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건조한 날씨와 강풍 속에 전국 곳곳에서 산불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해 진화작업 중이던 대원 2명이 숨지고 2명이 실종됐다. 주민 수백 명이 대피하는 상황이 빚어지자 산림청은 산불 재난 국가위기경보 '심각' 단계를 발령했다.
22일 산림청에 따르면 이틀째 계속되는 경남 산청 산불에 특수진화대와 전문진화대를 비롯해 공무원·경찰·소방·군인 등 1300여 명과 장비 120대가 투입됐지만 큰 불길을 잡지 못했다. 건조한 대기와 산 정상에서 부는 초속 10m 이상의 강한 바람으로 이날 오후 1시 70%였던 진화율은 오후 5시 35%까지 떨어졌다. 산불영향 구역은 290ha로 더 넓어졌고, 전체 화선도 18km로 확대됐다.
산청군 시천면 화재 현장에서는 진화작업을 하던 창녕군 소속 진화대원 2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이들과 함께 진화에 나섰던 대원 1명과 공무원 1명도 연락이 두절돼 소방 당국이 현장을 수색하고 있다. 이들은 역풍이 불며 고립돼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진화대원 5명과 주민 1명 등 6명이 다쳤다.
산불로 산청 7개 마을 주민 213명이 전날 대피한 데 이어, 이날도 8개 마을에 추가 대피령이 내려졌다. 헬기가 뜰 수 있는 일몰 전까지 큰불을 잡지 못하면서 화재가 장기화할 것으로 예측된다.
경북 의성군 안평면 괴산리 야산 정상에서도 이날 오전 11시 24분께 산불이 발생해 산림 당국이 대응 '3단계'를 발령하고 진화 중이다. 성묘객이 묘지를 정리하던 중 불을 냈다고 119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야산 정상에서 시작된 불은 초속 5.6m 강한 바람을 타고 동쪽으로 8km가량 떨어진 의성읍 방향으로 번지고 있다. 특수진화대 등 인력 596명과 소방차 등 장비 63대를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진화율은 30% 정도다.
의성읍 철파리 주민 100여 명과 한 요양병원 환자와 관계자 등 70여 명이 의성체육관으로 대피했다. 요양병원 환자 일부는 안동지역 병원으로 이송됐다. 화재로 중앙선 의성∼안동역 구간 열차 운행도 오후 3시 45분부터 중단됐다. 산불에 따른 영향 구역은 130ha로 집계됐다.
울산 울주군 온산읍 야산에서도 이날 낮 12시 12분께 산불이 발생해 산림청이 '2단계'를 발령하고 진화하고 있다. 불이 나자 인근 마을 2곳에 거주하는 46가구 80명의 주민이 대피했다. 화재 현장과 인접한 부산울산고속도로 온양나들목 인근 양방향 도로 통행이 통제됐다가 해제되기를 반복했다. 현재까지 진화율은 30%이고, 피해 면적은 약 35ha다.
식사하는 이재민과 자원봉사자들 (산청=연합뉴스) 김동민 기자 = 경남 산청에서 올해 들어 처음으로 발생한 대형 산불이 이틀째로 접어든 22일 산청군 한국선비문화원에서 이재민과 자원봉사자들이 식사하고 있다. 2025.3.22 image@yna.co.kr (끝)
산림청 실시간 산불정보를 보면 오후 7시를 기준으로 이날 발생한 크고 작은 산불은 총 30건으로 현재 6건의 불이 진화되지 않은 상황이다.
앞서 대구 북구 국우동 야산에서 이날 오전 10시 8분께 불이 났다가 1시간 20분 만에 꺼졌고, 강원 정선군 덕천리 야산에서도 이날 오후 2시 55분께 불이 났다가 1시간 45분여 만에 진화됐다. 경기 동두천시와 연천군 2곳에서도 불이 났다가 진화됐고, 전남 보성군에서도 산불이 3건 잇따라 발생했다가 대부분 진화가 완료됐다.
산림청은 이날 전국 곳곳에서 산불이 잇따르자 충청·호남·영남지역의 산불재난 국가위기경보를 '심각' 단계로 상향 발령했다.
행안부는 범정부 차원의 총력 대응을 위해 이날 오후 6시 울산, 경북, 경남에 재난 사태를 선포했다. 재난 선포지역에는 재난경보 발령, 인력·장비·물자 동원, 위험구역 설정, 대피명령, 응급지원, 공무원 비상소집 조치 등이 이뤄진다.
우리나라는 '남고북저'의 기압 속 기온이 높고 건조한 바람이 거세게 불면서 산불이 발생하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졌다. 현재 남쪽엔 고기압, 북쪽엔 저기압이 자리한 기압계가 유지되며 서풍이 불고 있다.
이에 동해안과 영남 내륙 곳곳엔 건조주의보가, 강원 영동과 경북 북동부엔 강풍주의보가 내려졌다. 서풍이 불면 산지가 많은 백두대간 동쪽의 기온이 크게 오르고 대기가 건조해진다. 공기가 산을 타고 오를 때 차고 건조해졌다가 정상을 넘어 내려갈 때 다시 따뜻해지면서 산 아래 지역에 고온 건조한 바람이 부는 '푄현상' 때문이다.
특히 이번 주말엔 따뜻한 공기가 뚜껑처럼 산 위를 덮고 있는 상황이 만들어지면서 백두대간 동쪽으로 고온 건조한 바람이 매우 거세게 불고 있다. 오후 5시 기준 서해안 쪽을 제외한 전국 대부분 지역의 습도가 25% 이하다.
기상청 관계자는 "건조특보가 발효된 동해안과 경상권 내륙, 충북(영동), 제주도에 대기가 매우 건조하겠고 당분간 그 밖의 지역에서도 대기가 차차 건조해지겠다"며 "작은 불씨가 큰불로 번질 수 있으니 화재 예방에 각별히 유의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서울=뉴스1) 김도우 기자 = 고기동 행정안전부 장관 직무대행이 2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울산·경북·경남지역 산불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5.3.22/뉴스1 /사진=뉴스1화상
chlee1@fnnews.com 이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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