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경쟁품목…“안정성 위해 불가피” 예외적용
관련 업계 AI 인프라 기술·시장 잃을까 전전긍긍
행정안전부 산하 국가정보자원관리원 광주센터가 무정전전원장치(UPS) 시설 구축 입찰에서 외국산 제품을 선정해 논란이 일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이 기관은 UPS 입찰계약 공고 결과를 발표했는데 외국산 제품을 판매하는 곳이 1순위로 선정됐다.
원래 중소기업간 경쟁 품목이지만 서비스 안정성 등을 이유로 외국산 제품에도 예외적으로 입찰을 개방해 외국산 제품 취급 업체가 1순위로 뽑힌 것이다.
이에 국내 관련업계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국가에서 운영하는 데이터센터조차 예외적으로 외국산 제품을 사용한다면 국내 중소개발업체의 투자위축과 사업성이 떨어지고 결국 도산 등 피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업계에서 국내기술 개발과 중소기업 지원이라는 관련 법 취지에 어긋난 행위라며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도 기관의 손을 들어 줬다. 업계는 법원의 1심 결정에 항고하기로 했다.
UPS는 데이터센터, 병원, 은행 등 중요 전산시설에 안정적인 전기를 공급하는 핵심 설비로 관련법에 의해 중소기업 경쟁제품으로 지정돼 있다. 중소기업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법률과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 및 공사용 자재 직접구매 대상 품목지정 내역 고시 등에 따라 공공기관은 중소기업 제품을 우선적으로 구매하도록 되어 있다. 이런 법률적 제도를 기반으로 유수의 국내중소기업 제조사들이 연구개발에 투자해 조달 우수제품 지정 및 판매를 위해 노력해 온 게 허사가 됐다는 볼멘소리가 업계에서 터져 나온다.
이번 입찰에서 예외 기준을 적용해 외국산의 참여를 진행한 국가정보자원관리원 광주센터는최고등급의 국가중요시설 및 국가보안시설로서 28개 정부기관의 중요 정보시스템을 유지 관리하는 중요한 데이터센터인 만큼 안정성에 방점을 둘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센터는 UPS가 정부시스템 연중 무중단 운영의 핵심설비인만큼 기술 신뢰성 확보는 디지털 정부의 연속성을 위한 필수 전제조건이라고 설명한다. 만에 하나 UPS 장애가 발생할 경우 대국민 서비스 및 행정서비스의 대규모 마비 사태로 직결되어 국민생활에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 관련업계는 반발도 만만치 않다. 발생하지도 않은 사고의 위험성을 과대평가했고, 외산이라고 해서 사고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것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행안부의 데이터센터 외의 다른 국가기간산업 분야에서도 국산 중소기업 UPS 제품을 설치했고, 문제 없이 사용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국내외 인터넷연결 최대 허브로 국가중요보안시설로 지정된 통신사에서도 중소기업 제품이 채택돼 정상가동 중에 있고, 공공기관의 전산센터, 슈퍼컴퓨터센터 등에서도 마찬가지라는 주장이다.
더 큰 문제는 광주센터 입찰 결과 발표 이후다. 신규는 물론 교체 주기가 임박한 공공부문 수요가 적지 않고, UPS 시설 외에도 인버터 계열 등 다른 품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이로 인해 UPS업체 뿐만 아니라 관련 기업도 사태가 어떻게 진행될 지를 둑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부가 AI를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선언하고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AI 인프라 관련 국내 중소기업의 참여는 제한적인 상황이다.
지난해 국정감사에 제출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자료에 따르면 인터넷데이터센터(IDC)의 대표적 기반시설 장비인 발전기를 국내산으로 사용하는 곳은 하나도 없었다. UPS의 경우도 8%에 불과했다. 서버(Server) 국산 비율은 11.1%, 데이터를 저장하는 장치인 스토리지(Storage)는 6.7% 수준에 그쳤다.
정부가 법률적 제도를 마련해 직접 생산제품을 구매하도록 했지만 중소업체의 현실은 여전히 암울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가 운영하는 기관이 법의 예외 적용을 통해 외국산에 문호를 개방해 버려 타격을 키우고 있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AI 산업의 인프라가 외국산으로 채워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저가 수입품과 글로벌 브랜드 제품 사이에서 국내 기술 제품은 결국 넛크래커(호두깨기 기구) 신세가 될 수밖에 없어서다. 특히 국내 기술로 개발, 상용화된 직접생산제품이 국가기관으로부터도 제정된 법률의 보호 받지 못한다면 AI 산업 주권이 흔들리는 최악의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걱정이다.
국내 관련 협회 회원사들은 “법원과 정부에서 중소기업의 현실과 우리나라 AI산업의 미래에 대해 보다 전향적인 판단과 지원을 해주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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