료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분들께 이제는 결정할 때입니다'라는 제목의 성명을 냈다.
이들은 성명에서 "조금은 겸손하면 좋으련만, 의사 면허 하나로 전문가 대접을 받으려는 모습도 오만하기 그지없다"며 "'내가 아플 때, 내 가족이 이들에게 치료받게 될까 봐 두렵다'는 생각이 든다"고 전공의와 의대생들을 비판했다.
또 "'의사만이 의료를 할 수 있다'는 오만한 태도로 간호사나 보건 의료직들을 폄하하는 말을 서슴지 않는데, 솔직해져 보자. 응급실에서의 응급 처치, 정맥 주사 잡기 등의 술기를 응급 구조사, 간호사들에게 배우지 않았나"고 꼬집었다.
이에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대한의사협회 부회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교수라 불릴 자격도 없는 몇몇 분들께'라는 글을 올리고 "(응급 처치 등의 술기를) 간호사와 응급구조사에게 배우지 않았다.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아 책과 영상을 보며 혼자 공부했고 동료 전공의에게 물어가며 눈치껏 익혔다"고 반박했다.
이어 "그걸 가르쳐야 할 주체는 당신들이다. 교수의 본분을 다하지 않았다는 것을 반성 없이 당당하게 얘기하니 당혹스럽다"라고도 했다.
같은 날 노환규 전 의협 회장 역시 자신의 페이스북에 "참담하다. (해당 성명의) 어느 한 구절 동의할 수 없다"며 "의업에 몸을 담근 이후 가장 참담한 날이다. 이보다 더 절망스러울 수 없다"고 적었다.
메디스태프에서는 이들 교수 4인에 대한 비난이 빗발쳤다.
한 이용자는 "(교수들의) 현재 노예(전공의)랑 미래 노예가 줄어들었다"며 "애초에 이 사람들 머릿속에는 본인들과 노예를 제외한 국민들은 제3세계 인간들일 뿐"이라고 힐난했다.
다른 이용자들은 방재승 전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장이 '교수 4인의 의견은 전체 서울의대 교수 입장이 아니다'라고 말한 언론 인터뷰를 거론하며 "강희경은 방재승과 비교 불가 수준", "(방 교수가) 그립다"고 남겼다.
자신을 서울대병원 사직 전공의라고 밝힌 이용자는 "일희일비하지 말자"며 "우리 세대가 교수로 남든, 로컬에 나가든 각자 자리에서 꼭 성공해서 의료계에 메인스트림(주류)이 될 날은 결국 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때까지 버텨서 복귀자들이 어떤 식으로든 대가를 치를 수 있도록 숙청하자"고 덧붙였다.
또 다른 이용자는 교수 4인에 대해 "나중에 어쩌려고 그러느냐"며 "나 같으면 70살 넘어가면 진짜 무서울 것 같다. 자기들이 그렇게 증오하던 애들(전공의, 의대생)이 그때쯤 되면 교수일 건데"라고 적었다.
성명에 이름을 올린 강희경 교수의 페이스북 글에도 비난 댓글이 다수 달렸다.
자신을 사직 전공의의 엄마라고 밝힌 이용자는 "애들이 얼마나 처절한지, 의대생과 전공의 가족들이 지난 1년간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내왔는지 온실 속 높은 곳에만 계셔서 모르시나 보다"며 "대한민국에서 의사는 안 되겠다. 교수님들이 이런 스탠스(입장)라면 아이가 돌아갈 일은 없겠다"고 적었다.
‘의료진 선생님들 정말 감사합니다’ (서울=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의료 현장을 지키는 의료진께 드리는 감사 편지’를 전달하기 위해 17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을 찾은 한국 중증질환 연합회 회원이 암환우가 쓴 편지를 읽고 있다. 2024.5.17 mon@yna.co.kr
반면 이들 교수 4인의 발언을 '용기 있다'고 치켜세운 의견도 있었다.
자신의 실명을 밝힌 한 대형병원 교수는 강 교수의 게시글에 "이 모든 악플(악성 댓글)들을 어떻게 견디시는지, 할 말을 해주신 것에 대해 감사할 따름"이라는 댓글을 달았다.
성명을 쓴 교수 4인들도 연합뉴스에 "문자 등을 통해 지지와 응원을 생각보다 많이 받았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8개 중증질환 단체로 구성된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서울의대 교수들의 입장에 대한 환영 의견'이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내고 "제자를 위해 참스승의 면모를 보였다는 점에서 환영하고 응원한다"고 밝혔다.
이어 "환자를 버린 행위까지 감싸주는 의사들의 카르텔 문제를 수면 위로 올려 비판한 것이고, 이에 희망을 봤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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