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강남 이후 투자 흐름 이동 가능성도 있어”
2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아현동의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아파트 단지 내 부동산 중개사무소 전경. 양다훈 기자
20일 오후, 서울 마포구의 대장아파트인 마포래미안 푸르지오 단지 근처의 한 부동산 사무소를 찾았다. 출입문은 열려 있었지만 사무소 안은 적막했다. 공인중개소장 A씨는 시장 분위기를 묻는 기자에게 씁쓸한 표정으로 “보시면 아시잖아요. 전화 한 통도 안 와요”라며 웃었다. 그 이유에 대해 그는 이번 주말까지 강남3구에서 ‘갭투자’가 가능하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여전히 강남에 머물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아직은 지켜보는 분위기죠. 한 달쯤 지나야 반응이 나올 거예요”라고 내다봤다.
기자의 방문 동안 사무실 전화기와 소장의 휴대폰은 단 한 번도 울리지 않았다.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시장의 분위기가 그대로 느껴졌다.
서울시와 국토교통부의 토지거래허가제(토허제) 확대 발표 이후 강남, 서초, 송파, 용산을 피해 투자 수요가 몰릴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오히려 투자자들은 아직 강남을 떠나지 않고 있는 듯했다.
비슷한 분위기는 서울 성동구 옥수동에서도 감지됐다. 옥수동의 한 부동산 공인중개소장 B씨는 “토허제 발표 이후로 전화가 뚝 끊겼어요. 투자자들이 모두 강남으로 향했을 가능성이 큽니다”라고 말했다. 이같은 시장 분위기는 강동과 광진에서도 비슷하다는 전언이다.
2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아현동의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아파트 단지 내 부동산 중개사무소 전경. 양다훈 기자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지역에서는 2년 실거주 의무가 부과되기 때문에 갭투자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전날 부동산 당국은 토허제 지정 효력을 오는 24일까지로 못 박으면서 이번 주말인 23일까지 이뤄진 계약에 한해서는 갭투자가 가능하다.
이날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3월 3주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강남3구와 용산구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강남구(0.83%), 송파구(0.79%), 서초구(0.69%) 등 강남3구는 신고가 경신이 이어지며 가격이 급등했고 용산구(0.34%)도 한강 조망권 단지와 개발 호재가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가격이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강남3구·용산구에서의 갭투자가 가능한 오는 24일까지는 마포·성동·강동·광진구의 부동산 시장이 조용할 수 있지만, 이후 규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해당 지역으로도 투자 흐름이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미 3월 3주 이들 지역 아파트가격은 전주보다 소폭 올랐다.
부동산 전문가인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토지거래허가제가 시행되면서 초기에는 시장이 얼어붙을 가능성이 크지만, 결국은 투자자들이 규제를 피해 움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서울 주택 수요가 규제에서 벗어난 한강 변 지역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며 “마포, 광진, 강동 등에서 갭투자가 활발해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
양다훈 기자 yangb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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