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버거·치킨·카페 실생활 밀접 업종 대상
‘가격인상·이중가격제가 물가 자극’ 판단
강제성 없다지만 기업은 “압력 무시 못해”
서울의 한 대형마트 육가공품 판매대 [연합]
[헤럴드경제=정석준 기자] 정부가 외식업계에 “가격 인상 계획을 사전에 알려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외식물가가 치솟자 물가 안정을 위한 집중 관리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19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농림축산식품부는 최근 프랜차이즈를 중심으로 외식업계에 메뉴 가격 인상 여부를 사전에 파악할 수 있도록 관련 정보를 제공해달라고 요청했다. 정보 공유를 요청한 업종은 소비자 이용률이 높은 햄버거, 치킨, 떡볶이, 피자, 김밥, 카페 등이다.
정부는 일정 기간을 두고 각 기업과 소통하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물가 관리 차원에서 가격 인상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업계에 정보 공유를 당부한 것”이라며 “협조 요청 차원이기 때문에 강제성은 없다”고 전했다.
정부의 이번 조치는 최근 외식기업들이 잇달아 가격을 올리며 물가를 자극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통계청에 따르면 2월 외식물가는 3.0% 오르며 전체 물가를 0.43%포인트 끌어올렸다. 외식물가 상승률은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2.0%)을 웃돌았다.
실제 외식업계는 잇달아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맥도날드는 오는 20일부터 20개 메뉴 가격을 100~300원 올린다. 버거킹도 지난 1월 와퍼 등 일부 제품 가격을 100원씩 인상했다. SPC그룹의 파리바게뜨와 던킨도 지난달 각각 빵과 도넛 판매가격을 올렸다. 스타벅스, 할리스, 폴바셋 등도 지난 1월 커피 가격 인상에 동참했다.
서울 마곡지구 상가 모습 [연합]
일부 외식업체는 배달 메뉴 가격을 더 비싸게 받는 ‘이중가격제’를 적용하고 있다. 원재료 가격 상승에 배달 수수료 부담까지 겹쳤다는 주장을 내세웠다. 맘스터치는 최근 48개 가맹점에 이중가격제를 도입해 배달 메뉴 가격을 평균 15% 올렸다. 이디야커피는 전날부터 외부 배달 플랫폼 배달 가격을 아메리카노를 제외한 제조 음료는 300원, 베이커리나 RTD음료(용기에 담은 제품) 등은 500원 인상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배달비 등으로 외식 메뉴 가격이 오르면서 소비자 부담이 커지고, 전체 물가 상승까지 견인하고 있다”며 “전반적으로 물가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짚었다.
정부도 외식물가 안정을 위해 고삐를 당기고 있다. 농식품부는 지난달 25일 박범수 농식품부 차관 주재로 BBQ, bhc, 교촌치킨, SPC, 스타벅스, 투썸플레이스, 신세계푸드, 맘스터치, 버거킹, 피자알볼로, 얌샘, 동대문엽기떡볶이 등 17개 업체와 간담회를 갖고 가격 인상 자제를 당부했다. 당시 간담회에는 한국외식산업협회, 한국외식업중앙회,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등 외식 관련 단체까지 참석했다.
하지만 업계는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원부자재부터 인건비, 배달비 등 부대 비용이 모두 올랐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협조를 요청하는 차원에서 요구하는 사안이라도 기업이 받는 압력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원가 압박에 가격 인상을 미룰 수조차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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