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만성질환에 WHO "2030년 의료인력 1000만명 부족"
"AI로 의료진 업무부담 줄고 로봇으로 환자 재활·수술 지원"
국제의료기기전시회서 삼성 GE 엔젤로보틱스 큐렉소 등 기술 소개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KIMES2025의 삼성메디슨 부스. 안대규 기자
의료 인력 부족은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전공의 집단 사직’사태와 같은 사례가 없는 다른 나라에서도 고령화와 만성질환 증가로 인해 의료 인력 부족이 심화되고 있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웨어러블, 로봇 등 첨단 기술이 주도하는 의료산업의 혁신이 앞당겨질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최근 열린 국내 최대 의료산업 전시회 ‘KIMES 2025’에서도 AI 웨어러블로봇 등 첨단 기술이 의료기기와 융복합되는 사례가 주요 트렌드였다.
전세계적인 의료진 부족 문제...AI가 해결할까
김충현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의료 인력 부족과 의료 비용 증가로 의료혁신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김충현 애널리스트는 최근 보고서에서 "고령화와 만성질환 증가로 인해 의료 인력의 수요가 급증하고 공급 부족이 심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는 환자 대기시간 증가, 의료서비스 접근성 감소, 의료진 피로도 증가로 인한 의료의 질 저하 문제를 야기하며 의료비용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30년까지 전세계 저소득·중하위 국가를 중심으로 1000만명 이상의 의료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투자증권도 최근 보고서에서 "전문의 부족은 세계적인 문제"라며 "미국 내에서 2036
년까지 최대 8만 6000명의 의사가 부족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간호사 부족 문제도 심각하다. 미국 노동통계청은 2023년부터 8년간 간호사 27만 5000명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전망했다. 신한투자증권은 "한국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며 "매년 3000명이 넘는 의사가 배출되고 있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대비 의사 수 자체가 부족하다. 특히 필수 의료 분
야 전공의는 10년간 600명 이상 감소했다"고 지적했다. 의정갈등 이슈를 제외한 필수 의료 분야 의료진의 주요 감소 배경은 과중한 업무량이다. 신한투자증권은 "의료 AI 사용은 의료진의 번아웃과 이탈을 막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AI는 영상판독, 병리진단 등 반복적 업무를 경감시켜주며, 챗봇 상담, 전자차트, 자동기록 등은 행정 업무에 소요되는 시간을 줄여줘 의사가 환자 진료에 집중하도록 돕는다.
AI의료기기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건수도 2015년부터 급증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1995년부터 2015년까지 승인된 AI의료기기는 33건뿐이나 2015년을 기점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해 2020년부터는 매년 100건 이상이 승인받고 있다. 승인된 기술은 이미징 분석, 질병 예측, 수술 내비게이션 등 다양했다.
이미지 및 생체신호 분석으로 의료진 진단 빠르고 정확하게 지원
우리나라 기업들도 AI기술의 강점을 바탕으로 의료 AI 분야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지난 20일부터 23일까지 열린 KIMES 2025에서도 이러한 움직임을 읽을 수 있었다.
삼성메디슨의 산부인과 프리미엄 초음파 진단기기 HERA Z20의 포트레이트뷰 기능 시연장면. 안대규 기자
삼성전자 의료기기 사업부와 삼성메디슨은 AI 진단 보조 기능을 넘어 다양한 사용자 편의 기술이 탑재된 초음파 진단기기와 디지털 엑스레이를 KIMES 2025에 선보였다. 삼성메디슨의 산부인과 프리미엄 초음파 진단기기 'HERA Z20'(사진)은 AI 진단 보조기능으로 라이브 뷰어시스트, 이지볼륨, 하트어시스트, 포트레이트뷰 등의 기능을 갖췄다.
라이브 뷰어시스트는 초음파 영상 단면을 실시간으로 자동 분류해 주는 기능으로 산부인과의 진단 시간을 단축해준다. 이지볼륨은 3D 초음파 볼륨 데이터에서 태반, 자궁, 양수, 태아의 얼굴 및 몸통 등을 자동으로 나눠서 표현해준다. 포트레이트뷰는 생성형 AI기술 기반으로 태아 얼굴의 흐릿하거나 가려진 부분을 가상으로 복원해 아기의 가상 이미지를 만나볼 수 있는 기능이다.
GE헬스케어 역시 AI기술을 결합한 초음파 진단기기를 선보였다. 의사들의 진단 및 분석을 돕고, 사용하기 편리하도록 여러가지 기능을 접목했다.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KIMES2025의 GE헬스케어 부스. 안대규 기자
뷰노는 AI기술을 기반으로 호흡, 혈압, 맥박, 심전도 등 생체신호와 엑스레이, CT(컴퓨터단층촬영), MRI(자기공명영상) 등을 분석해 심정지 등 위험을 예측하고 의료진의 진단을 돕는 기술을 선보였다. 이번 전시회에선 키오스크 타입 심전도 측정 의료기기 '하티브 K30'을 선보였다. 양손으로 기기를 잡고 왼쪽 맨발을 올리면 30초 만에 심전도를 측정한 후 심장 신호도 분석해준다.
이밖에 전시회에선 AI 기술 기반으로 의료 영상 분석 및 정밀 의료 솔루션을 제공하는 비욘드메디슨, AI기반 실시간 암 진단 시스템을 제공하는 프리베노틱스 등도 참여했다. AI가 사용자의 혈당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식단, 운동, 생활 습관 등 맞춤형 건강 가이드를 제공하는 카카오헬스케어도 작은 부스를 차렸다. AI기반 척추측만증 진단 소프트웨어 개발 기업 신라시스템 등도 참가했다.
사용자 행동 의도 파악해 재활 지원하는 웨어러블 로봇
웨어러블·재활·수술 로봇 등도 의료기기 주요 트렌드였다. 엔젤로보틱스는 이번 KIMES 2025에서 웨어러블 로봇 기술을 적용한 '엔젤렉스 M20'와 '엔젤슈트 H10'를 전시했다. 엔젤렉스 M20은 지면 보행 재활 훈련용 웨어러블 로봇으로 11개의 센서가 환자의 보행 의조를 파악하고 보행에 부족한 힘을 제공한다. 엔젤슈트 H10은 일상으로의 복귀를 위한 엉덩관절 보조로봇으로 엔젤렉스 M20에 비해 간소화된 디자인이 특징이다. 인체모델을 실시간으로 구현하는 AI기술을 통해 행동 의도 파악 후 보조력을 제공하며 근력 증대를 위한 저항 운동도 가능하다. 엔젤로보틱스가 로봇 보행 재활에서 선보인 핵심 기술은 △행동 의도 파악 기술 △착용자 중심 정밀 제어 기술 △지능형 동작 보조 알고리즘 △전문적 데이터 모니터링 분석 등이다.
비브헬스는 웨어러블 스마트 반지를 통해 심박수, 수면 패턴, 활동량 등 개인의 건강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솔루션을 선보였다. AI 기반 데이터 분석 기술을 활용해 개별 맞춤형 건강 리포트를 제공한다. 메디팜소프트는 AI 기반 휴대용 심전도 기기를 통해 언제 어디서나 심장 건강에 대해 실시간 모니터링을 제공한다. AI 분석을 통해 부정맥이나 심장 이상 징후를 조기에 감지할 수 있다.
큐렉소는 인공관절 수술로봇 ‘큐비스 조인트’와 척추 수술 로봇 ‘큐비스 스파인’를 선보였다. 큐비스 조인트는 인공 관절 수술 시 환자의 뼈를 오차 없이 자동으로 절삭할 수 있다. 코비스 스파인은 척추 수술시 나사못을 박을 때 정확한 위치로 안내, 지지해 준다. 큐렉소는 재활훈련용 웨어러블 로봇 ‘모닝워크’ 시리즈도 선보였다.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KIMES2025의 수술로봇 기업 큐렉소 부스. 안대규 기자
신한투자증권은 "수술로봇, 연속혈당측정기(CGM), 자동인슐린펌프(AID) 등 의료기기 부문에서 AI 도입을 통해 기존 제품이 진화하고 있으며, 인공지능 도입은 빠르게 성장하는
의료기기 제품의 성장 모멘텀을 뒷받침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최소침습(복강경), 관절 등 전 부문에서 수술로봇 비중도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AI 수술로봇 시장 규모는 연간 18% 성장할 전망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한국 의료기기 시장 규모는 2023년 기준 10조 7270억원으로 연평균 8.3% 성장하고 있다. 아직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1.5%이고 전세계 9위 수준이다. 한국 의료기기 생산액은 15조7000억원으로 이 중 64%인 10조1000억원이 수출이다. 국내 의료기기 제조업체는 4176곳으로 총 종업원수는 8만9333명이다.
**이 기사는 한경닷컴 바이오 전문채널 <한경바이오인사이트>에 2025년 3월 22일 10시00분 게재됐습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Copyright © 한국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