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권을 중심으로 서울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고 거래량이 늘자 매물이 줄어들고 있다. 더 높은 가격에 아파트를 팔고 싶어 매물을 거두는 집주인까지 생겨나 매수자들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18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 매물 건수는 9만981건으로 집계됐다. 지난 1일(9만4694건)과 비교해 17일 만에 3713건이 줄었다.
특히 강남·서초·송파구 등 강남 3구에서 매물 감소가 두드러졌다. 서초구의 아파트 매물이 776건 줄어 모든 자치구 중 가장 큰 감소세를 보였다. 뒤이어 강남구(589건) 송파구(440건) 성동구(361건) 등 상대적으로 집값이 비싼 동네의 아파트 매물이 확 줄었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중개사들이 종종 계약이 체결된 온라인 매물을 내리지 않거나, 허위매물을 올리는 경우도 있다"며 "실제 매물 수는 집계된 수치보다 훨씬 적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동산업계에서는 지난달 서울시가 잠실·삼성·대치·청담동(잠삼대청)의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 해제 이후 서울 아파트 매물이 확 줄어든 것으로 분석했다. 토허제 해제 후 집값 상승 기대감으로 매물 상당수가 소진됐기 때문이다. 일부 집주인은 나중에 더 비싼 가격에 아파트를 팔기 위해 매물을 거둬들이기도 했다.
실제로 서울시가 토허제 해제 전후 30일간 해제지역의 아파트 거래를 분석한 결과 이곳의 거래량은 107건에서 184건으로 72% 증가했다.
강남권에서 시작된 매수세는 서울 전체로 퍼졌다. 서울 부동산 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날 기준 2월 서울 아파트의 매매거래 건수는 5363건으로 반년 만에 5000건을 돌파했다. 이달 말까지 매매 신고 기간이 남은 만큼 전체 거래량은 6000건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매물이 줄어들자 계약금을 내고도 집주인이 계약을 파기할까 두려워하는 매수인도 생겼다. 토허제가 해제된 잠실에서도 매도인이 계약금의 2배를 매수인에게 물어주는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계약을 파기한 사례가 있던 것으로 전해진다. KB부동산에 따르면 3월 둘째 주 기준 서울의 매수우위지수는 69.4로 조사됐다. 이 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이보다 적으면 매도자가 많음을, 이를 넘으면 매수자가 많음을 뜻한다. 아직 100을 넘기진 못했지만 지난 1월 둘째 주(27.1)와 비교하면 두달 만에 2배 이상 높아졌다.
서울 성동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성동구에서 아파트를 팔고 송파구로 이사하려는 한 고객이 성동구 아파트의 중도금을 빨리 받을 수 없냐는 요청을 했었다"며 "이유를 들어보니 송파구 집주인에 계약금까지 줬지만, 혹시라도 송파구 집주인이 계약을 깰까 걱정돼서였다"고 설명했다.
이용안 기자 ki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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