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전마를 살펴보고 있는 이종훈 마주. 사진=한국마사회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 윈스턴 처칠 수상, 알렉스 퍼거슨 전 축구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영화감독.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정답은 말과 경마를 사랑한 마주(馬主)라는 점이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마주로 활동하며 100억원 이상의 경마 상금 수익을 벌어들였다. 영국 총리였던 윈스턴 처칠은 "영국의 수상보다 더비 경기에 출전해 우승을 차지하는 경주마의 마주가 되고 싶다"고 말할 정도로 마주를 명예롭게 여겼다. 퍼거슨 감독은 "고인이 된 아내가 내가 경주마에 얼마나 많은 돈을 썼는지 알았다면 나를 죽였을 것"이라고 말했을 정도다.
국내에도 이들 못지않게 마주로서 영예를 소중히 하며 말에 대한 각별한 애정으로 유명한 마주가 있다. 국내 최초로 300승을 달성한 이종훈 마주가 그 주인공이다. 이 마주는 지난 16일 부경 4경주에서 경주마 '벌마킹'의 우승으로 역사적인 300번째 우승을 기록했다.
이종훈 마수의 300승은 20년이라는 세월을 한국 경마와 함께하며 엄청난 투자와 시행착오를 겪으며 경주에 출전한 땀의 결실이다. 마주는 말 수급부터 보유한 말의 부상 등 위험에 따른 손실과 우려를 감내한 인고의 시간을 견뎌야 다승의 영예를 누릴 수 있다.지난 16일 헤럴드경제배 우승한 이종훈 마주. 사진=한국마사회
2005년 데뷔한 이종훈 마주는 2008년 코리안오크스에서 경주마 '절호찬스'의 우승을 시작으로 이번 헤럴드경제배까지 총 17차례 대상경주에서 정상에 등극했다. 한국 경마의 걸출한 명마들이 이 마주의 품에서 탄생했다.
이종훈 마주가 지금까지 보유한 경주마와 경주 출전 횟수는 압도적이다. 이 마주는 현재까지 총 186두의 경주마를 보유했는데, 이는 서울·부경 통틀어 두 번째로 많은 경주마를 보유한 김창식 마주와도 39두의 차이가 난다. 이 마주의 경주 출전 횟수는 1986회. 서울에서 가장 많은 경주에 출전한 조용학 마주보다 130회 더 많다. 이 마주가 보유 경주마를 통해 벌어들인 순위 상금만 약 196억원에 달한다.
300승을 달성한 이종훈 마주는 "기수와 조교사, 관리사 등 경마 종사자분들과 훌륭한 말을 생산하는 축산농가 덕분"이라며 "경마가 국민들에게 사랑받는 레저 스포츠로 인식되는 날까지 더 나은 경주를 위해 좋은 말을 공급하고 경마 문화 발전을 위해 투자와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김희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