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거래허가구역 적용 하루 앞둔 주말…현장 가보니
“규제전 막판 투기세력 엄단”
서울市의 집중 현장 점검에
중개업소, 문 닫고 물밑영업
잠실서만 10건이상 거래 추정
일부 매물 두달전 가격으로 뚝
다주택자 대출 죄는 금융당국
25일 시중銀 소집해 동향점검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에 대한 토지거래허가구역 적용을 하루 앞둔 23일 송파구의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급매 매물이 가격 정보가 지워진 채 붙어 있다. [김호영 기자]
“서울시에서 다 잡아낸다고 돌아다니는데 누가 여기서 거래하겠어요. 딴 데 가서 하지.”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24일)을 코앞에 뒀던 지난 주말. 서울시가 지난 21일부터 사흘간 집중 현장점검에 나서면서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 중개업소 대부분이 문을 닫고 있었다. 내부에 사람이 있어도 문을 닫아 놓은 곳도 다수였다.
23일 오전 찾은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상가 공인중개업소 벽면의 매물 정보란에도 단지와 평형만 적혀 있었고 가격 내용은 모두 지워져 있었다. 한 공인중개업소에는 ‘최근 매매 거래 미신고건이 많다’며 ‘최근 거래가 궁금하시면 들어와서 문의해 주세요’란 안내문이 적혀 있었다.
토허구역 확대 지정 전 주말 “막판 투기 세력을 엄단하겠다”는 정부의 엄포 속에서 빨리 집을 팔길 원하는 집주인과 급매물을 잡아 보려는 매수인 간 계약이 술래잡기처럼 벌어졌다. 일부 부동산은 가게를 비워 두고 인근 카페나 집주인 집에서 계약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잠실 리센츠에서 만난 한 중개인은 “지금 상담하러 가야 한다”며 제3의 장소로 서둘러 길을 나섰다.
같은 단지 다른 공인중개업소에선 “거래될 만한 매물은 22일에 다 거래됐을 것 같다. 정확한 정보는 모르지만 잠실 리센츠·엘스에서만 10건 정도는 거래되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지난달 12일 토허구역 해제로 큰 수혜를 입었던 잠삼대청(잠실·삼성·대치·청담) 집값이 해제 이전 수준으로 낮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와 서울시가 집값 급등세에 백기를 들고 오히려 토허구역을 확대 지정하고 나서자 호가가 크게 내려간 탓이다.
가령 잠실엘스 전용 84㎡(7층)는 토허구역 해제 이후인 지난달 22일 30억50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하지만 정부와 서울시가 3·19 부동산대책을 내놓은 뒤 같은 평형 호가는 28억원까지 낮아졌다. 해당 단지 전용 84㎡(20층)는 토허구역 해제 직전인 지난달 8일 28억원에 거래됐다. 결국 토허구역 해제 전 가격으로 수렴되는 셈이다.
새롭게 토허구역으로 지정되는 서초구 반포동과 용산구 이촌동 아파트에서도 올해 1월 수준으로 낮아진 매물이 눈에 띄었다.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 전용 84㎡ 저층 매물은 지난 22일 60억원에 최초 등록됐지만 바로 당일 3억원 낮아진 57억원으로 호가가 조정됐다. 해당 매물엔 ‘갭투자 추천’이란 문구가 붙어 있었다. 이 단지 같은 평형(12층)은 지난 1월 56억7000만원에 팔린 바 있다.
반포동 한 공인중개소 대표는 “반포 힐스테이트 전용 59㎡ 매물도 최초 호가는 33억5000만원 정도였는데, 21일 1억5000만원 낮춘 가격에 거래됐다”며 “집주인이 이사를 가려고 다른 집을 계약해둔 경우 급매로 내놓는 상황이다. 24일부터는 아무래도 거래가 잠길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용산구 이촌동 한가람아파트 전용 59㎡ 저층 매물 역시 지난 19일 19억5000만원에 나왔지만 하루 만에 호가가 5000만원 떨어졌다. 이촌동 한 공인중개소 대표는 “이촌동 LG한강자이 전용면적 134㎡도 시세는 42억원 선인데 전세 든 집을 39억원에 팔겠다는 집주인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금융당국이 다주택자와 갭투자자 대출 규제를 강화하고 나선 것에 대한 문의도 쏟아졌다. 토허구역 해제 기대감에 집을 샀다가 대출이 막힐 까 봐 걱정하는 계약자들의 문의 전화였다. 보통 계약 후 잔금 납부 한 달 전인 1~2개월 뒤에 대출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부동산대출 전문가인 강연옥 플팩 대표는 “조건부 전세자금대출로 갭투자를 했는데 막히면 어떻게 하냐는 문의가 있다”며 “시중은행은 막혔어도 외국계나 지방 은행들은 풀려 있기 때문에 다른 은행을 이용하라고 안내 중”이라고 말했다.
현재 은행들은 다주택자·갭투자자 신규 대출을 차단하는 조처에 나서고 있다. 하나은행은 오는 27일부터 다주택자에게 서울 내 주택 구입 목적 주택담보대출과 조건부 전세자금대출의 신규 취급을 막기로 했다. 우리은행은 28일부터 1주택 이상 보유자를 대상으로 강남·서초·송파·용산구 소재 주택 구입 목적 신규 주담대를 중단한다. 금융당국은 25일 주요 시중은행을 소집해 토허구역 재지정 이후 시장과 가계대출 동향을 점검하고, 투기 수요 차단을 위해 추가 대책 도입 등을 논의한다.
한편 서울시는 21일부터 3일간 토허구역 대상지 중개사무소 136곳을 점검한 결과, 자금 출처가 불분명하거나 친족 간 거래로 의심되는 17건의 이상 거래를 발견했다. 이에 대해선 거래 당사자를 대상으로 거래 신고 내용과 실제 거래 내역의 부합 여부를 정밀 조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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