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성 산불은 안동까지 확산…공중·지상 총력전에도 진화율 60∼70%
초속 15m 넘는 강풍에 헬기 투입 차질, 사태 장기화 우려
이재민 늘고 도로 곳곳 통제, 문화재도 위협 받아
'의성 산불' 마을로 번진 불씨 (의성=연합뉴스) 윤관식 기자 = 경북 의성군 대형 산불 발생 사흘째인 24일 산불 현장에 인접한 의성군 옥산면 입암리 한 마을 강변에 불씨가 옮겨붙어 불이 나고 있다. 2025.3.24 psik@yna.co.kr
(전국종합=연합뉴스) 영남지역을 덮친 대형산불이 나흘째 이어지고 있지만 건조한 날씨와 강풍 속 좀처럼 불길이 잡히지 않고 있다.
헬기와 지상 병력을 투입한 대규모 진화 작전에도 불길은 수그러들기는커녕 확산하고 있다.
고군분투에도 진화율은 '정체'
지난 21일부터 나흘째 이어지는 경남 산청 산불은 기세가 쉽사리 꺾이지 않고 있다.
헬기 36대와 특수진화대, 소방, 군인 등 2천341명이 투입해 불을 끄고 있지만 이날 오전 3시 기준 진화율은 68%이다.
일몰 전 큰불을 잡겠다는 목표로 총력전을 펼쳤지만 이날 오전 진화율이 65%였던 것에서 거의 진전이 없는 상태다.
산불은 하동군 옥종면으로 확산하면서 산림 당국은 민가와 시설에 불이 옮겨붙지 않도록 대응하고 있다.
사흘째 불이 이어지는 경북 의성군 안평면과 안계면의 산불 진화율도 오후 3시 기준 각각 72%, 69%이다.
특수진화대 등 인력 2천602명과 진화 장비 318대가 동원돼 불을 끄고 있지만 대형 산불은 안동까지 확산한 상황이다.
울산 울주군 산불도 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인력 1천900여명과 소방차·헬기 등 67대의 장비가 동원돼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전날 72%였던 진화율은 이날 낮 12시 기준 66%로 떨어졌다.
사흘째인 경남 김해 산불은 진화율이 95%까지 올랐다.
산불로 통제된 고속도로 (의성=연합뉴스) 윤관식 기자 = 경북 의성군 대형 산불 발생 사흘째인 24일 의성군 점곡면을 지나는 서산영덕고속도로가 산불로 인해 통제되고 있다. 2025.3.24 psik@yna.co.kr
빠짝 마른 산림, 강풍에 진화 난항
산림 당국은 건조한 날씨 속 강풍이 불면서 불을 진화에 애를 먹고 있다.
경북 의성군의 경우 건조한 날씨 속 낮 기온이 전날 최대 26.4도까지 오르는 등 초여름 날씨를 보이면서 산림은 바짝 마른 상황이다.
평년보다 강수량도 적어 올해 2월 강수량은 평년의 21% 수준밖에 되지 않았다.
작은 불씨는 순식간에 커지고, 순간 최대 초속 17.9m의 바람을 타고 확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남쪽 해상에 고기압이, 한반도 북쪽에 저기압이 자리해 '남고북저' 기압계가 다시 형성되면서 전날 다소 잦아들었던 바람은 전국적으로 거세졌다.
산림 당국은 바람이 없을 때보다 바람이 초속 6m로 불면 산불 확산 속도가 26배나 빠른 것으로 본다.
또 골바람과 돌풍 등으로 비화 거리도 수십㎞에 이르러 불길을 차단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강풍에 일부 현장에서는 헬기를 띄우는 데도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
'의성 산불' 야간에도 확산 (의성=연합뉴스) 윤관식 기자 = 경북 의성군 대형 산불 발생 이틀째인 23일 의성군 산불 현장에서 산불이 확산하고 있다. 2025.3.23 psik@yna.co.kr
인명·재산 피해 늘어나…이재민 2천700여명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기준 산불로 인한 인명피해는 사망 4명. 중상 5명, 경상 4명으로 집계됐다.
전날보다 경상자 수가 3명 늘었다.
경남 산천군 산불 현장으로 출동하던 산청소방서 소속 산불 진화차가 넘어지며 소방관 2명 등이 다치는 등 부상자가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주택과 창고, 사찰, 공장 등 건물 162곳이 전소되거나 일부 불에 탔다.
이재민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이날 오전 9시 기준 2천742명이었으나, 경북 의성군 화재가 확산함에 따라 의성군 6개 리와 안동시 3개 리에 대피 명령이 추가로 내려졌다.
산림 피해도 계속 늘어나면서 경남 산청과 경북 의성, 울산 울주, 경남 김해, 충북 옥천 등 5개 산불 지역에서 산림 8천732.6㏊가 피해를 본 것으로 추정됐다.
의성 산불에 이송되는 운람사 불상 (의성=연합뉴스) 지난 22일 경북 의성군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로 비지정 문화재 운람사에 있는 아미타여래삼존불이 조문국박물관으로 긴급 이송되고 있다. 2025.3.23 [독자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photo@yna.co.kr
유형문화유산 목조아미타여래좌상도 피신
경북 의성군은 이날 오전 산불 피해 방지를 위해 옥련사에 있던 유물 3점을 조문국박물관으로 옮겼다.
유형문화유산인 목조아미타여래좌상과 비지정 유물인 목조아미타여래좌상 대좌, 불화 괘불 인계됐다.
681년 의상대사가 지은 고운사에도 화선이 5.8㎞ 거리까지 근접해 비지정 동산 유물인 소규모 불화, 불상, 도서 등이 영주 부석사박물관으로 옮겨졌다.
산림당국은 고택인 서계당·이계당·소계당에도 산불 확산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방어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조계사 소속 사찰인 석불사와 통일 신라 신문왕 때 창건된 주월사에서도 방어 요청이 들어왔다.
석불사 법당굴에는 고려 시대에 만들어진 약사여래불인 경북 유형 문화재 제56호 비안면 자락동 석조여래좌상 등이 있다.
한국도로공사는 의성 산불이 확산하자 청주영덕선 서의성IC∼안동분기점 양방향과 중앙선 안동 분기점 상주 방향 구간을 전면 차단하기도 했다.
(이승형, 손대성, 장영은, 한무선, 박정헌, 김선경, 김근주, 최수호, 황수빈, 양정우, 이재영, 차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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