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경은 올해 3승 이상과 대상을 목표로 세웠다. photo 올댓골프
이시우 코치는 "막연히 잘 치고 싶다거나 우승을 하고 싶다고 해서 골프 실력이 향상되지는 않는다"며 "자신의 골프 데이터를 보면서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세밀하게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는 과정에서 골프에 대한 안목도 깊어진다"고 했다. 큐티플이란 애칭이 따라붙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의 인기 스타 박현경(25)은 지난 베트남 동계 훈련기간 때 3가지 목표에 매달렸다.
먼저 1m 안팎 쇼트 퍼트의 정확성을 높이는 것이다. 그는 지난해 3승을 거두면서도 어이없게 놓친 짧은 퍼트가 많았다. 그런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았다면 더 많은 우승을 차지했을 것이라는 게 이시우 코치의 설명이다. 박현경은 "1m 거리와 그보다도 짧은 퍼트를 놓치면 짜증도 많이 나고 게임이나 마인드 컨트롤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며 "경기력을 전체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도 시급한 과제여서 연습량을 대폭 늘렸다"고 했다.
두 번째 목표는 100m 이내 웨지 샷의 정확성을 더 높이는 것. 우승을 위해서는 이런 거리를 남겨 놓았을 때 결정적인 버디 기회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 뚜렷한 비교 상대도 있다. "(고)진영 언니와 (박)지영 언니가 웨지를 잡으면 홀에 들어갈 것처럼 정확하게 친다. 나도 그런 웨지샷을 하고 싶다." 그리고 드라이버 비거리를 1야드라도 더 늘리는 것이다. 박현경은 지난해 동계 훈련기간 이를 악물고 비거리 10야드를 늘린 덕분에 프로 데뷔 이후 가장 많은 3승을 올렸다. 박현경은 "약간의 티샷 거리 차이로도 두 번째 샷에서 정확성 높은 짧은 클럽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성적을 내기 위한 첫 단추는 드라이버 샷이다"라고 했다.
박현경은 지난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3승(두산 매치플레이, BC카드·한경레이디스컵, 맥콜·모나용평오픈)을 거두며 공동 다승왕과 함께 대상포인트 2위에 올랐다. 상금순위 2위(11억3319만원)와 평균타수 4위(70.32타)였다. 데뷔 이후 가장 좋은 성적이었다.
올해 데뷔 7년 차를 맞은 박현경은 "3승 이상을 거두며 대상을 차지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특히 지난해 치열한 경쟁 끝에 놓쳤던 대상은 한 해 동안 꾸준한 활약을 펼쳐야 가능하기 때문에 프로 데뷔 때부터 꼭 이루고 싶은 목표라고 했다.
우승하고 싶은 대회도 구체적이다. "우승하고 싶다고 다 하는 것은 아니지만, 후원사인 메디힐 주최 대회를 우승해서 저를 믿고 후원해 주신 것에 보답해 드리고 싶고, 두 번째는 최고 권위의 메이저 대회인 한국여자오픈에서 꼭 우승을 해보고 싶다. 선수라면 이 대회는 다 우승해 보고 싶을 것이다. 그리고 창단 때부터 첫 우승은 물론 5년 동안 7승을 이루기까지 물심양면으로 후원을 해주신 '한국토지신탁 대회'에서 우승해 그동안의 고마움을 조금이나마 보답해 드리고 싶다."
박현경은 집념과 의지가 강한 선수다. 2021년 KLPGA 챔피언십에서 통산 세 번째 우승을 하고 나서 준우승만 9번을 했지만, 2023년 SK네트웍스·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에서 2년 5개월 만에 지독한 '준우승 사슬'을 끊어내고 정상에 올랐다. 이 코치는 "힘든 과정을 이겨내고 네 번째 우승을 한 뒤로는 지나간 실수에 연연하거나 체념하지 않고 때를 기다리며 앞을 바라보는 여유를 갖게 된 것 같다"며 "기술적인 성장 이상으로 이런 긍정적인 마음가짐의 변화가 더 좋은 골퍼를 만드는 원동력인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