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고정밀지도 규제’ 태클 거는 美업계
USTR에 “불공정” 의견서 제출
4월 2일 상호관세 앞두고 압박
韓 군사시설 좌표 유출 우려 커
“美 ‘표적관세’ 韓 포함 가능성… 車·반도체 품목 부과는 보류”
WSJ, 4월 2일 관세 예측
“트럼프, 상호관세 범위 좁히는 중
품목별 관세와 동시 발표 않을 듯
유력 대상국가 ‘더티 15’ 韓 포함”
구글 비판해온 韓 지도 반출 규제
美업계, 관세 전쟁에 편승해 압박
국내업계 “안 보·디지털 주권 위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음달 2일 발표한다고 공언한 상호관세 관련, ‘표적’을 좁혀나가고 있으며, 한국은 여전히 대상국에 포함돼 있다는 외신보도가 나왔다. 한국의 각종 법·제도를 문제 삼는 미국 민간의 문제 제기도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엔 민감한 지도 데이터 해외 반출 규제까지 부상할 조짐이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3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가 오는 4월2일 발효할 관세의 범위를 좁히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동차·반도체 등 품목별 관세와 상호관세를 4월2일에 동시에 부과하겠다고 공언했지만, 현재는 품목별 관세는 보류하고 일단 상호관세 부과만 발표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
상호관세 대상도 이른바 ‘더티 15’(Dirty 15) 국가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관측되는데, 여기에 한국이 포함됐다고 WSJ는 전했다. ‘더티 15’란 스콧 베선트 미 재무부 장관이 최근 인터뷰에서 “상당한 관세를 미국에 부과하는” 국가라고 비난하며 상호관세 부과 대상국을 뭉뚱그려 부른 말이다. 15개국이 어디인지 밝히진 않았지만, 지난달 미 무역대표부(USTR)가 ‘미국과 무역 불균형’을 보이는 국가로 연방 관보에 게재한 리스트와 유사할 것이라고 보도됐다. 이 리스트에는 주요 20개국(G20), 유럽연합, 호주, 브라질, 캐나다, 중국, 인도, 일본, 멕시코, 러시아, 베트남 등과 함께 한국이 포함돼 있다.
WSJ는 “미국의 주요 무역 상대국에 부과될 관세는 지난 수십 년간 보지 못한 수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긴급 경제 권한을 사용해 4월2일 관세를 발표하는 즉시 발효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미 협회, 韓 정밀지도 반출 규제 지목
상호관세 부과 계기에 기업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미국 민간의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 철강협회, 육류수출협회가 미 무역대표부(USTR)에 한국의 규제를 문제 삼은 데 이어, 미국 컴퓨터통신산업협회(CCIA)도 의견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CCIA는 지난 11일(현지시간) USTR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한국을 여러 차례 거론하며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적 대우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CCIA는 “한국에서 지도 데이터를 반출하려면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며 “지금까지 여러 글로벌 공급업체들이 신청했지만 한국 정부는 지도 데이터 반출을 승인한 적이 아예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도 데이터 반출에 대한 한국 정부 제한 때문에 교통정보 업데이트와 내비게이션 길 안내 등 지도 기반 기능을 제공하는 해외 업체가 한국 라이벌들과 공정한 경쟁을 하는 데에서 계속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CCIA는 미국이 한국 시장에서 영업하는 미국 지도 제공업체에 대한 규제 때문에 연간 매출에서 1억3050만달러(약 1912억원) 정도를 위협받는다고 추산했다.
구글맵. AFP연합뉴스
◆군사기지 등 민감… 국내 업계 부정적
CCIA 주장은 앞서 구글이 우리 정부에 해온 주장과 거의 같다. 구글은 2007년부터 한국 정부에 고정밀 지도 데이터의 해외 반출을 요청해왔지만 정부는 불허해왔다. 구글이 지도와 위성사진을 결합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만큼 군사기지 등 보안 시설이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였다. 정부는 반출의 조건으로 구글에 두 가지를 요구해왔다. 구글이 보안 시설에 대해 블러(blur·가림) 처리하거나, 한국에서 제작된 블러 처리 영상을 쓰는 방안 중 하나를 이행할 것과 국내에 서버를 두고 고정밀 지도 데이터를 활용하라는 것이다. 구글은 정부 측이 요구한 블러 처리는 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필요한 보안 시설의 좌표값을 제공해달라고 요구한 상황이다. 하지만 구글은 국내에 서버를 두겠다는 뜻은 밝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CCIA 의견서에 대해서도 관계 당국과 업계는 부정적 반응이다. 국가안보 및 국내 산업 생태계 보호를 위해 우리 핵심 지적정보를 미국 측에 섣불리 넘겨줘선 안 된다는 이유에서다. 거세지는 미국 측의 고정밀지도 반출 요구에 업계의 위기감도 감지된다. 정보기술(IT)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빅테크의 지도 반출에 이은 시장 지배력 확대가 가속화한다면, 안보 위협, 디지털 주권 문제를 넘어 네이버, 카카오는 물론 다양한 공간정보 스타트업들의 생태계가 크게 흔들릴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고정밀지도를 바탕으로 외국인 관광을 활성화하겠다는 구글의 주장은 논리가 빈약하다고 지적한다. 네이버 관계자는 “네이버지도도 다국어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으며, 리뷰 번역, 영문 리플릿 제작 등 다양한 방식으로 해외 관광객을 공략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구글이 요청한 1대 5000 축적 지도는 도시계획, 건설 등 기업간거래(B2B)에 주로 쓰인다”며 “관광 활성화가 목적이라면 현재의 1대 2만5000 축적으로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업계에서는 구글이 내세운 관광 활성화 외에 다른 속내가 있을 것으로 본다”며 “고정밀지도를 가져가면 자율주행, 디지털트윈 등 붙일 수 있는 서비스가 워낙 많아 산업적 측면에서 요청하는 걸로 추측된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그간 조세회피로 비판받아온 구글코리아에 국민 혈세로 제작한 고정밀지도를 허용하는 것이 맞느냐는 비판도 나온다. 이 관계자는 또 “구글에 반출을 승인하면 중국 등 다른 국가에도 동일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그간 국내 지도 기업은 공공 기여 차원에서 코로나 백신·마스크 재고 안내, 침수 발생지역 우회 안내, 요소수 정보 제공 등에 협조해왔다. 구글이 고정밀지도 반출을 승인받을 경우 공공 부문에서 협조 요청이 갔을 때 과연 응하겠느냐는 회의론도 제기된다.
워싱턴=홍주형 특파원, 이강진·송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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