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양자 위성보다 10배 가볍고 45배 저렴
한국도 양자 통신 집적화 모듈 연구 중
인공위성을 통해 전세계가 양자 정보 통신으로 연결된 가상의 모습./챗GPT4o
중국이 초소형 인공위성으로 지구 반대편에 양자 이미지를 보내는 데 성공했다. 본격적인 양자통신 시대의 서막을 여는 연구 결과다.
판젠웨이 중국과학기술대 교수 연구진은 20일 초소형 위성인 ‘지난-1(Jinan-1)’을 활용해 중국 베이징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까지 약 1만3000㎞ 거리에서 양자통신 실험을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이날 국제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실렸다.
양자통신은 미시세계에 적용되는 양자역학 원리를 정보를 안전하게 주고받는 기술이다. 양자 키 분배(QKD, Quantum Key Distribution) 방식이 대표적이다. 이 기술은 송신자와 수신자가 양자 상태의 암호 키를 공유하는데, 만약 제3자가 도청을 시도하면 양자 상태가 즉시 변형되면서 도청 여부를 실시간으로 탐지할 수 있어 보안성이 매우 높다.
양자통신은 상용화 가능성이 이미 입증돼 광섬유를 활용한 유선 방식으로 일부 정부기관과 은행 등에서 사용 중이다. 하지만 광섬유는 빛(광자)을 일부 흡수하기 때문에 200㎞ 이상의 장거리 통신 거리에 한계가 있었다. 이 같은 제약을 극복하기 위해 공기 중으로 광자를 전송하는 무선 양자 통신, 특히 위성을 이용한 기술 개발이 활발히 진행 중이다.
연구진은 지난-1을 통해 베이징의 건물 옥상에서 남아공 스텔렌보스대 옥상까지 양자 암호 키를 전송했다. 수신자는 암호 키를 이용해 양자 암호화된 사진을 성공적으로 풀었다. 지난-1을 활용한 QKD는 기존 위성보다 생성 속도와 효율이 향상돼, 지구 반대편까지도 안정적인 양자 키 전송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특히 양자통신의 경제성도 높였다. 이번에 쓴 지난-1 위성은 2016년 중국이 세계 최초로 발사한 양자통신 위성 ‘무쯔(墨子·묵자)’보다 10배 가볍고 45배 저렴하다. 지상 수신 장비도 기존 13t에서 100㎏으로 소형화했다.
앞서 판젠웨이 교수는 2017년 무쯔를 통해 중국 안에서 2600㎞ 거리 무선 양자 통신을 성공시킨 바 있다. 이듬해엔 오스트리아 빈대학의 안톤 차일링거 교수가 무쯔를 이용해 중국 베이징 동북부 싱룽과 7600㎞가량 떨어진 오스트리아 빈 남쪽 그라츠 사이의 대륙 간 양자암호통신을 성공시켰다. 이번에는 통신 거리를 두 배 가까이 늘렸다.
윤천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양자기술연구본부장은 “중국은 정부 주도의 대규모 투자를 통해 양자 통신 기술을 이미 상용화 단계까지 끌어올렸다”며 “현재는 양자 모듈의 소형화와 실용화를 위한 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국내에서도 양자 통신 연구는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ETRI는 양자 통신 산업 활성화를 위해 ‘양자 통신 집적화 모듈’ 기술을 개발 중이며, 손바닥 크기의 ‘CFP2 모듈’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 모듈은 유선과 무선을 모두 지원하면서도 통신망 적용에 용이해 상용화 가능성도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윤 본부장은 “양자 통신 집적화 모듈은 기술 난이도가 매우 높아 우리가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며 “관련 산업이 본격적으로 활성화되면 한국도 기술 선도국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참고 자료
Nature(2025), DOI : https://doi.org/10.1038/d41586-025-005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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