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연구팀이 개발한 폐활성탄 재활용 설비. 에기연 제공.
유해물질을 빨아들이는 역할을 하는 물질인 ‘활성탄’을 재활용하는 기술이 개발됐다. 자동차 도장 업체 등에 적용하면 사업장 부담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은 전동혁 대기청정연구실 책임연구원 연구팀이 소규모 사업장에서 기존 대비 적은 에너지로 활성탄을 재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20일 밝혔다.
벤젠 등 발암성 물질로 구성된 휘발성유기화합물은 페인트나 새 가구, 산업 공정에서 발생해 미세먼지와 악취를 유발한다. 휘발성유기화합물을 제거하는 데는 활성탄이 쓰인다. 대기오염물질을 4종 이하로 배출하는 사업장은 활성탄으로 휘발성유기화합물 배출을 억제하도록 하는 규제가 시행되고 있다.
자동차 도장 업체는 121평 이상일 때 규제 대상이다. 필터와 활성탄으로 구성된 방지시설에 측정 센서를 의무적으로 설치하고 방지시설 가동 여부를 실시간 관리해야 한다. 하지만 저가 센서로는 활성탄의 교체 주기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고 고성능 센서는 비용 부담이 크다는 한계가 있다.
연구팀은 저가의 센서로도 활성탄 교체 주기를 확인할 수 있는 기술과 폐활성탄을 재사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고성능 센서의 휘발성유기화합물 측정값과 저가 센서의 측정값 차이를 계산하고 차이가 일어나는 환경 조건을 분석해 저가 센서에서도 정확한 측정이 가능하게 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알고리즘이 적용된 센서의 측정 정확도는 기존 저가 센서 대비 92% 향상됐다.
활성탄은 수질 정화용과 공기 정화용이 있다. 현재 공기 정화용 활성탄에 특화된 재활용 설비는 없다. 연구팀은 공기 정화용 활성탄을 재활용하는 데 특화된 200도 환경을 구축했다. 구축된 설비는 컨베이어 벨트처럼 활성탄을 연속 이동시키고 이동하는 동안 지속적으로 증기를 공급해 휘발성유기화합물이 일정하게 제거되도록 했다. 재생된 활성탄은 신품 대비 90%의 성능을 보여 사업장에서 다시 활용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휘발성유기화합물 제거 시 발생하는 일정량의 합성가스를 활용해 발전기를 돌리면 전기 생산도 가능하다. 생산된 전기는 다시 공정에 투입돼 비용 부담을 줄인다. 연구팀은 구축된 설비를 다수의 소규모 사업장이 공동으로 활용하면 활성탄 재활용 비용이 신품 생산 비용 대비 절반 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전 책임연구원은 “이번 연구는 소규모 사업장의 휘발성유기화합물 배출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폐활성탄 재생을 통해 운영 비용을 절감하며 휘발성유기화합물의 에너지화를 실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친환경 공공 관리 체계 확산과 탄소중립 실현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에너지 에너지 컨버전 앤 매니지먼트 엑스’에 지난해 10월 온라인 게재됐다.
[문세영 기자 moon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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