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용땐 성난 보수 달래기 역부족
기각돼도 수습책 없긴 마찬가지
묻어뒀던 당내 갈등도 걱정태산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19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 관저에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헌재의 탄핵심판 심리는 이날로 95일째를 맞았지만, 선고기일은 고지되지 않았다. 권현구 기자
“탄핵 선고 이후가 더 지뢰밭입니다.”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바라보는 한 여당 중진 의원의 반응이다. 보수 지지층 사이에선 ‘반탄’(탄핵 반대) 주장이 주류가 된 상황에서 탄핵안이 인용될 경우 성난 보수 민심을 어떻게 달래야 할지 방안이 마땅치 않다는 토로다.
탄핵이 기각 내지 각하되더라도 정국 혼란을 수습할 방안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여당 내 반탄와 찬탄(탄핵 찬성) 진영 간 충돌 가능성 등 탄핵 정국 이후 국민의힘이 봉착할 암초들이 더 걱정된다는 것이다.
영남의 한 여당 중진 의원은 19일 “헌법재판소에 대한 (보수층) 불신이 극에 달한 상황이라 선고가 어떻게 나든 결과를 사람들이 받아들일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탄핵 선고가 지연되며 여권 내에서 탄핵 기각·각하 목소리가 더 커지는 상황에서 막상 윤 대통령 탄핵안이 인용될 경우 강성 보수층을 중심으로 한 반발이 걷잡을 수 없이 격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앞서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가 헌재 결정에 대해 승복하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혔지만, 성난 지지층을 달래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강승규 의원은 이날 SBS라디오에서 “헌재 결정의 승복 주체는 양당이 아니라 국민들”이라며 “헌재 결정에 국민들이 전혀 만족하지 못하는데 양당 지도부가 ‘자제하라’ 한다고 그게 되겠느냐”고 말했다.
탄핵안이 기각될 경우 초래될 정국 혼란에 대해서도 마땅한 대안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탄핵심판 최종진술에서 직무 복귀 시 개헌과 정치개혁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한 여권 관계자는 “탄핵이 기각되면 탄핵에 찬성했던 야권 지지층이 들끓을 텐데 그런 상황에서 야당이 대통령이 내는 개헌안을 수용할 리 있겠느냐”고 말했다.
탄핵 정국에서 수면 아래로 내려간 당내 갈등이 다시 폭발할 수 있다는 점도 여권의 고민거리다. 이미 소속 의원들 간에도 탄핵 찬반에 따라 단체 채팅방도 별도로 개설하는 등 균열이 커지는 양상이다.
국민의힘 의원 108명 가운데 62명은 지난 12일부터 시작된 헌재 앞 탄핵 각하 촉구 릴레이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의원 10명 중 6명이 반탄 대열에 동참한 것이다. 나경원 의원 주도로 헌재에 제출한 탄핵 각하 촉구 탄원서에 이름을 올린 의원 82명까지 포함하면 당내 ‘범반탄파’는 5명 중 4명에 달한다.
탄원서에 서명하지 않은 당 지도부나 일부 중립지대, 친한(친한동훈)계 의원들은 당내 주류와 반탄 지지층들의 이중 압박을 받는 양상이다. 한 중립 성향의 의원은 “(탄원서에 서명한) 명단을 공개한 건 누가 봐도 줄 세우기를 하려는 속셈 아니냐”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반면 헌재 앞 릴레이 시위에 참여한 한 의원은 “지도부가 지금처럼 (탄핵 반대에) 힘을 안 실어주면 설령 대선을 치른다 한들 지지층한테 표를 달라고 할 수 있겠냐”고 말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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