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성산불 나흘째 맹위
강풍 타고 날아간 불똥 피해 키워
71% 달하던 진화율 60%로 하락
청송군, 인근주민 대피 계획 수립
진화 주력 헬기 부품 수급 어려워
현장 33대 중 9대 전력에서 배제
[서울경제]
경북 의성군 산불이 나흘째 이어지고 있는 25일 경북 의성군 하령리 일대 야산에서 불길과 연기가 타오르고 있다. 22일 의성군에서 시작된 산불은 강한 바람을 타고 번지며 안동 길안면·풍천면까지 확산한 상태다. 산림 당국에 따르면 이번 산불 피해 규모는 역대 세 번째로 큰 것으로 파악됐다. 의성=뉴스1
경북 의성에서 발화한 산불이 나흘째 맹위를 떨치며 세계문화유산인 안동 하회마을 근처까지 번졌다. 여기에 의성에 인접한 안동에 이어 청송군까지 불길이 번지는 모습이라 산불 장기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속에서 산불 진화에 투입돼야하는 헬기가 부품 수급 등을 이유로 가동이 불가능한 사례가 상당수 보고돼 소방당국의 애를 태우고 있다.
25일 소방청과 산림당국 등에 따르면 경북 의성 산불이 거센 바람을 타고 나흘 동안 활활 타오르고 있다. 전날 낮 71%에 달했던 경북 의성 산불 진화율은 이날 오전 54%로 급락하는 등 소방당국은 산불 진화에 애를 먹고 있다. 이날 오후 기준 경북 의성 산불 진화율은 60%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날 의성 산불은 안동시 길안면과 풍천면 일대까지 번졌으며 청송지역인 파천면까지 번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현재 청송 부근에서 초당 4~5m 가량의 서풍이 불고 있는 만큼 26일 새벽 정도에 청송 관내로 산불이 번질 수 있는 상황이다.
청송군은 혹시나 모를 사태에 대비해 2000명에 가까운 파천면, 진보면, 안덕면, 현서면 지역 주민 대피 계획을 수립해 놓았다. 군은 비상 상황 발생 시 산림연수원이나 소노벨 등 관내 대규모 숙박 시설로 주민을 대피시킨다는 방침이다. 불길이 하회마을 10km 근처까지 번지자 안동시는 하회마을 주민에 대피령을 내리기도 했다.
경북 의성에서 발생한 불길이 나흘째 타오는 배경으로는 불기둥으로 상승한 불똥이 강한 바람을 타고 날아가 또다시 불을 내는 이른바 ‘비화’ 현상이 첫손에 꼽힌다. 비화 현상은 ‘도깨비불’에도 비유되며, 특히 산불 발생 초기 초속 15m의 강한 바람이 불며 불길을 키웠다. 이날도 초속 5m 내외의 바람이 불며 소방당국의 애를 태우고 있다. 비화는 수백m 이상 떨어진 곳에 날아가 새로운 불을 만들어 내며 긴 불똥이 상승기류 및 강풍을 만나면 최대 2km 정도까지 날아갈 수 있다.
이처럼 건조한 날씨와 거세 바람이 더해지며 영남 지역 일대에는 산발적 산불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 오후에는 울산시 울주군 언양읍 송대리에 산불 1단계가 발령됐으며 산림 당국은 일원 마을, 양우내안에아파트, 울산양육원 등에 대피 명령을 내렸다. 소규모 산불 사례도 종종 보고돼 이날 낮 발생한 경상남도 창녕군 대지면 용소리 산불은 49분만에, 경상남도 통영시 용남면 동달리 산불은 34분만에 각각 진화되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산림청과 소방당국은 산불 진화를 담당할 헬기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산불 진화를 주력으로 담당하는 KA-32 카모프(3000L급) 기종의 대형 헬기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부품 수급이 어려워 3분의 1 가량이 가동이 되지 않고 있다. 현재 당국은 KA-32 헬기 29대를 보유중이지만 이 중 8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부품을 교체하지 못해 지난해 상반기부터 진화 전력에서 배제된 상황이다.
산불 장기화에 따른 정비 일정도 변수다. 경남 의성·산청, 울주 등 대형 산불 현장에는 KA-32를 비롯한 33대의 헬기가 투입됐지만, 일시 정비 등으로 이날 하루에만 9대가 전력에서 배제되기도 했다.
전국 지자체로부터 임차한 헬기 또한 대형 산불 지역에 투입됐지만 각 지자체 상황에 따라 공중 진화 전력에서 언제든 빠질 수 있다는 점도 불안요소다. 영남 대형 산불에 임차헬기를 지원한 지자체뿐 아니라 여타 지자체 역시 지역내 산불 발생 가능성 때문에 전전긍긍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전북도의 경우 산림청 헬기가 영남권 산불 지역에 동원되다 보니 23일 발생한 2건의 산불은 3대의 임차 헬기를 이용해 진화하기도 했다. 22일 무주와 인접한 충북 옥천에서 발생한 산불에 전북도 임차 헬기가 동원된 바 있다.
조종사들의 피로도 가중되고 있다. 산불 초기 초속 15m 달하는 강풍으로 초동 진화에 실패하며 조종사들의 업무 피로도가 쌓인데다 100㎞ 달하는 화선에서 뿜어지는 연무로 진화율은 갈수록 더뎌지고 있다. 여기에 산불 장기화로 시야를 가리는 연기가 곳곳에서 발생하면서 가용 헬기 또한 시계 불량으로 운행하지 못하는 상황이 어이지고 있다. 산림청에 따르면 23일 오전 경북 의성 산불 현장에 투입된 진화 헬기들은 산불 지역 내 짙은 연무 때문에 제대로 성과를 내기 힘들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 의성 산불의 전체 화선이 228㎞에 달하는 데다 남은 화선은 102.8㎞ 수준인 만큼 지금과 같은 헬기 자원으로는 진화율을 끌어올리기에 한계가 명확하다.
국립산림과학원 관계자는 “산불 장기화로 화선마저 길어지면서 공중 진화에 어려움이 상당한 상황“이라며 “헬기를 이용한 공중 진화는 가용자원을 집중했을 때 효과가 가장 크지만 영남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산불이 나 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양철민 기자 chop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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