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가 시대의 공기를 생생하게 끌어낸 장면으로 시청자들의 ‘기억 회로’를 제대로 자극했다. 특히 문소리(애순 역)의 학부모 면담 에피소드 속 자동차 엠블럼 장면은, 단순한 추억 소환을 넘어 ‘디테일 맛집’의 진면목을 보여줬다.
한문 선생님의 ‘폰’이 된 포니, 교장의 ‘텔라’가 된 스텔라, 그리고 교사들의 ‘오나타’가 된 쏘나타. 이 모든 엠블럼의 ‘S’ 실종 사건은 90년대 후반, 입시생들 사이에서 퍼졌던 “S를 가지면 서울대를 간다”는 도시 전설을 고스란히 복원했다. 덕분에 아들 은명(강유석)이 도둑처럼 떼어간 ‘S’는 그 시절 학창시절의 치열함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오브제가 됐다.
드라마 속 금명(아이유)이 동생에게 받은 ‘S’를 교재 고무줄에 끼워 들고 다니는 장면에서는 “서울대 가려면 엠블럼 하나쯤은 있어야지”라는 입시 감성을 온몸으로 체현했다. 과거에 “오나타만 3대 연속 본 적 있다”던 누리꾼들의 댓글은 그 디테일에 감탄을 더했다.
사진 = 김영구 MK스포츠 기자
뿐만 아니라, 박보검이 분한 관식의 스토리라인도 시대의 이정표를 세심하게 짚어냈다. 1987년 12월 16일, 대통령 선거 당일 버스터미널에서의 장면은 단 몇 초의 뉴스 자막과 시계로 당시의 정세를 고스란히 보여줬다. 버스 대신 시대의 흐름을 타고 달린 이 장면은, 그저 지나치는 듯했지만 감정선에 묵직한 잔상을 남겼다.
그 외에도 여자의 신발이 댓돌에 닿으면 안 된다는 남존여비 사상, 남녀의 상이 다른 식탁, 자개장에 대한 경외심, 그리고 “피란 실종 찾습니다” 팻말을 목에 건 국화빵 할머니까지. ‘폭싹 속았수다’는 지나간 시간의 결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세밀하게 직조했다.
김원석 감독의 말처럼, 이 드라마의 진짜 빌런은 ‘시대’였다. 그러나 아이유와 박보검이 그 시대를 살아내며 건네는 감정은, 오히려 시청자들의 가슴 한복판을 따뜻하게 적셨다. ‘S’ 하나로 울고 웃던 시절, 그 감성의 찰나를 이 드라마는 ‘폭싹’ 되살려냈다.
[김승혜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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