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제공
국제학술지 사이언스는 이번 주 표지로 세포막 안에서 수많은 분홍색과 푸른색 분자들이 구조물에 맞춰 정교하게 배열된 이미지를 실었다. 물체의 틈 사이로 에너지 입자처럼 보이는 흐름이 분출되고 있다. 이 입자들은 세포 안 에너지 공장의 작동을 시각화한 것이다. 마치 거대한 수력발전소의 터빈처럼 세포 속 미토콘드리아가 분자 기계를 이용해 에너지를 생산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미토콘드리아는 식물, 동물, 인간을 포함한 대부분 생물의 세포 속에 존재하는 '에너지 발전소'다. 미토콘드리아는 우리가 호흡으로 들이마신 산소와 음식 속 탄수화물을 이용해 세포 에너지인 아데노신 삼인산(ATP)을 생산한다. 이 과정은 호흡 복합체 단백질들이 수행한다.
그간 호흡 복합체 단백질들이 세포 내에서 어떻게 배열되고 협업하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과학자들이 전자현미경을 통해 이들 단백질이 '슈퍼복합체'라는 거대 단위로 결합돼 작동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벤 엥겔 스위스 바젤대 교수 연구팀은 초저온 전자단층촬영 기술을 활용해 미토콘드리아 내부의 에너지 생산 구조를 전례 없는 해상도로 관찰하는 데 성공하고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21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연구팀은 “호흡 단백질들은 미토콘드리아 막의 특정 영역에 밀집해 있고 서로 밀착해 하나의 주된 슈퍼복합체를 구성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미경으로 슈퍼복합체 개별 구조가 뚜렷하게 관찰됐으며 이들이 어떻게 에너지를 생산하는지도 직접 확인했다”고 말했다.
슈퍼복합체는 미토콘드리아 막을 가로질러 수소이온을 이동시키는 펌프 역할을 했다. 이렇게 생성된 수소이온 흐름은 수차(水車)처럼 ATP 합성 복합체를 돌려 에너지를 만들어냈다.
연구팀은 “모든 호흡 단백질이 실제로 슈퍼복합체로 조직돼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며 “이러한 구조 덕분에 ATP 생산의 효율이 높아지고 전자 흐름이 최적화되며 에너지 손실이 줄어드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한 연구팀은 미토콘드리아의 막 구조가 많은 주름을 가진 형태임을 관찰했다. 막 주름이 많을수록 호흡 복합체를 더 많이 수용할 수 있어 에너지 생산 능력이 커진다.
연구팀은 향후 이 복합체들이 서로 연결돼 있는 이유와 세포 호흡 효율 향상에 미치는 영향을 더 자세히 분석할 계획이다. 연구팀은 "다른 생물에서도 이 복합체 구조를 조사하면 그 진화적 적응 방식과 기능을 더 넓게 이해할 수 있으며 복합체에 이상이 생겼을 때 인간 질환이 발생하는 원인을 밝히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참고 자료>
- doi.org/10.1101/2024.09.03.610704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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