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더우반에 올라온 넷플릭스 ‘폭싹속았수다’ 리뷰 화면.
한한령(限韓領)으로 한국 콘텐츠를 공식적으로 접할 수 없는 중국 네티즌의 ‘도둑 시청’이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한한령이 해제돼 K-콘텐츠를 정식으로 수출하는 것이 해법이 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아울러 최근 영화 ‘너자2’를 아시아 영화 최초, 전세계 영화 흥행 순위 톱5에 올린 중국 거대 시장이 K-콘텐츠의 위기를 타개할 활로가 될 것이란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배우 아이유·박보검 주연작 ‘폭싹 속았수다’가 인기를 끌자, 최근 중국 콘텐츠 리뷰 사이트 더우반(豆瓣)에 리뷰 화면(사진)이 만들어졌고, 약 3만 건의 리뷰가 게재됐다. 현재 중국에서는 넷플릭스가 정식 서비스되지 않기 때문에 명백한 불법 유통이다.
‘폭싹 속았수다’에 앞서 ‘오징서 게임2’ 등 유명 K-콘텐츠 등이 무분별하게 중국 시장에서 불법 유통된 바 있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중국 내에서는 ‘도둑시청’이 이제는 일상이 된 상황"이라며 "이런 행위에 대해 어떠한 부끄러움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 더 기가 막힐 따름"이라고 비판했다.
이같은 문제는 오래 전부터 제기됐지만 양측의 문화 교류가 끊인 상황에서 마땅한 해결책 찾을 수 없었다. 업계 관계자들은 "한한령 해제가 답"이라고 입을 모은다. 과거 드라마 ‘태양의 후예’, ‘별에서 온 그대’가 중국에 직접 수출되고 패션·관광·OST 등 부가 사업이 활성화됐듯, 공식적으로 판권을 사들인 중국 기업에서 직접 이를 관리해야 음성적인 유통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한령 해제는 K-콘텐츠 불법 유통을 넘어 침체기에 빠진 엔터테인먼트 시장 전체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애니메이션 ‘너자2’는 최근 3조 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하며 역대 중국 영화 최고 흥행 기록을 갈아치웠다. 아울러 전 세계 영화 흥행 랭킹을 통틀어도 ‘아바타’ 시리즈와 ‘어벤져스:엔드게임’, ‘타이타닉’ 등에 이어 톱5권에 진입했다. 누적 매출도 3조 원을 돌파했다.
글로벌 박스오피스 집계 사이트 모조에 따르면, ‘너자2’의 매출 중 99%는 중국에서 발생했다. 14억 인구가 가진 맨파워가 재차 입증된 셈이다. K-콘텐츠 시장이 넷플릭스 자본에 종속, TV 등 국내 플랫폼 약화, 광고 판매 축소 등 3중고를 겪고 있는 상황 속에서 중국 시장이 궁극적인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한한령 해제가 선행돼야 한다. 냉각기를 갖던 한중 관계에는 훈풍이 불고 있다. 21일 일본으로 출국한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한·중·일 외교장관회의를 갖는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양자회담도 열린다. 이 자리에서 문화 교류에 대한 이야기가 오갈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오는 11월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맞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논의도 진행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중국이 한한령을 중단하며 K-콘텐츠의 중국 유통을 허락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안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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