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자 출산휴가(-6.5점), 직장 어린이집(-2.3점) 등 핵심 지원 지표 오히려 소폭 하락
남성 의무 육아휴직 도입은 전체의 4%…육아는 여전히 ‘여성의 몫’
자료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국내 자산규모 상위 300개 가운데 남성 의무 육아휴직제도를 운영하는 곳은 12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구위기 대응 점수가 높은 기업은 KB국민카드, KB국민은행, 롯데정밀화학·롯데케미칼·삼성생명 등으로 조사됐다.
배우자 출산휴가 등 핵심 지표 하락
민간 인구정책 전문기관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은 '2025 인구경영 우수기업 기초평가' 결과 국내 기업의 인구위기 대응 수준이 100점 만점에 평균 52.2점에 그쳤다고 19일 밝혔다.
이번 평가는 올해 1월 기준, 제3자의 검증이 완료된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한 기업 중 자산규모 상위 3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평균 점수는 전년 50.1점 대비 2.1점 상승했지만, 여전히 기업의 출산·양육 지원 정책이 부족한 것으로 분석됐다.
기초평가 결과, ‘배우자 출산휴가 제도 운영’(-6.5점), ‘직장 내 어린이집 운영’(-2.3점) 등 출산과 양육 지원 핵심 지표에서 오히려 점수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혼 여성 ·임신부 차별 금지 정책 보유’ 지표가 21.3점, ‘지방 소멸 대응 정책/제도 운영’ 지표가 17점 상승하며 가장 큰 개선을 보였다.
전체 평가 대상 기업 중 남성 임직원 의무 육아휴직 제도(자녀가 있는 남성 직원이 일정 기간 이상 의무적으로 육아휴직을 사용하도록 하는 제도)를 운영하는 곳은 12개(전체의 4%)로 확인됐다.
9개 기업이 롯데그룹 계열사였고, 그 외에 한미글로벌, 한국콜마홀딩스, 코스맥스비티아이 등이 해당했다.
한미연은 "지난해보다 3개 기업이 늘었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육아의 책임이 여성에게 편중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라며 "다만 육아휴직 사용률이 공시 의무화된 만큼 향후 기업의 남성 육아휴직 제도 이행 수준이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직장 내 어린이집 운영 비율은 전년 70.3%에서 올해 68.3%로 2.0%P 감소했다.
법적 설치 의무가 있는 249개 기업 중 55개는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었다.
이는 어린이집 설치 및 운영에 드는 비용이 의무 불이행 시 부과되는 과태료(최대 연간 1억 원)보다 크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표=한미연 제공 /사진=파이낸셜뉴스 사진DB
일부 선도기업 자발적…전체 산업으로 확산 과제
인구 위기 대응 점수가 높은 기업으로는 KB국민카드(80.8점), KB국민은행(79.8점), 롯데정밀화학·롯데케미칼·삼성생명(76.9점) 순으로 평가됐다.
이들 기업은 ‘일과 가정의 양립 지원’, ‘출산 및 양육 지원 제도 운영’ 항목 등에서 전체 평균을 크게 상회했다.
롯데캐피탈, 두산퓨얼셀, 카카오게임즈 등 10개 기업은 자발적으로 직장 어린이집을 운영했다.
건설 및 부동산업(46.4점)처럼 여성 임직원 비율이 낮거나 증권 및 기타 금융 서비스업(50.0점)과 같이 고용 안정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산업은 평가 결과가 저조했다.
유혜정 한미연 인구연구센터장은 "일부 선도 기업들의 자발적인 노력이 돋보이는데, 이러한 우수 사례가 전체 산업으로 확산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인구구조 변화로 인한 인력 부족 현상이 점차 현실화되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인구 위기를 기업의 생존 문제로 인식하고 가족 친화적 문화 확산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imne@fnnews.com 홍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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