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주하는 차이나 테크] 테크 굴기 이끄는 中의 휴먼 파워
중국은 최근 인공지능(AI)과 양자컴퓨터, 바이오 등 최첨단 분야에서 세계 최고·최초 기록들을 써내려 가고 있다. 수년 전까지만 해도 중국의 이런 기술들은 데이터에 대한 불신, 결과 검증의 어려움 때문에 중국 밖에서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엔 세계적 학술지에 게재되고, 미국·유럽 등 선진국의 테크 산업 현장의 검증을 통과하고 있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중국의 ‘토종 천재’들이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미국 새너제이에서 열린 연례 개발자 회의(GTC 2025)에서 중국의 AI 기술력을 극찬하며 “미국 AI 연구자의 50%가 중국인이다. 미국의 모든 AI 연구소에서는 예외 없이 뛰어난 중국 출신들이 있다”고 했다. 21일 미국 싱크탱크 매크로폴로에 따르면, 전 세계 상위 20% AI 연구원 중 절반에 가까운 47%는 중국인이다. 3년 전(29%)보다 크게 증가했고, 미국(18%)을 압도한다.
그래픽=김성규
◇中 생성형 AI 특허, 미국의 6배
지난 4일 중국과학원 산하 중국과학기술대학 연구팀은 초전도 양자 컴퓨터 ‘쭈충즈(祖沖之) 3호’를 선보였다. 연구진은 현존 최고 수퍼컴퓨터인 미국 ‘프런티어’보다 1억배 이상 빠른 연산 성능을 보였다고 했다. 이 연구 결과는 미국의 세계적 물리학 학술지 ‘피지컬 리뷰 레터’에 실렸다. 이 학술지 심사위원은 “최신 수준의 초전도 양자 컴퓨터를 구축했다”고 평가했다. 개발을 주도한 사람은 중국과학기술대 판젠웨이 교수다. 2017년 ‘네이처 선정 10인’에 이름을 올리며 ‘중국 양자의 아버지’로 불린다. 중국 저장시에서 태어나 중국과학기술대에서 공부한 뒤 중국과학원·세계과학원에서 근무하며 연구 활동을 해왔다.
젊은 천재들의 약진도 두드러진다. 지난 1월 저비용·고성능 AI 모델로 테크 업계에 충격을 준 딥시크는 창업자 량원펑(40)과 핵심 개발자 뤄푸리(30)의 손에서 탄생했다. 특히 뤄푸리는 베이징사범대학 전자공학과에 입학한 뒤 독학으로 코딩 언어를 익혔다. 이후 베이징대 컴퓨터언어학 연구소에서 석사과정을 밟으며 2019년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학술 대회에서 논문을 발표했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은 “중국의 AI 개발자들은 자국 내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며 살아남은 인재들”이라며 “만나보면 그들의 자신감은 입이 벌어질 정도”라고 했다.
중국 인재들은 경쟁적으로 신기술을 쏟아내고 있다. 최근 10년간(2014~2023년) 생성형 AI 관련 특허 출원 건수는 중국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3만8210건으로 2위 미국(6276건)의 6배에 이른다. 특허 출원 수만큼이나 AI 각 분야에서 최상위 기술력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픽=김성규
◇휴머노이드 시장도 33% 점유
로봇 산업은 중국이 세계 시장을 이끌고 있다. 중국은 세계 산업용 로봇 점유율 52.5%(2022년 기준)를 기록하는 등 11년 연속 세계 최대 산업용 로봇 시장을 유지하고 있다. AI 기술 개발로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는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 포럼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27억6000만위안인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 규모는 2029년엔 750억위안을 돌파하며 전 세계 32.7% 점유율을 보일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물 중 한 명은 ‘천재 소년’ 소리를 듣는 펑즈후이(32)이다. 화웨이가 과학기술 분야 인재 확보를 위해 도입한 ‘천재 소년’ 프로젝트에 선정됐던 인물이다. 2020년 화웨이에 입사했을 때 그의 초봉은 4억원 수준. 하지만 그는 2년 만에 화웨이에 사표를 낸 뒤 로봇 전문 회사 ‘즈위안로봇’을 차렸다.
이 회사가 지난해 공개한 휴머노이드 로봇 ‘위안정 A2’는 테슬라의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와 격차가 크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즈위안로봇은 작년 말까지 960대가 넘는 로봇을 생산했고, 최근 대량생산을 시작했다.
양자 분야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다. 밸류넥스와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양자 컴퓨터 분야 특허 순위는 작년 10월까지 중국의 오리진퀀텀이 394건으로 1위다. 이어 IBM(379건), 중국 바이두(291건), 구글(182건), 마이크로소프트(176건) 순이다. 중국과 미국이 사실상 양분하고 있는 셈이다. 오리진퀀텀을 이끄는 인물은 창업자이자 수석 과학자인 궈궈핑 중국과학기술대 교수다. 지난해 중국 최초 양자 컴퓨터 기반 의료 연구 기관을 설립하는 등 양자 기술의 각 분야 적용과 인재 양성에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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