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TV 고영욱 기자]
<앵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우리 증시 사상 최대 규모인 3조6천억원의 유상증자를 단행하기로 하면서 그룹주까지 곤두박질치고 있습니다.
금융감독원은 이번 유상증자가 시장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중점심사 대상으로 심사할 계획입니다.
관련 내용 산업부 고영욱 기자와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고 기자, 가장 궁금한 게 이겁니다. 대규모 유상증자 왜 지금 하는 겁니까. 배경이 뭔가요.
<기자>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급변하는 세계정세와 방위산업 시장에 대처하기 위한 유상증자라고 설명했습니다.
한상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IR 담당 전무는 유상증자 발표 뒤 열린 기업설명회에서 "지금 투자 기회를 놓치면 지금 자리를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뒤로 밀려버린다는 경영진 판단이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세계 각국이 방위비 예산을 늘리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자국 방산 생태계 회복 전략을 펼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우리가 쓸 무기는 우리가 만들겠다는 겁니다. 대표적으로 유럽의 경우 2023년 기준 EU 밖에서 조달한 무기가 78%였는데 오는 2030년까지 50%를 EU내에서 조달한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이런 경영 환경의 변화에 따라 현지 생산 투자 필요성이 커졌고요.
방위산업은 개발 단계에서 양산에 이르기까지 10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한 만큼 선제적인 조달과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는 판단입니다.
또 미국이 한국 조선 산업에 우호적인 시각을 갖고 있어서 지금 투자하는 게 적합하는 계산도 깔려있습니다.
다만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중장기 성장 흐름은 유지하겠지만 단기 주가 급락은 불가피하다”, “지난해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1조4천억원 수준임을 고려하면, 3~4년에 걸쳐 진행될 투자 자금을 굳이 유상증자로 조달할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이라는 의견을 내놨습니다.
<앵커> 이렇게 조달한 자금은 구체적으로 어디에 쓰는 겁니까.
<기자> 해외 방산 거점에 쓸 예정입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사업모델이 비슷한 독일의 라인메탈과 비교했을 때 영업이익은 지난해 기준 라인메탈의 80% 수준이지만 시가 총액은 40%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유는 라인메탈이 10개국 이상 더 많은 글로벌 생산 거점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추정했는데요.
1조2천억 원은 시설투자에, 2조4천억 원은 M&A나 조인트벤처 투자로 집행해 기업가치를 높이겠다는 목표를 내놨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오는 2032년까지 전세계에서 1500만 발 이상의 탄약 공급 부족이 예상되는 만큼 9천억원을 투자해 국내 탄약 스마트팩토리와 주요 사업장 설비에 쓰겠다는 계획이고요.
미국이나 유럽에서 K9자주포와 다연장로켓 천무 등의 지상방산물자를 생산하는데 1조원, 동유럽과 사우디아라비아 현지의 경쟁력 있는 방산업체와 조인트벤처를 만들고 천무 등을 생산하는 계획에 6천억원 투입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또 최근 호주 자회사를 통해 현지 조선사 오스탈 지분을 9.9% 취득하기도 했는데요. 이 회사는 미국 군함을 만드는 곳이고요. 이때 들어간 자금을 포함해 8천억 원을 해양 방산에 투자할 계획입니다.
이런 투자를 통해 오는 2035년 연결기준 매출 70조원, 영업이익 1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습니다.
<앵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최대주주가 (주)한화 아닙니까. 이번 유증엔 참여하나요.
<기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지분구조를 보면 (주)한화가 약 34% 보유한 최대 주주입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일가가 개인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한화에어로 지분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주주배정인 만큼 최대 주주인 한화는 조만간 이사회 열고 유상증자 참여여부를 결정하게 됩니다. 이사회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상 최대 유증인 만큼 사전 교감이 있었을 것으로 보이고요.
한화에 배정된 몫은 지분율 대로 계산하면 9,777억원, 약 1조원입니다.
한화는 지난해 말 연결기준 8조8,400억원(별도기준 1,867억원)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최종 실권주는 주관 증권사인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6:4로 나눠 인수키로 한 만큼 목표 자금 조달은 가능할 전망입니다.
<앵커> 이번 유상증자가 경영권 승계와 연관되는 점은 없습니까?
<기자> 유상증자 시점상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13일 한화에너지와 한화임팩트가 보유하고 있는 한화오션 지분을 1조3천억원을 주고 사왔습니다.
한화에너지는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3형제가 지분을 100% 보유한 비상장 회사로 한화그룹 경영권 승계의 핵심입니다.
말하자면 총수 일가를 현금으로 ‘엑시트’ 시켜준 셈인데 이 돈은 지배력 강화에 쓰일 가능성이 적지 않습니다.
그리고 나서 이번에 대규모 유상증자를 발표했으니 주주에게 손을 벌린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습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주총회는 오는 25일 열립니다.
<앵커> 잘들었습니다. 산업부 고영욱 기자였습니다.
고영욱 기자 yyko@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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