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2주 전부터 인근 가게 바닥에 균열
서울시 “정밀 종합 조사로 사고 원인 확인 예정”
싱크홀 추락 오토바이 운전자 끝내 사망한 채 발견
24일 오후 6시 29분께 서울 강동구 명일동 대명초사거리에 싱크홀이 발생했다.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쿵 소리가 나더니 바닥이 가라 앉아있더라고요. 처음엔 교통사고가 난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구멍이 뚫려있더라고요.”
24일 오후 6시 29분께 서울시 강동구 명일동 대명초사거리에서 싱크홀(땅 꺼짐) 사고로 인해 인근을 지나가던 오토바이 탑승자가 매몰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싱크홀은 4개 차로 넓이의 지름 20m, 깊이 20m 가량의 크기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직전 인근을 지나가던 차량 탑승자 1명은 경상을 입어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하지만 함께 추락한 오토바이 운전자는 사고 발생 18시간 만에 끝내 숨진 채 발견됐다.
소방 당국은 25일 오후 브리핑을 열고 “오전 11시 22분께 실종자를 발견했고, 오후 12시 36분께 구조를 완료했다”며 “호흡과 의식이 없는 점에 비춰볼 때 사망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24일 오후 서울 강동구 명일동에서 발생한 싱크홀 인근 가게 주인은 바닥에서 2주 전부터 균열이 발견됐다고 주장했다.[독자제공]
25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싱크홀이 발생한 사고지점 인근 가게에선 바닥 갈라짐 현상이 나타났다. 싱크홀 바로 앞에서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A씨는 “사고 나기 2주 전부터 가게 바닥에 갈라짐 현상이 보였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진이 난 것도 아닌데 바닥이 쩍쩍 갈라져 이상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사고 지점 인근의 주유소에서도 같은 현상이 발견됐다. 주유소 관계자는 “주유소 바닥에 갈라짐 현상이 발견돼 올해 3월 초에 서울시와 강동구청에 민원을 넣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사고 당일에도 주유소 인근 도로에 설치된 빗물받이에서 작은 구멍과 지면 갈라짐 현상이 포착된 바 있다. 사고 발생지점에서 약 100m 떨어진 곳에서는 지하철 9호선 연장 공사가 진행 중이다.
강동구청은 사고가 날 오후 4시 30분께 구멍이 난 곳을 메우는 등 복구를 했지만, 약 2시간 뒤에 인근 도로에서 대형 싱크홀이 발생했다. 강동구청 관계자는 “빗물받이에 발생한 구멍이라 싱크홀과 관련있는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문가의 의견은 다르다. 이수곤 전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균열이 난 지점들이 공사현장에서 일직선 방향으로 이어져 있는데, 지하철 연장 공사를 하던 중 주변 물과 흙이 쏠리면서 공사장 인근 지반에 균열이 생긴 것으로 추정된다”며 “땜질식으로 메우고 마는 것이 아니라 균열이 난 곳을 면밀히 확인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소방당국은 사망한 오토바이 운전자를 찾기까지 18시간가량 수색을 진행했다. 이날 오전 1시 37분께는 운전자의 것으로 추정되는 휴대전화를 발견했고, 오전 3시 30분께는 싱크홀이 발생한 지점으로부터 30m 가량 떨어진 곳에서 오토바이를 발견했다.
사고 초기 상수도관이 터져 싱크홀에 물이 차면서 토사와 물이 섞여 갯벌처럼 변한 탓에 소방은 수색에 난항을 겪었다. 다만 이날 오전 싱크홀에 찬 물이 거의 다 빠져 수색 환경이 나아졌고 싱크홀 내부의 물이 빠진 뒤 굳으면 중장비를 추가 투입할 예정이다. 싱크홀 크기는 당초 18~20m에서 조금 커져 20~22m 정도 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사고 인근 주유소에서는 기름을 빼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강동소방서 관계자는 “싱크홀 내부 수색작업을 벌이면서 발생할 수 있는 기름 누출 우려와 중장비 투입을 위한 지표면 위 안정화 작업 때문에 주유소 탱크로리에 담긴 휘발유와 경유를 모두 빼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서울시는 정밀 종합 조사를 통해 사고 원인을 확인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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