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보다 수천 배 적은 컴퓨팅 자원으로 훨씬 더 빠르고 정밀한 날씨 예보가 가능한 인공지능(AI) 기술이 개발됐다. 날씨 예보 모델을 표현한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기존보다 수천 배 적은 컴퓨팅 자원으로 훨씬 더 빠르고 정밀한 날씨 예보가 가능한 인공지능(AI) 기술이 개발됐다. 일반 데스크톱 컴퓨터를 사용하는 개인 연구자도 고정밀 날씨 예보를 제공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21일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애드바크 웨더(Aardvark Weather)’라는 AI 기반 예보 시스템은 전 세계 기상관측소, 위성, 기상관측 풍선, 선박, 항공기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학습해 기상 예측 모델을 제공한다. 기존 시스템처럼 복잡한 다단계 처리 과정이나 슈퍼컴퓨터가 필요하지 않다.
기존 전통적인 예보 시스템은 예보할 지역이나 국가에 적합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수년이 걸린다. 관측된 데이터를 처리해 실제 예보를 만드는 데에도 슈퍼컴퓨터가 수 시간씩 작업을 수행해야 한다.
기존 AI 기반 기상예측 기술의 경우 주로 수치해석 과정의 일부를 인공신경망(ANN)으로 대체하는 방식으로 발전했다. 예보 속도와 정확도를 끌어올렸지만 여전히 예보 지역에 대한 초기 조건 설정 등 단계에서 기존 수치모델(NWP) 시스템에 의존해야 하는 한계가 있었다. 수치모델은 지구 대기의 움직임을 물리 법칙으로 계산해 날씨를 예측하는 시스템이다.
20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된 관련 논문에 따르면 애드바크 웨더는 AI가 날씨 패턴을 학습한 기계학습(머신러닝) 기반 예보 시스템이다. 복잡한 물리 법칙을 직접 계산하지 않아도 학습한 기상 데이터를 바탕으로 패턴을 도출해 예보를 내놓는 방식이다.
이러한 방식을 통해 여러 단계로 나뉜 복잡한 예보 과정을 한 과정으로 통합했다. 관측 데이터 수집, 초기조건 설정, 수치모델 계산, 지역별 날씨 예보 재구성 등 일련의 과정을 한번에 수행한다. 중간에 수치 계산이나 예보를 만들기 위한 재구성 과정 없이 관측 데이터를 곧바로 예보로 만드는 것이다. 이를 통해 예보 모델 도출에 필요한 컴퓨터 자원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예보 속도, 정확도, 비용도 비약적으로 개선했다. 리처드 터너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기존 방식과 완전히 다른 접근으로 날씨 예측 방식 자체를 바꾸게 될 것”이라며 “현재는 5일 예보가 일반적이지만 향후에는 8일 예보도 가능하고 초국지적 예보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애드바크 웨더는 특정 산업이나 지역에 맞춤형 예보를 빠르게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아프리카 농업을 위한 기온 예측, 유럽의 재생에너지 기업을 위한 풍속 예측 등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애드바크웨더가 기존 시스템이 사용하는 데이터의 10%만으로도 미국 국가기관의 글로벌예보시스템(GPS)보다 일부 항목에서 더 뛰어난 성능을 보였다고 밝혔다. 미국 기상청의 예보 시스템과도 유사한 수준의 예측력을 입증했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 결과를 담은 논문의 제1저자인 안나 앨런 케임브리지대 박사후연구원은 “애드바크 웨더는 허리케인, 산불, 토네이도와 같은 자연재해는 물론, 공기 질, 해양 동역학, 해빙 예측 등 기후 관련 문제 전반에 걸쳐 예보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참고 자료>
- doi.org/10.1038/s41586-025-08897-0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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