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마켓분석
공매도 재개 여전한 찬반양론
3월 31일 재개 앞둔 공매도
2023년 공매도 금지한 정부
공매도 재도 개선 작업 나서
공매도 중앙점검시스템 구축
공매도 재개하면 유동성 증가
외국인 투자자 증시 복귀 기대
하지만 여전히 불안한 개미들
주가 하락해야 돈 버는 공매도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만 줄까
3월 31일 말도 탈도 많았던 공매도가 재개된다. 금융감독원이 "불법 공매도 문제를 해소하겠다"며 지난해 11월 6일 공매도를 전면 금지한 지 1년 6개월 만이다. 시장에선 공매도 재개를 앞두고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한편에선 공매도가 재개되면 한국 증시를 떠난 외국인 투자자가 돌아올 수 있다고 기대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2023년 11월 이후 금지됐던 공매도가 3월 말 재개될 예정이다.[사진|연합뉴스]
1년 6개월 만에 재개될 공매도는 국내 증시에 득이 될까 독毒이 될까. 3월 말 공매도 전면 재개를 앞두고 주식시장의 셈이 빨라지고 있다.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불렸던 공매도가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어서다.
우선 금융당국은 공매도를 재개하겠다는 의지를 수차례 밝혔다. 지난해 11월 14일 홍콩에서 열린 투자설명회에 참석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글로벌 자본시장 기준으로 보면 (한국의 공매도 전면금지 조치는) 낯부끄러운 일일 수 있다"며 "2025년 1분기까지 선진시장 기준에 맞춰 공매도 거래를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지난 2월 20일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증시 인프라 개선 열린 토론회'에서도 "해외나 개인투자자들에게 신뢰를 얻는 관점에서 생각한다면 개인적으로 공매도 재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금융위원회 정례회의에서 별도의 결정이 없는 한 3월 31일에 공매도는 재개될 것"이라고 밝혔다.
■ 관점➊ 재개 찬반양론 = 문제는 국내 증시 상황이 공매도를 재개할 수준이 되느냐다. 주식시장의 흐름만 놓고 보면 나쁘지 않다.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높아진 정치적 불확실성 탓에 폭락했던 국내 증시는 회복세를 타고 있다.
올해 초 2398.94포인트였던 코스피지수는 지난 18일 2633.79포인트를 기록하며 9.78%의 상승세를 보였다. 코스닥지수는 같은 기간 686.63포인트에서 745.60포인트 8.5% 올랐다.
그렇다고 공매도 재개를 마냥 반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경기침체 가능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어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남발하는 관세 정책도 한국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공산이 크다.
실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17일 발표한 '중간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을 지난해 12월 전망한 2.1%에서 1.5%로 0.6%포인트 하향조정했다.
OECD는 올해 한국 경제를 전망하면서 "무역장벽 확대에 따른 글로벌 경제의 분절화, 인플레이션 상승에 따른 통화정책 제약·금융시장 변동성 등이 경제 하방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통화정책의 불확실성 확대 가능성과 교역비용 상승 우려를 감안해 근원 인플레이션에 주의 깊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주식시장이 경제의 흐름과 기업 실적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는 걸 감안하면 공매도가 국내 증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공매도는 주가 상승이 아닌 하락으로 수익을 내기 때문이다.
[사진 | 연합뉴스]
■ 관점➋ 긍정론 = 그래서인지 공매도 재개를 둘러싼 긍정론과 부정론도 팽팽하다. 우선 긍정론을 살펴보자. 시장이 공매도 재개로 기대하는 가장 큰 장점은 거래대금이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 증시를 외면했던 외국인 투자자가 돌아오고, 헤지펀드와 롱쇼트펀드의 거래가 늘면서 증시의 유동성이 좋아질 수 있다는 거다.[※참고: 롱쇼트펀드는 주식을 운용할 때 주가의 상승이나 하락과 관계없이 '롱쇼트전략(long short strategy)'을 통해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펀드를 일컫는다.]
김지현 다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국 지수에서 한국이 차지는 비중은 2022년 19.0%에서 지난해 11월 9.6%까지 감소했다"며 "공매도 재개로 외국인 투자자의 거래대금 증가 등의 유동성 유입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공매도 재개는 주식시장의 가격 형성 효율성을 높여 저평가된 주식의 매력을 높여줄 것"이라며 "롱쇼트 매매가 가능해지면 한국 주식시장의 거래량 확대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과거 데이터도 이를 뒷받침한다. 2023년 이전 우리나라에서 공매도가 전면 금지된 건 총 3차례였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2008년 10월 1일~2009년 5월 31일), 유럽 재정위기가 터진 2011년(211년 8월 10일~11월 9일), 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한 2020년(2020년 3월 16일~2021년 5월 2일)이었다.
2009년 공매도 재개 3개월 후 코스피지수는 14.6% 상승했고, 외국인 투자자의 순매수세(누적 기준)는 11조6000억원에 달했다. 2011년 공매도를 재개하고 3개월이 흐른 뒤에도 코스피지수는 3.7% 올랐고, 외국인 투자자는 5조원의 순매수세를 기록했다. 공매도를 재개하는 게 국내 증시에 악재로만 작용하는 건 아니라는 얘기다.
■관점➌ 부정론 = 그럼에도 1년 6개월간 사라졌던 공매도를 재개하는 걸 우려하는 목소리는 적지 않다. 특히 공매도라면 치를 떠는 개인투자자들이 많다. 공매도가 활개 치면 주가가 하락하고 증시의 변동성이 커질 게 뻔해서다. 이미 시장에선 최근 급등세를 기록한 방산·조선·원전주 등이 공매도 세력의 먹잇감이 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이 불법 공매도를 막기 위해 구축한 '공매도 중앙점검시스템(Naked Short Selling Detecting System·NSDS)'을 향한 의구심도 여전하다. NSDS가 불법 공매도를 찾아내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기관투자자가 공매도 잔고를 NSDS에 보고하면 거래소는 이를 바탕으로 불법 공매도 여부와 누락된 보고가 있었는지 검토한다. 여기서 문제가 발견되면 기관투자자에게 통보하고, 소명자료를 받아 검토한 후 불법 공매도 여부를 판단해 처분한다.
금융당국은 외국인 전체 공매도 거래량의 90% 이상을 외국계 투자은행(IB)이 차지하는 만큼 불법 공매도를 차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2월 "과거 불법 사례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99% 확률로 적발할 수 있었다"며 "무차입 공매도를 차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 | 뉴시스]
하지만 시장의 의견은 다르다. NSDS가 사후 적발 시스템이라는 한계점을 갖고 있다는 게 이유다. 정의정 한국투자자연합회 대표는 "금융당국의 NSDS에 참여하지 않은 기관투자자의 공매도는 적발이 불가능하다"며 "전산시스템 구축 관리 대상에서 제외되는 공매도 잔고 10억원 이하 기관투자자는 여전히 NSDS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개인투자자들이 NSDS를 성근 그물이라고 평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며 "미흡한 부분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매도를 재개해도 외국인 투자자 자금이 국내 증시로 유입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애널리스트는 "공매도 재개로 인한 외국인 투자자 자금의 유입은 증시가 정상적인 상황일 때 가능한 일"이라며 "지금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미 증시가 연일 출렁이고 있고, 위험자산보다 안전자산의 비중을 높이려는 움직임이 강한 시기"라고 말했다.
그는 "당연히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주식 투자 비중도 감소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공매도 재개의 영향을 예단하긴 어렵지만 단순히 공매도를 재개한다고 해서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이 크게 증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면 재개를 앞둔 공매도는 국내 주식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아직 기대보단 우려가 크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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