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3구·용산구 인근 지역 뛰던 집값
토허제 재지정 이후 잠잠…"장기적으로 풍선효과"
서울 성동구 옥수동 일대 아파트 모습. 사진=한경DB
"성동구 일부 집주인들은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에 대해 토지거래허가구역이 확대 재지정되고 나서 매물을 거둬들였습니다. 실수요자들은 당분간 지켜보자는 입장입니다. 다만 그간 워낙 집값이 많이 오른 만큼 대체로는 조용한 분위기입니다."(성동구에 있는 한 부동산 공인 중개 대표)
정부의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지정 발표 직후 마포·성동·광진·동작·강동구 등 핵심지 주변 지역 부동산 시장에는 관망세가 확산하고 있다. 예상치 못한 소식이 전해진 후 집주인들은 일단 매물을 거둬들였다. 토허제 폭탄에서 일단 벗어난 만큼 집값이 오를 것으로 기대해서다. 하지만 실수요자들은 뜨뜻미지근하다. 가격이 워낙 많이 오른데다 규제가 집값에 어떤 영향을 줄지 '지켜보자'는 분위기다.
"일단 거둬들여"…핵심지 주변 지역 매물 감소세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지 않은 마포·성동·강동·동작구 등에서는 관망세가 확산하며 매물이 줄어드는 추세가 포착됐다.
24일 부동산 정보제공 앱(응용프로그램) 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광진구 매물은 규제 발표 직전인 18일보다 매물이 1.3% 줄어들었다. 성동구도 1.2%, 마포구도 0.9%, 동작구 0.4% 등 이들 지역 매물이 감소했다.
마포구에 있는 A 공인 중개 대표는 "매물은 거둬들였지만 집값이 치솟을 때 거두는 것과는 다른 분위기"라면서 "집주인도 매수자도 일단은 상황을 관망하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설명했다.
서울 송파구 한 부동산에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관련 내용이 붙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앞서 정부와 서울시는 지난 19일 강남 3구와 용산구 아파트 전체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확대 지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3·19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이와 함께 마포, 성동구 등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지 않은 주변 지역 집값이 과열되면 규제 지역으로 지정할 수 있다고 경고에 나섰다. 서울시가 '초강수'를 두자 일단 이들 지역 부동산 시장 분위기는 가라앉았다.
광진구 광장동 B 공인 중개 관계자는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이후 강남 집값이 상승하자 인근에 있는 광진구 역시 함께 상승 흐름을 타긴 했지만 가격이 너무 올라 숨 고르기에 진입한 상황이었다"며 "여기에 이번 토허제 재지정으로 강남발(發) 상승 흐름이 끊기면서 부동산 경기가 전반적으로 얼어붙을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옥수동 소재 C 공인 중개 관계자는 "집값이 가파르게 오르니 2주 전까지만 하더라도 '계약을 빨리 진행하자'는 등 매수자들의 마음이 급했는데 이번 토허제 재지정 이후 '지켜보자'는 관망세가 짙어졌다"며 "강남 3구와 용산구에 이어 마포, 성동, 강동 등도 규제 지역으로 묶일 수 있단 얘기가 나온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마포·성동·강동구 등도 당분간은 침체 분위기가 이어질 것이라는 게 현장 전언이다.
마포구 아현동에 있는 D 공인 중개 관계자는 "강남권 진입을 목표로 하는 수요자들이 굳이 마포나 성동 쪽으로 넘어오지는 않을 것"이라며 "최근에 집값이 오르면서 서울시에서 단속을 나온다고 하니 공인중개업소들도 영업에 소극적이다. 분위기가 들썩이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강동구 고덕동에 있는 E 공인 중개 관계자도 "최근에 고덕동이나 상일동으로 오려고 고민했던 수요자들이 되려 토허제 재지정으로 '가격이 내리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에 고민하고 있다"며 "이번 대책 발표로 일단은 시장도 잠시 쉬어가지 않겠나"라고 전했다.
성동구에 있는 F 공인 중개 관계자는 "일부 집주인들은 풍선효과를 기대하고 매물을 거두는 경우도 있다"면서도 "다만 매수자들은 약간 미지근한 반응이다. 전화 문의가 오기는 하지만 현장에 직접 찾아와 매물을 보는 등 적극적으로 알아보지는 않는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강남발 상승세 일부 반영…마프자 국평 신고가
흑석동 아파트 단지 및 주택가 전경. 사진=동작구청
이들 지역 대장주 아파트 집값은 이미 강남발(發) 상승세가 번져 고점 부근에 형성된 상태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21일 기준 성동구 옥수동에 있는 '래미안옥수리버젠' 전용면적 84㎡는 지난 2일 23억5000만원에 손바뀜했다. 지난 1월만 해도 19억원에 팔렸던 면적대인데 불과 2달 만에 4억5000만원이 뛰었다. 호가는 25억원에 나온 상황이다.
광진구 광장동에 있는 '광장힐스테이트' 전용 84㎡ 역시 지난 17일 22억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지난 1월 20억6000만원에 팔렸는데, 몇 개월 새 1억4000만원이 뛰었다. 이 면적대 호가 역시 21억5000만원으로 시세보다 약 1억원 높게 책정됐다.
마포구 염리동에 있는 '마포프레스티지자이' 전용 84㎡도 지난 3일 23억9000만원에 매매 계약을 맺어졌다. 지난해 6월만 해도 18억원대에 거래가 됐는데, 8월 22억원대로 단숨에 뛰어오르더니 꾸준히 신고가를 새로 썼다.
동작구 흑석동에 있는 '아크로리버하임' 전용 84㎡도 지난 8일 24억3000만원에 거래돼 지난 1월 거래된 23억원보다 1억3000만원 더 올랐고, 강동구 고덕동에 있는 '그라시움' 전용 84㎡도 지난해 12월 20억4000만원에 거래돼 20억원대로 올라선 이후 올해 들어선 19억원 초중반을 오가며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
"6개월 뒤 봐야…풍선 효과 나타날 수도"
서울 동남권 아파트 전경. 사진=연합뉴스
다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이들 지역으로 수요가 유입되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정보현 NH투자증권 Tax센터 부동산 수석위원은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기간이 당장은 오는 9월까지 6개월에 불과하지 않느냐"며 "지정 기간이 짧기 때문에 실수요자들은 강남권에 진입하기 위해 상황을 지켜보면서 기다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이 장기화하면서 '강남권 진입이 쉽지 않겠구나'는 인식이 확산할 때쯤부터는 이들 지역으로 수요가 몰릴 수 있을 것"이라면서 "물론 장기적 관점에서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IAU 교수)도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지정으로 시장 왜곡은 더 커질 것"이라면서 "서울시가 한시적으로 적용하겠다고 했지만 이후 연장이 반복되면서 결국 마포구, 성동구, 강동구 등 전용 84㎡ 가격이 20억원을 넘어선 곳부터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가격이 오르는 지역은 서울시가 조정대상지역이나 투기과열지구 등 규제지역으로 지정할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 "해당 규제가 거래량은 줄일 수 있지만 가격은 억제하기 어렵다는 게 판명된 이상 서울 주거 선호 지역 집값은 더 오르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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