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지원 기자]
이병헌 / 사진=텐아시아DB
배우 이병헌이 영화 '승부' 준비 과정에서 조훈현 국수를 실제로 만났던 일화를 전했다.
최근 서울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승부'의 주인공 이병헌을 만났다.
'승부'는 바둑 레전드 조훈현(이병헌 분)이 제자 이창호와의 대결에서 패한 후 타고난 승부사 기질로 다시 한번 정상에 도전하는 이야기. 이병헌은 세계 프로바둑 선수권대회에서 한국 프로바둑기사로는 최초 우승자인 조훈현 역을 맡았다.
조훈현과 이병헌. / 사진제공=바이포엠스튜디오
'승부'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 이병헌은 "실존 인물이 있는 사람 연기는 늘 부담이 있다. 게다가 현역으로 활동하는 분이지 않나"라고 털어놓았다. 2003년 드라마 '올인'에서는 프로 바둑기사 겸 프로 도박사인 차민수를 모델로한 김인하를 연기한 이병헌. 그는 "'올인'에서도 그런 케이스가 있었는데, 공교롭게도 두 분이 절친한 사이다. 그런 두 분의 생애 한 부분을 제가 모두 연기했다는 것도 묘한 인연"이라며 기해했다.
실존 인물 연기에 대해 이병헌은 "기댈 수 있는 부분과 자유롭지 못한 부분, 양면적으로 존재한다. 그 분을 직접 만나 얘기하면서 눈빛이나 버릇 등 그 사람의 것들을 흡수할 수 있다는 것은 장점이다. 허구의 인물은 내가 창조하면서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병헌은 영화를 준비하며 실제로 조훈현 내외를 만나기도 했다. 그는 "국수님과 사람 사는 얘기부터 당시 굵직한 대국들과 그에 임했던 마음가짐, 국수님의 스승 이야기 등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 함께 오신 사모님은 국수님이 자칫 더 깊은 속얘기를 하려고 들면 말리셨다"며 웃었다. 또한 "저는 이야기 자체보다는 국수님의 성격, 심성, 버릇 같은 것들을 관찰하기 위해서 더 애썼다"고 말했다. 발견한 습관이 있냐는 물음에는 "말씀이 많으시더라"며 "자부심과 자신감이 굉장하더라. '나를 중심으로 세상이 돌아간다' 같은 느낌이었다. 저는 그날 거의 말을 못 했고 계속 듣다가 왔다"면서 폭소를 자아냈다.
조훈현은 '승부' 시사회도 왔다고. 이병헌은 "오실 줄 몰랐는데 나타나셔서 놀랐다. 보고 하시는 말씀이 '예고편 보고 난 줄 알았다'고 하더라. 다행이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극 중 제자에게 패배하고 얼빠진 조훈현. 이병헌은 이 장면 속 인물의 감정이 "이 영화의 가장 핵심적인 감정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조 국수님에게도 당시의 심정을 들었다. 당신이 질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고 하더라. '제자가 이겼는데 마음이 어떠냐'는 질문을 받는 장면, 대국장을 도망치듯 나와 바깥 공기를 마시며 허탈해하는 장면. 그 상황과 감정이 영화의 핵심이라고 생각했고 잘 표현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또한 "여간 만족스럽지 않아서 그 신을 찍고 며칠 뒤에도 감독님한테 '다시 찍으면 안 되냐'고 그랬다. 틀려서가 아니가 또 다르게 표현해보고 싶어서 욕심이 생겼다"고 털어놨다.
'승부'는 오는 26일 개봉한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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