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 경찰이 시위대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이상현 기자]
24일 오전 8시 30분께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 한덕수 국무총리의 탄핵심판 선고를 앞둔 이날 이곳은 비교적 차분한 모습이었지만, 고요함 속에 전운이 감도는 듯했다. 곳곳에서 시민들이 속속 탄핵 찬반 시위에 나설 때마다 경찰 통제가 점점 철저해지는 분위기였다.
재동초등학교 앞 삼거리에서 서울경운학교 앞에 이르기까지 약 470m 구간에는 경찰 버스가 길게 늘어섰다. 수백명에 달하는 경찰이 1인 시위라 주장하며 사실상 집회를 이어가고 있는 탄핵 찬반 시위대를 예의주시했다. 다만 현장에는 탄핵 반대 시위가 대부분이었다.
헌재는 이날 오전 10시 대심판정에서 한 총리 탄핵심판 선고를 진행한다. 지난해 12월 27일 한 총리가 국회 표결에 따라 탄핵당한 지 87일 만이다. 한 총리는 12·3 비상계엄을 묵인·방조하고 국회가 선출한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을 임명하지 않은 점 등 5가지 사유로 탄핵됐다.
지난 2월 19일 헌법재판소에서 진행된 탄핵심판 첫 변론기일에 출석하는 한덕수 국무총리. [사진 출처 = 공동취재단, 연합뉴스]
이날 한 총리 탄핵심판은 기각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헌재가 탄핵 표결 당시 ‘의결 정족수’를 문제 삼아 각하를 선고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윤 대통령 재판 결과를 예상하는 가늠자일 수 있다는 데서 그간 여야의 공방도 치열했다.
정치권의 분위기를 방증하듯 이날 헌재 앞은 팽팽한 긴장감에 휩싸인 모습이었다. 탄핵 반대 팻말을 든 한 중년 남성은 지나가는 시민에게 “너 찬성 시위대 아니냐. 빨갱이 아니냐. 그냥 일반 시민 맞냐”며 손가락질했고, 그 말을 들은 이는 “출근 중이니 비켜라”라고 쏘아붙였다.
또 다른 탄핵 반대 시위대는 ‘Stop the steal(도둑질을 멈춰라·부정선거를 멈춰라)’ 글귀가 새겨진 빨간색 모자를 쓴 채 연신 “사기 탄핵, 원천무효”를 외쳤다. 한 총리의 얼굴과 함께 ‘한덕수 우선판결’ 글귀가 새겨진 사진을 들고 다니는 이도 있었다.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정문에서 국회의원들의 탄핵 찬반 시위가 이뤄지는 모습. [한수진 기자]
헌재도서관 바로 앞에서는 나경원·이인선 국민의힘 의원 등이 ‘대통령 탄핵 각하’ 문구가 새겨진 팻말을 들고 릴레이 시위를 하고 있었다. 불과 약 10m 떨어진 헌재 정문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내란수괴 윤석열 신속파면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기헌 민주당 의원은 “신속히 파면을 인용해서 새로운 출발 계기를 헌재가 마련해야 한다”며 “헌법재판관이 살아온 인생이 부정돼선 안 된다. 암흑의 시대를 빠르게 끝내달라”고 당부했다. 이 의원은 이어 “정의에는 중립이 없다”는 유흥식 추기경의 말을 인용했다.
선고 시간이 다가올수록 경찰 통제는 더 삼엄해지는 상황이다. 주요 통로마다 바리케이드가 설치됐고, 최소 3~4명의 경찰이 배치돼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취재진 역시 신분증을 제시해야 통행할 수 있고, 헌재 앞 시위는 제한된다.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에 경찰 버스 차벽이 세워진 모습. [이상현 기자]
탄핵 반대 시위에 나선 한 60대 여성은 “젊은이들이 역사교육을 잘못 받았다. 이 시국에도 전한길(한국사 강사) 같은 사람이 있는 게 얼마나 다행이냐”며 “좌파 정부가 그동안 어린 애들을 다 빨갱이를 만들어놨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탄핵안이 인용되면 한 총리는 즉각 파면된다. 이는 헌정사상 첫 국무총리 탄핵이다. 탄핵안이 기각 또는 각하되면 한 총리는 즉시 업무에 복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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