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어로스페이스 로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삼성SDI 등 시가총액 상위 상장사들의 유상증자 기습 발표가 이어지고 있다. 현금이 필요한 기업들의 대규모 자금 마련이 명분이지만 국회의 상법 개정안 통과와 맞물려 뒷말이 나온다.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가 골자인 상법 개정안 시행 전 서두른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주식 가치가 희석되는 대규모 유상증자에 기존 주주들은 반대할 수 밖에 없다. 주가도 급락했다. 주주들의 불만이 고조되며 정부의 상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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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년까지 3.6조 자금 조달…유증 안해도 굴러가는데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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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지난 20일 장 마감후 3조6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이하 유증) 계획을 발표한 후 주주들의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주주가치가 희석되는 대규모 유증에 기존 주주들의 불만은 보편적이지만 현금 흐름이 좋은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이뤄진 유증에 대해서 의문이 크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매출 11조2462억원, 영업이익 1조7247억원을 기록하며 2년 연속 최대 실적을 기록했고 올해 실적도 이를 넘을 것으로 기대된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자금 조달 필요성은 어느 정도 인정한다. 다만 조달된 자금이 투입되는 시기가 급하지 않은 만큼 상법 개정안과 연계시키는 시각이 많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따르면 이번 유증으로 조달된 자금은 2028년까지 4년에 걸쳐 투입된다. 연간 투자 목표액이 연간 영업이익 약 2조원을 초과하지 않는다. 주주가치에 영향을 줄 것이 뻔한 유증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지 않더라도 대응이 가능했을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상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기존 주주에 피해를 주는 의사 결정이 쉽지 않은만큼 다소 무리하게 자금 조달에 나선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상법개정안 시행 이후 주주의 불만이 이어질 유증을 할 경우 배임 소송 등 갈등이 생길 가능성을 우려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금투업계 관계자들은 상법개정안이 시행되기 전 이 처럼 기업들의 대규모 유증 사례가 속출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앞서 삼성SDI도 최근 2조원 규모의 유증을 발표했다. 투자 목적 자금조달을 이유로 밝혔지만 주주들의 반발이 거세다. 지난 19일 정기주주총회에서 유증 관련 주주들 간 격한 고성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주주들은 유증 외의 자금 조달 수단을 고려하지 않은 점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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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연찮은 유상증자, 상법 개정안 거부권 부담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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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대규모 유상증자 추진이 정부의 '상법 개정 거부권 행사'에 걸림돌이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석연찮은 유증 결정이 주주행동주의 관점에서 상법개정안 시행 공감대를 형성하는 재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13일 국회는 야당 주도로 이사의 충실 의무를 '회사'에서 '주주'까지 넓히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소송 남발 등 가능성을 우려해 상법 개정을 반대해 온 재계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했다. 그러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의 대규모 유증 결정으로 주주 불만이 커지며 정부로선 거부권 행사 결정이 한층 껄끄러워졌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SDI 주총에서는 소액주주연대의 트럭시위가 등장하기도 했고, 3월 정기주총에서 주주제안 안건이 상정된 기업도 수십곳으로 작년보다 크게 증가한 것으로 안다"며 "한화에어의 유증 역시 주주들의 일방적 희생 강요로 보여질 수 있어 주주행동주의 운동을 더욱 자극하는 유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상법 개정안에 대해 정부가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공포할 경우 1년 후인 내년 상반기 중 시행될 전망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투자 등 순수한 목적의 유증 결정이라면 나쁘게 볼 필요가 없다"면서도 "재계가 일제히 정부에 상법 개정 거부권 행사를 요구하는 시점에 대규모 유증 결정을 한 것은 아쉬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세관 기자 sone@mt.co.kr 유선일 기자 jjsy8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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