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적화, 전투, 분량 모두 6만 4800원이 전혀 아깝지 않은 퀄리티
"넥슨이 처음 개발한 PC, 콘솔 하드코어 액션 RPG인데 재밌을까" "데모가 가장 재밌는 구간이 아닐까"
'퍼스트 버서커: 카잔'을 향한 대다수 게이머의 의구심이다. 기자도 궁금했다. 데모는 재밌었는데 본편에선 너무나도 실망스러운, 각종 영상으로 기대감을 올렸지만 형편 없는 퀄리티를 보여준 게임이 수두룩했던 탓이다.
그 궁금증을 안고 카잔을 미리 체험한 소감은 6만 4800원 패키지 가격이 전혀 아깝지 않은 게임이었다. 넥슨이라 걱정했지만 오히려 넥슨이기에 잘 만들 수 있었다고 느껴질 만큼 훌륭했다. 첫 도전이라는 단어가 무색할 정도다.
카잔은 넥슨의 대표 게임 '던전앤파이터' IP 기반 PC, 콘솔 플랫폼 하드코어 액션 RPG다. 던전앤파이터로 쌓은 개발 노하우와 특유의 액션쾌감, 세련된 애니메이션풍 그래픽을 특징으로 내세웠다.
게임 배경은 던전앤파이터 유니버스의 다중 우주 중 하나다. 광룡 히스마 토벌 이후 아이리스 포츈싱어가 황제에게 오즈마와 카잔을 죽이라고 예언한 시점을 다룬다. 플레이어는 펠로스 제국의 대장군 카잔이 되어 이야기를 풀어간다.
왜 던전앤파이터 IP를 사용했을까 의문을 가졌다. 비슷한 생각을 가진 게이머가 많이 보였다. 게임을 즐기면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소울라이크 장르 게임 문법에 던전앤파이터의 감성을 섞었다. 단순히 캐릭터, 아이템 사용에 그치지 않고 시스템적으로도 유사 포인트가 많다.
호불호가 갈릴 순 있겠지만 이는 곧 카잔만의 차별점이다. 던전앤파이터 팬에겐 익숙함을, 던전앤파이터를 모르는 게이머들에게는 신선함을 선사했다. 하드코어 액션 RPG라서 구매를 망설이는 게이머들의 진입장벽을 해소하는 역할도 한다. 넥슨과 네오플이 완성도를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엔딩은 3번 감상했다. 카잔의 전부를 체험한 소감으로는 난도, 재미, 분량, 최적화 모두 합격점이다. 아쉬운 포인트가 군데군데 있었지만 게임의 재미를 해칠 수준은 아니다. GOTY까지는 아니지만 '데이브 더 다이버'와 함께 넥슨의 인지도와 이미지를 크게 개선하기에 충분한 게임이라고 확신한다.
장르 : 하드코어 액션 RPG
출시일 : 2025년 3월 25일
개발사 : 넥슨, 네오플
플랫폼 : PC, PS, XBOX
■ 최적화 어떤가?
- P의 거짓, 스텔라 블레이드도 마찬가지였지만 한국 게임사의 최적화 실력은 세계 최고다
- 카툰 렌더링의 정수를 맛볼 수 있다
최근 게임 시장에서 가장 큰 이슈 중 하나는 최적화다. 카잔의 최적화는 체험판으로 이미 검증됐는데 피드백을 받은 개선 패치 덕분에 본편은 한층 발전했다.
카잔 이전에 몬스터 헌터 와일즈, 유미아의 아틀리에, 블리치 리버스 오브 소울즈 등 최적화로 문제가 많았던 게임을 경험해서 그런지 더 만족스러웠다.
기자는 PC 기준 i5 12400F, RTX 4060과 AMD 9800X3D, 4070s 환경에서 체험했다. 게임을 진행하면서 각각 균형, 상옵, 최상옵 환경에서 프레임 저하나 텍스처 붕괴는 나타나지 않았다.
카툰 렌더링 게임은 중옵 이하에서는 텍스처의 퀄리티가 실사 그래픽보다 더 떨어져 보이는 단점이 있다. 이는 카잔도 마찬가지였다.
플레이스테이션5 프로의 경우 가변 프레임이지만 균형 모드 기준 60프레임을 대개 유지했다. 프레임이 저하되는 구간에서도 이질감 없이 즐길 수 있는 수준이다.
듀얼 센스 관련 플레이스테이션5 이용자 질문이 많았는데 여타 소니 퍼스트 파트너 개발사 퀄리티까지는 미치지 못해도 충분히 햅틱 피드백과 적응형 트리거 기능을 잘 활용했다. 이는 스팀에서 듀얼 센스로 즐겨보면 확실하게 체감할 수 있다.
■ 스토리 구성은?
- 삽화 형식의 연출은 카잔의 그래픽 감성과 잘 어울렸다
- 때로는 시네마틱 연출로 몰입감을 고조시켰다
스포일러를 방지하기 위해 스토리 만족도만 언급하자면 평범하다. 점수로 환산하면 100점 만점에 80점이다. 진행할수록 누구나 예측할 수 있을 정도로 흔한 흐름이다. 다만 엔딩을 3개로 구성해 반전적 요소를 마련한 구조는 칭찬할 만했다.
소울라이크 장르 게임을 진행할 때 보통 어려운 난도에 집중해서 스토리에는 관심도가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카잔도 그 문법에 벗어나진 않았다.
그래도 너무 오글거리거나 말도 안 되는 흐름은 아니다. 중간중간 기대감을 끌어올리는 연출 포인트가 종종 등장해서 나름 집중해서 감상했다.
오히려 던전앤파이터 팬이라면 스토리가 더 흥미로울 수 있다. 원작과 다른 요소, 원작에서 등장했던 오마주 요소들의 사용 방법이 몰입감을 조성한 덕분이다.
스토리를 보강하는 연출은 만족스러웠다. 시네마틱 영상, 삽화 퀄리티가 넥슨과 네오플의 고도화된 게임 기술 연출을 확실하게 대변했다. 기자가 카툰 렌더링 그래픽을 선호하기도 하지만 그 반대라도 "꽤나 잘 만들었네", "아티스트들의 실력이 뛰어나다"라고 감탄할 만한 수준이다.
■ 던파 IP 게임이라고 불릴 만한가?
- 소울브링어의 기술인 '귀영섬'을 말루카가 사용한다
- 과거 귀검사들의 결투장 핵심 무기였던 '유성락'
기자는 이 게임을 처음 마주했을 때 왜 던전앤파이터 IP로 만들었을까 의문이었다. 오히려 서구권에서는 던전앤파이터가 동양권 대비 잘 알려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굳이 IP를 사용하지 않아도 충분했기 때문이다.
네오플은 던전앤파이터의 감성을 게임 속에 카잔 스타일에 맞춰 은은하게 녹여냈다. 보스들의 패턴에서는 귀영섬, 디플렉션 월, 붕산격, 실드 브레이크 등의 던전앤파이터 캐릭터 스킬이 등장하며 아이템에서도 유성락 등 팬이라면 누구나 알 만한 아이템이 존재한다.
성장 구조도 유사하다. 특정 구간이 힘들면 이전 단계를 반복하며 아이템 파밍과 함께 레벨을 올리는 방식이다. 아이템에는 언커먼, 레어, 유니크, 에픽, 레전더리 등의 레어리티가 존재하는데 상위 등급 아이템을 습득했을 때의 쾌감이 던전앤파이터 파밍에서 느꼈을 때와 유사했다.
전투의 경우 다른 소울라이크 장르 게임처럼 공격, 강공격, 회피, 패링보다 스킬을 적재적소에 잘 사용하는 운용이 중요하다. 게임에서 훈련장이 존재하는데 "소울라이크 게임에 굳이 훈련장을 왜 넣었지"라고 생각했지만 그로기 타이밍에 스킬 사이클과 패턴 파훼 전용 스킬의 숙련도가 높을수록 더 쉽게 공략할 수 있는 구조를 알면 바로 이해된다. 덕분에 딜 사이클을 연마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 콘텐츠 분량은?
- 네오플이 80시간으로 소개한 이유는 난도에 있다
- 수집형 요소는 정말 꼼꼼하게 찾아야 모두 발견할 수 있다
네오플은 모든 콘텐츠 이용 시 플레이 타임을 80시간이라고 밝혔다. 이는 플레이어 실력에 따라 줄어들 수도, 늘어날 수도 있다. 다회차 요소도 제공한다. 분량만으로 판단하면 패키지 가격에 손색 없다.
실제 플레이 타임도 80시간 정도일까. 기자는 엘리트 몬스터, 특정 구간을 모두 무시하는 스피드런 방식으로 38시간, 모든 몬스터를 처치하며 진행했을 때 51시간, 모든 수집품 요소를 찾으며 진행 시 93시간 정도 걸렸다.
쉬움 모드의 경우 루트와 보스 패턴을 모두 알고 진행해 정확한 시간을 측정할 수 없었지만 서브 퀘스트까지 포함해서 9시간 정도였다. 동료 기자는 쉬움 모드 기준 27시간 정도 소요됐다.
보스 구성은 기본 16종이다. 서브 퀘스트 보스는 메인 퀘스트의 보스를 응용한 구조다. 예를 들면 3막에서 바이퍼를 처치했으면 이후 서브 퀘스트에서 바이퍼와 비슷한 패턴의 보스가 등장한다.
소울라이크 장르 게임의 플레이 타임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초보자는 "오늘은 스테이지를 넘어갈 수 있을까"부터 걱정한다. 동료 기자도 바이퍼, 랑거스, 트로카 등 여러 보스에서 깊은 한숨을 내쉬고 도전했다.
이 때 네오플은 재도전마다 보스 진도에 맞춰 라크리마를 제공했다. 아무리 어려워도 패턴 숙련도가 상승할 뿐만 아니라 캐릭터도 점점 강해지니까 언젠가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끌어올리는 요소였다. 카잔의 칭찬 포인트 중 하나다.
■ 전투 난도는?
- 주요 패턴 파훼했을 때의 성취감뿐만 아니라 시각적 재미도 쏠쏠하다
- 솔직히 보스보다 도달 과정이 훨씬 어렵다
테크니컬 테스트 버전으로 바이퍼, 체험판 버전으로 블레이드 팬텀까지 경험한 게이머 중 대다수가 "의외로 할 만하다", "쉬운 편이다"고 평가했다.
기자는 다양한 소울라이크 장르 게임을 엔딩까지 경험했고 체험판 미디어 타임어택 1위를 달성했을 만큼 나름 액션 게임 베테랑이다. 기자도 4막까진 쉬워서 시시하다고 자신했다.
진짜 시작은 5막부터다. 개발진은 디버프 지옥과 함정 지옥 난도를 대폭 끌어올렸다. 역병, 환각, 혼돈, 중독이 정말 자비 없이 펼쳐진다. 엔딩까지 도달했을 때 보스보다 보스까지 도달하는 과정에서 시간을 더 많이 소모했다.
난도를 조금이나마 줄이기 위해선 스킬, 장비, 소모품 아이템을 적절하게 사용해야 한다. 정확히는 각 요소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할 만하다.
보스 패턴은 엇박자의 끝판왕이다. 랑거스를 상대할 때 "이 정도로 엇박자를 활용할 수 있네"라고 경악했다. 인왕, 세키로 감성과 비슷한데 던전앤파이터 패턴 처리 감성이 융합되어 카잔만의 독특한 액션 감성이 완성됐다.
트로카부터 슬슬 온라인 RPG의 전멸 기믹과 같은 웅장한 기믹이 등장한다. 파훼했을 때의 성취감뿐만 아니라 시각적 재미도 쏠쏠했다. 모든 공격은 직전 가드, 직전 회피로 파훼 가능하지만 특정 패턴은 고정된 대응을 요구하므로 이를 파악하는 플레이가 중요하다.
결론적으로 노말 난도까지만 제공해서, 좋은 성능의 스킬을 다수 제공해서, 체험판 보스들의 난도가 쉬워서 전체적으로도 너무 쉽진 않을까 걱정하는 게이머도 엔딩까지 즐겨보면 만족할 만한 난도라고 확신한다.
■ 그래서 카잔은 만족스러운 게임이야?
-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운 게임 퀄리티
- 계속 똑같은 몬스터가 등장하는 구조는 다소 아쉽다
점수는 10점 만점에 9점이다. 기자는 게임을 즐길 때 문제가 없고, 진득하게 즐길 정도로만 재밌으면 만족하는 편이다. 최적화와 재미, 분량 모두 합격점을 줄 만했다.
1점 감점은 몬스터 구성이다. 챕터1부터 챕터 16까지 한 번 등장했던 일반 몬스터, 엘리트 몬스터, 보스 몬스터가 너무 많이 반복된다. 후반부로 갈수록 성장해서 쉬워지는 것보다 지루할 정도로 반복하니까 쉬워졌다. 유일한 감점 포인트다.
사소한 아쉬움으로는 직전 가드와 직전 회피로 모두 파훼 가능한 보스 패턴이다. 앞서 설명했듯이 카잔에는 던전앤파이터의 구조를 계승한 시스템이 많다. 보스가 막강한 기믹을 사용할 때 직전 회피로 모두 파훼하니까 해당 패턴의 긴장감이 떨어졌다.
몬스터 헌터 와일즈의 진 다하드의 필살 기믹처럼 지형지물을 활용하던가, 특정 요소와 상호작용하는 등의 특수 처리 방법이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아쉬웠다. 이는 곧 네오플이 다음 스텝에서 풀어야 할 과제다.
카잔의 등장은 네오플의 다음 행보에도 기대감을 심었다. 특히 바칼, 시로코, 카시야스, 아간조, 마이스터 일원 등 던전앤파이터에는 매력적인 캐릭터가 많지 않은가.
다른 캐릭터를 카잔과 비슷한 스핀오프 작품으로 등장시킨다면 언제든 두 팔 벌려 환영할 수 있도록 만든 만큼 카잔은 넥슨과 네오플에게 정말 값진 선물을 선사한 게임이다.
장점
1. 만족할 만한 전투 액션, 연출 퀄리티
2. 기존 소울라이크 장르 게임과는 다른 문법의 전투 구조
3. 난도 선택, 온라인 RPG의 성장 방식으로 진입장벽 해소
단점
1. 예측하기 쉬운 스토리 흐름
2. 너무 잦은 몬스터 반복 사용 및 보스 종류
3. 직전 가드, 직전 회피로 모두 파훼 가능한 보스 패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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