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의정부 여자 컬링 세계선수권... 선수들 활약 덕분에 순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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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 LGT 세계여자컬링선수권대회가 열리고 있는 의정부실내빙상장의 모습. |
ⓒ 박장식 |
이 정도의 흥행은 예상하지 못했다. 2년 전 강릉에서 도전했던 세계선수권의 실패 탓인지, 조직위원회에서도 '하루 100명만 표를 사도 성공'이라고 예측했는데, 모든 경기를 관람할 수 있는 '올 데이 패스'가 그에 준하게 팔렸을 정도로 성공했다.
16년 만에 대한민국에서 열린 2025 LGT 세계 여자컬링선수권대회가 흥행을 기록하고 있다. 21일 기준 결승전 예매를 포함한 좌석 점유율이 50%를 돌파하는 등 한국에서 열린 컬링 대회 사상 최고의 성공을 기록하고 있다.
2025 하얼빈 동계 아시안 게임에서 전승 우승으로 금메달을 따내며 많은 관심을 모았던 여자 컬링 대표팀 경기도청 '5G'의 활약 덕택이기도 하다. 선수들이 "국가대표 선발전 떨어졌으면 큰일 날 뻔했다"고 말할 정도다.
고민했던 '유료 입장'
이번 대회는 표를 파는 것부터 고민이 상당했다. 대한민국에서 열리는 컬링 대회에서 입장료를 받았던 경기가 애당초 2018 평창 동계 올림픽 이후 처음이었기 때문이었다. 무료입장이냐, 유료 입장이냐를 두고도 조직위원회에서 설왕설래가 이어졌을 정도였지만, 고심 끝에 유료 입장이라는 패를 던졌다.
고민이 있을 법도 했다. 한국에서 컬링이 어떤 종목인지 아는 사람도 많지 않았던 16년 전 강릉에서 열렸던 여자 컬링 세계선수권은 빈 관중석에서 경기를 치렀다. 그리고 2년 전 강릉이 야심 차게 다시 열었던 믹스더블과 시니어 컬링 세계선수권은 갑작스러운 재해로 인해 홍보 기회를 놓쳐 흥행에 실패했다.
'입장권 수수료는 건질 수 있을까' 하는 고민 끝에 시작된 예매. 하지만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대회 개막 이전에 100장으로 한정해 판매했던 전일권(올데이 패스)는 한정 판매 수량을 거의 모두 충족했다. 특히 첫날이었던 지난 15일에는 관중들이 관중석에 꽉꽉 들어찼다.
특히 결승전 및 플레이오프 예매율을 포함하면 전체 티켓의 50%가 넘는 수량이 판매되었거나 점유됐다. 의정부시가 지역민 대상 티켓 할인을 비롯해 도시 곳곳에서 지역 밀착 홍보에 나서는 등 대회 흥행을 위해 노력한 덕분이다.
특히 개막일의 관중 열기에 놀란 조직위원회에서도 발 빠르게 나섰다. 조직위는 많은 관중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플레이오프와 결승전에서의 인파 관리 대책에 나서는 등, 이제는 인파 관리라는 '행복한 고민'을 안고 선수들의 선전을 기대하고 있다.
2009년 세계선수권에 선수로 나섰던 신미성 대한컬링연맹 상임심판은 "16년 전에는 모두가 컬링이 무엇인지도 몰랐으니 경기장에 아무도 없었다"라며 돌아봤다. 그러며 신미성 상임심판은 "지금은 컬링에 대한 인지도도 높아졌고, 중계도 해준다는 사실이 새롭고, 특히 경기장 찾는 분들도 많아 기쁘다"고 말했다.
'신바람' 여자 컬링팀, 메달도 눈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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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잇다른 승리를 기록하며 대회 흥행의 큰 공신이 되고 있는 여자 컬링 대표팀 경기도청 '5G'선수들. |
ⓒ 박장식 |
흥행의 가장 큰 비결에는 대한민국 대표팀 선수들의 선전도 있다. 김은지·김민지·김수지·설예은·설예지로 구성된 여자 컬링 대표팀 경기도청 '5G'은 지난 2월 열린 2025 하얼빈 동계 아시안 게임에서 단 한 번의 패배 없이 우승하면서 대중이 인식하는 한국 컬링의 세계관을 크게 넓힌 주역이 되었다.
그런 선수들이 의정부에서 경기를 치른다는 소식, 그것도 올림픽에 버금가는 권위의 세계선수권에 나선다는 소식은 대회를 향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특히 선수들은 첫 경기인 한일전에서 일본 대표팀 '포르티우스'를 상대로 연장전 끝에 승리를 거두는 등 쾌조의 활약도 이어 나갔다. 특히 선수들이 관중들을 향해 아낌 없이 보여주는 팬 서비스 역시 스포츠를 좋아하는 팬들에게 좋은 요소로 작용했다.
대표팀 선수들은 라운드로빈이 끝나기 전날 이미 플레이오프 진출권을 받아내는 등, 22일과 23일 펼쳐지는 플레이오프와 메달 결정전에서의 활약도 이제는 변수가 아닌 상수가 되었다. 세계 최고에 가까운 선수라는 이름값이 아깝지 않은 활약을 홈에서 펼쳤다.
선수들 역시 힘을 얻었다. 김민지 선수는 "끝나고 나서 한국 관중들이 환호해 주실 때, 태극기가 많이 보일 때 정말 힘이 난다"며, "찾아주시는 분들의 응원이 결승으로 가기 위한 원동력이 된다"며 고마움을 표했고, 설예지 선수 역시 "우리가 잘하는, 열정 넘치는 모습 보고 박수 주셨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잊지 못할 명경기 펼쳐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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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 LGT 세계여자컬링선수권대회가 열린 의정부빙상경기장의 평일 낮 모습. 평일 낮이라는 불리한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많은 관중들이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
ⓒ 박장식 |
부침도 많았고 위기도 많았다. 의정부시 역시 여러 종목의 국내 경기를 치른 적이 많았지만, 신경 쓸 부분이 많은 국제 대회 개최는 처음이었기에 좌충우돌을 겪었다. 대한컬링연맹과 조직위 사무국도 대회 개최 과정에서 여러 어려움 속에 고전했다.
하지만 다행히도 해외 선수들이, 여러 국가를 오간 해외 관중들이 한국이라는 이름값에 걸맞는 대회라는 인상을 받을 수 있었다는 점과, 의정부빙상경기장과 컬링장을 한국만의 장소가 아닌 해외에도 통할 수 있는 장소임을 알렸다는 성과를 얻었다.
이제 대회는 22일과 23일 펼쳐질 플레이오프와 메달 결정전만이 남았다. 특히 스위스와 캐나다의 용호상박뿐만 아니라, 그랜드 슬램 우승 경력이 있어 충분히 상대를 압도할 수 있는 대한민국의 선전도 기대를 모은다. 2025년 의정부가 한국 컬링을 넘어, 세게 컬링에서도 기억할 수 있는 명경기를 남긴 기억으로 남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