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기관투자자 등 900명 참석
반도체 부진·주가 하락 두고 사과
"HBM 과오 되풀이 않겠다" 강조
시스템반도체 수율 개선도 언급
삼성전자가 19일 경기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주주, 기관투자자, 경영진이 참석한 가운데 제56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DX부문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한 부회장은 "올해는 더 유의미한 기업 인수합병(M&A)을 추진해 가시적 성과를 보여주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제공
【파이낸셜뉴스 수원(경기)·서울=임수빈 조은효 기자】 19일 열린 삼성전자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요 임원진은 '사과드린다' '송구하다' '죄송하다' 등 반성의 메시지를 여섯 차례나 언급했다. 특히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차세대 반도체 시장 초기에 제때 대응하지 못하고, 경쟁력을 잃은 데 대해 주주들에게 고개를 숙여 사과를 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최근 임원들에게 '사즉생(死卽生·죽기를 각오하면 살 것이다)'의 각오로 과감히 행동해 달라고 강조한 만큼 올해는 반도체 재도약에 적극 힘쓰고 책임경영을 통해 위기에 대응할 방침이다. 아울러 다양한 분야에서 인수합병(M&A) 등을 검토해 미래 먹거리 확보에도 박차를 가한다는 목표다.
■'HBM이 주가부진 원인' 삼성 "과오 되풀이 안할 것"
삼성전자는 이날 경기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주주·기관투자자·경영진 등 9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3시간가량 제56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세부 안건에 대한 질문은 물론 지난해에 이어 마련된 '주주와의 대화' 자리에서 주주들은 "주가가 하락하는 동안 회사는 무엇을 하고 있었느냐"며 송곳 질문을 쏟아냈다.
주총 의장인 한종희 디바이스경험(DX) 부문장은 "지난해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고 스마트폰과 TV, 가전 등 주요 제품이 압도적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해 주가도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사과했다. 반도체(DS) 부문 수장인 전영현 부문장은 "삼성전자 주가의 많은 부분이 반도체 성과에 많이 좌우되고 있는 것 같다"며 "다시 한번 주가 부진으로 주주들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송구하게 생각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실제 주주들의 질문은 '반도체' 부진에 집중됐다. 이에 전 부문장은 DS 문제 원인을 내부에서 찾고, 도전과 몰입의 '조직문화'를 재정비, 올해를 근원적 경쟁력 회복의 해로 만들겠다고 선포했다.
'초격차' 전략이 필요한 메모리 부문에서는 선단 공정 기반 HBM 적기 개발로 차세대 AI 제품 경쟁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전 부문장은 "시장 트렌드를 늦게 읽는 바람에 (HBM) 초기 시장을 놓쳤다"면서도 "지금은 조직개편과 모든 기술개발 토대를 마련했다"고 전했다.
HBM 공급량은 전년 대비 2배 수준으로 확대하고 빠르면 올 2·4분기, 늦어도 하반기부터 5세대 HBM인 HBM3E 12단 제품을 시장에 공급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HBM 시장 게임체인저가 될 HBM4 시장에서도 전 부회장은 "HBM4 및 커스텀HBM이 중요한데 지난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하반기 양산 목표로 차질 없이 준비 중"이라고 강조했다.
대규모 적자를 지속 중인 시스템반도체(파운드리, 시스템LSI) 분야에서도 개선책이 필요하다는 점이 지적됐다. 이에 한진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사업부장은 "공정의 수율(양품비율)을 개선해 수익성을 높이는 데 집중하겠다"고 했고, 박용인 시스템LSI사업부장은 "우수 인재들을 확보하고 육성해 다가오는 멀티모달 온디바이스 AI 시대를 준비하겠다"고 약속했다.
■"올해는 유의미한 M&A 추진, 가시적 성과도"
한편 삼성전자는 이날 주가회복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내놨다. M&A 및 적극적인 투자를 통한 신성장동력 확보에도 박차를 가한다. 2017년 하만 인수 이후 삼성전자의 조 단위 대형 M&A는 맥이 끊긴 상태다. 한 부문장은 "M&A의 중요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방면에서 M&A를 추진해 왔다"며 "올해는 더 유의미한 M&A를 추진해 가시적 성과를 보여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설명했다.
주주가치 제고와 주주 중시 경영에 대해서도 거듭 강조했다. 한 부문장은 "대내외 환경이 어렵지만 당사는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며 "주가회복에 도움이 되도록 임원의 책임경영을 더 강화하겠다"고 했다.
soup@fnnews.com 임수빈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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