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은행권에 자율 관리 강화 당부
NH농협·SC제일·하나은행, 다주택자 주담대 및 조건부 전세자금대출 제한
우리은행 "검토 중"
연합뉴스
최근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를 비롯한 서울 및 수도권 지역에서 집값 과열 양상이 보이자 은행들이 앞다퉈 다주택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을 제한하는 방안을 내놓고 있다. 정부의 잠삼대청(잠실·삼성·대치·청담)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로 서울 집값이 들썩이자, 용산구까지 토허제를 확대 지정한데다, 금융당국도 은행권에 자율적으로 대응해줄 것을 주문하면서다. 이에 은행권은 연초 풀었던 가계대출 규제 방안을 다시 조이는 쪽으로 선회하고 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하나은행은 오는 27일부터 서울지역에 한해 '유주택자의 구입 목적 주택담보대출' 및 '조건부 전세자금대출'의 신규 취급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1주택 이상 보유자가 서울에 위치한 주택을 구입할 경우 주담대 신규 취급을 중단키로 한 것이다. 또 선순위말소 및 감액, 다주택 보유자의 처분 조건부 등 보증 목적물이 서울시에 위치한 조건부 전세자금대출 신규 취급도 중단할 계획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최근 서울 지역 내 주택가격 및 거래량 급증에 대해 선제적이고 실효성 있는 정책 시행을 통해 갭투자(전세 낀 주택 매입)를 방지하고 실수요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NH농협은행은 정부 발표에 앞서 가장 먼저 서울지역 한해 조건부 전세자금 대출 취급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NH농협은행은 이날부터 임대인의 소유권 이전, 선순위 근저당 감액·말소, 신탁 등기 말소 등의 조건과 동시에 받는 대출은 취급하지 않기로 했다. 이는 갭투자 등 투기성 수요를 억제하기 위한 조치로, 최근 서울 및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가격이 상승하며 가계대출이 늘어나는 상황을 고려한 선제조치로 풀이된다. 앞서 NH농협은행은 가계대출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던 지난해 9월 조건부 전세대출 취급을 중단했다가 올해 1월 재개한 바 있다.
SC제일은행도 오는 26일부터 다주택자에 대한 생활 안정 자금 목적의 주담대를 중단키로 했다. 2주택자 이상에게 생활 안정 자금 목적의 주담대 중단, 다주택자 대상 대환대출, 추가 주담대까지 중단한다. 역전세용 전세 보증금 반환목적 주담대를 제외한 퇴거 대출도 제한한다. SC제일은행은 기존에는 별도의 제한이 없었으나 이번에 1주택자 이하로 대상을 제한했다.
나머지 시중은행들도 정부 발표에 따라 다주택자 주담대 제한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서울 및 수도권의 다주택자에 대한 주담대 제한 조치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은 이미 갭투자로 의심되는 자금 용도의 경우 대출을 내어주지 않고 있기 때문에 추가 조치 검토보다는 모니터링 강화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이미 당국이 자율관리 방안으로 제시한 다주택자의 주담대 제한, 갭투자 방지를 위한 조건부 전세자금대출 제한 등 2가지 안을 운영하는 등 토허제 해제 전후와 관계없이 다주택자 대출을 제한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토허제 해제 영향으로 집값이 다시 과열 양상을 보이자 정부가 기존 토허제 대상에서 용산구까지 확대 지정하면서 부랴부랴 진화에 나섰기 때문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 아파트 거래 시 관할 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허가 없이 토지거래계약 체결 시 2년 이하의 징역이나 토지가격 30% 금액의 벌금형을 받는다. 갭 투기 제한은 물론, 주거용 토지는 2년간 실거주용으로만 이용이 가능하다.
이에 발맞춰 금융위원회는 가계대출 추이를 주요 지역 단위로 세분화해 살피기로 했다. 그러면서 은행권에도 자율 관리를 강화해달라고 강조했다.
권대영 금융위 사무처장은 "안정적인 가계대출 관리를 위해서는 금융권 스스로 시장 상황에 대해 판단해 선제적으로 대응해나갈 필요가 있다"면서 "금융권의 자율 조치가 잘 이뤄지지 않을 경우 추가적인 강력한 대출 억제 정책을 시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오락가락 정부의 정책에 현장에서는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서울시의 토허제 해제와 확대 지정 뿐 아니라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와 동시에 기준금리 인하 반영한 금리 인하 압박을 동시에 요구하면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정확한 가이드라인 없이 금융권의 자율에 맡긴다는 두루뭉술한 표현을 쓰면서 가계부채도 관리하고, 금리 인하도 체감하도록 하라니 어디에 맞춰야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권재희 기자 jayf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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