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개미 5% 수익낼때, 서학개미 -20%
올 들어 투자 수익률 역전
잘나가던 M7 상승세 꺾이고
2~3배 레버리지 투자 부메랑
국내 증시는 가파르게 반등
작년에 울던 동학개미 '화색'
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게티이미지뱅크
해외 주식 투자자의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고 있다. 국내 주식 투자자가 올 들어 5% 가까이 수익을 낸 반면 해외 주식 투자자는 원금을 약 14% 까먹고 있다. 미국 주요 기술주가 큰 폭으로 하락한 데다 2~3배짜리 레버리지형 상장지수펀드(ETF) 비중이 높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1일 NH투자증권에 따르면 해외 주식 거래 계좌의 평균 수익률은 -13.96%를 기록 중이다. 특히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서학개미 손실률은 19.64%에 달했다. 이 증권사 해외 주식 계좌 68만6462개(63만9607명)의 올해(1월 1일~3월 14일) 수익률을 평균 낸 결과다. 해외 투자에서 미국 비중은 91.6%를 차지했다.
반면 국내 주식 거래 계좌 301만8350개(257만4507명)의 같은 기간 수익률은 4.67%였다. 작년과 비교하면 완전히 달라진 결과다. 작년 국내 주식 계좌 평균 수익률은 -16.79%, 미국 주식 계좌는 30.53%였다.
서학개미의 올해 손실률이 S&P500지수(-4.13%)와 나스닥지수(-8.06%) 하락폭보다 훨씬 큰 게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테슬라 등 일부 종목 편중이 심하고, 고위험 상품 비중이 높다는 의미여서다. 서학개미가 들고 있는 미국 주식 중 테슬라 비중은 약 16%다. 테슬라 주가는 작년 말 고점 대비 반토막 났다. 고위험 레버리지 ETF를 대거 담은 것도 수익률 악화의 원인이다. 올해 서학개미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 중 4개가 레버리지 ETF였다.
전문가들은 작년 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미국 증시 대세론’에 베팅한 서학개미 대부분이 손실을 보고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올 1월에도 서학개미 순매수액(40억7840만달러)은 월별 기준 역대 두 번째였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빅테크 주식이 ‘무조건 불패’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며 “어떤 자산이든 가파르게 올라가면 빠르게 조정받기 마련”이라고 조언했다.
테슬라 2배ETF 절반은 서학개미 보유…'고수익 조급증'에 수익 나락
2~3배 레버리지 투자 부메랑…고위험 쏠림이 수익률 갉아먹어
지난해까지 승승장구한 서학개미가 올 들어 최악의 수익률을 기록한 건 미국 주식시장에서 고위험 상품에 집중 투자했기 때문이다. 단기에 고수익을 내야 한다는 조급증에 빠진 서학개미가 테슬라나 암호화폐, 양자컴퓨터 관련 테마주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채워 S&P500지수 하락률보다 훨씬 높은 손실을 냈다는 분석이다. 장기 보유하면 손실률이 눈덩이처럼 쌓이는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를 대거 매수한 것도 수익률을 갉아먹은 원인으로 꼽힌다.
◇ 고위험 상품에 빠진 서학개미
한국예탁결제원 등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테슬라의 하루 수익률을 두 배 추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테슬라 불 2X’(TSLL) ETF의 서학개미 보관금액은 13억4733만달러다. 이 상품 시가총액(29억1000만달러)의 46.3%에 달한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 하루 수익률의 세 배를 추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X’(SOXL)의 23.31%는 서학개미가 들고 있다. 이 밖에 엔비디아 하루 수익률의 두 배를 추종하는 ‘그래닛셰어즈 2X 롱 엔비디아 데일리’(NVDL)의 서학개미 보유 비중은 15.93%에 달한다.
짧은 기간 고수익을 추구하는 국내 투자자들이 해외 레버리지형 상품 투자로 몰렸다는 해석이 나온다. 국내에선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를 금지하고 있지만 미국에선 이런 제약이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레버리지 ETF는 상승장에서 고수익을 올릴 수 있지만 하락장에선 손실이 눈덩이처럼 커진다. 예컨대 추종 지수나 종목이 100에서 110으로 상승했다가 다음날 다시 100으로 떨어지면 일반 ETF는 원금을 지킬 수 있지만 두 배 레버리지 ETF는 120으로 상승한 뒤 96으로 급락하는 방식이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수익에 대한 집단적 조급증이 해외 레버리지 투자에 쏠리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경기 침체 가능성이 커지며 미국 증시 상승률이 꺾이자 서학개미가 많이 담고 있는 레버리지 ETF는 대부분 급락세를 보였다. 테슬라 수익률을 두 배로 추종하는 TSLL은 올 들어 72.34% 급락했다. NVDL은 32.52%, SOXL은 27.02% 떨어졌다.
◇ 주가 급락하자 “더 담자”
등락폭이 상대적으로 큰 고위험 종목 쏠림 현상도 서학개미의 평균 수익률을 갉아먹었다. 최근 서학개미가 주로 사들인 테마는 테슬라, 인공지능(AI) 기술주, 암호화폐 관련주, 양자컴퓨터 관련주 등이다. 이 중 양자컴퓨터 기술업체 아이온큐 지분 32.34%를 서학개미가 들고 있다.
일각에선 서학개미가 시가총액이 작은 미국 특정 테마주를 좌지우지할 만한 총알을 갖췄다고 평가한다. 미국 자산운용사 아카디안의 오언 러몬트 수석부사장은 지난해 말 리게티컴퓨팅 주가가 한 달 새 다섯 배 넘게 오른 게 서학개미의 집중 매수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11~12월 서학개미는 이 주식을 7539만달러어치 순매수했다. 러몬트 부사장은 “한국 개인투자자들이 변동성의 유일한 원천은 아니지만 주가 상승세에 기름을 부은 건 분명하다”며 “빠르게 부자가 되기 위해 한국 투자자들은 엄청난 위험을 감수하고 있다”고 했다. 이후 리게티컴퓨팅 주가는 55% 급락했다.
등락폭이 큰 대표 기술주인 테슬라를 대거 들고 있는 것도 수익률의 발목을 잡았다. 서학개미가 보유한 미국 주식 중 테슬라 비중은 약 16%다. 판매 부진과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의 정치 성향으로 인해 테슬라 주가는 올 들어 41.50% 떨어졌다.
주가 급락에도 서학개미는 아랑곳하지 않고 ‘물타기’ 중이다. 이달 들어 미국 주식 약 31억5619만달러어치를 순매수했다. 순매수 1위는 역시 테슬라(8억3599만달러)다. 2위는 TSLL(5억8578만달러), 3위는 SOXL(3억8607만달러)이다.
심성미/조아라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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