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범식 LG유플러스 대표가 지난 19일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LG유플러스 제공
“인공지능(AI)이 뇌라면 통신은 신경망입니다. 결국 하나로 움직일 수밖에 없습니다.”
홍범식 LG유플러스 대표는 지난 19일(현지시간) 실리콘밸리에서 국내 취재진과 만나 “뇌(AI)가 급속도로 커지면 주고받아야 하는 정보가 훨씬 많기 때문에 신경(통신)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며 이같이 말했다. 취임 100일을 갓 넘긴 홍 대표는 엔비디아의 연례 최대 콘퍼런스 ‘GTC 2025’ 참석차 실리콘밸리를 찾았다. 그는 “AI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산업과 경제 전반에 영향을 주는 ‘게임체인저’”라며 AI를 사업 중심에 두겠다고 강조했다.
홍 대표는 지난해 11월 출시한 AI 에이전트(비서) ‘익시오’를 앞세워 해외 시장에 적극 진출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홍 대표는 “‘수출’이라는 개념보다는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를 통한 해외 진출을 고민해야 하는 시대”라며 “예전에는 통신사가 해외에 진출하려면 망을 직접 깔아야 했지만 이제는 클라우드 기반으로 해외 통신사들이 부담 없이 우리 서비스를 도입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방미 기간 구글과도 협력 강화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앞서 LG유플러스는 지난달 구글과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발표하고 익시오에 구글 검색과 AI 기술을 접목해 분석·요약·추천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최근 확대하고 있는 스타트업 투자에 대해서는 “미래에 대한 인사이트(통찰력)를 얻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홍 대표는 “기업 간에도 세대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50대에 접어든 대기업이 10대의 스타트업에 투자해서 미래에 어떤 섹터에서 어떤 모델이 나올 것인지를 공부하는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와 달리 스타트업의 성장 속도도 엄청나게 빨라진 만큼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와 협력도 보다 속도감 있게 진행하려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달라진 시대에 걸맞게 경영 방식도 확 바꾸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핵심은 ‘영 컴퍼니(젊은 회사)’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세기의 경영자’로 꼽히는 잭 웰치 전 GE 회장의 “세상의 변화보다 기업의 변화가 빨라도 그 기업은 망하고, 늦어도 망한다”는 말을 인용한 홍 대표는 “세상의 변화를 바짝 쫓아가는 젊은 회사를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 한국 대기업들은 오너가 강하게 이끌어가는 방식이었지만 지금은 CEO 한 사람이 모든 걸 결정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며 “‘내가 제일 똑똑하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구성원들이 원하는 것과 발맞출 수 있도록 CEO인 나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CEO도 ‘원 오브 뎀’(one of them·여러 사람 중 하나)이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홍범식 LG유플러스 대표가 지난 19일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LG유플러스 제공
AI 패권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한 국가 차원의 전략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GTC 2025에서 수만명의 사람들이 2000달러에 달하는 입장료를 내고 엔비디아 광고를 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소비자들에게 우리 제품이 좋다면서 써보라고 하는 방식의 ‘푸시 마케팅(push marketing)’이 아닌 소비자들이 먼저 찾는 ‘풀 마케팅(pull marketing)’의 전형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이어 “GTC에 수많은 글로벌 AI 기업들의 로고가 나오는데 한국 기업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며 “AI 경쟁이 단순히 기업 간 경쟁을 넘어 국가 간 경쟁으로 변모하고 있는 만큼 국가 차원에서도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리콘밸리=송영찬 특파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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