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보 어드바이저 시대 본격화
그래픽=양인성
최근 디셈버·콴텍·파운트 등 ‘로보 어드바이저(RA)’ 스타트업들이 퇴직연금을 운용하는 인공지능(AI) 알고리즘 상품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작년 12월 규제 실증 특례로 누적 적립금 430조원 규모의 퇴직연금에 대한 RA 위탁 운영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RA 투자’는 AI 알고리즘과 각종 데이터를 활용해 자동으로 투자하는 것이다.
현재 세계 로보 어드바이저 시장의 60%를 차지하는 미국 역시 2016년 퇴직연금 시장이 열리면서 RA 시장이 본격적으로 커졌다. 이제는 전체 직장인 퇴직연금(401k) 운용 자산의 절반 이상이 RA로 운용되고 있다. 신한·하나·우리·NH 등 국내 주요 13개 은행 및 증권사와 퇴직연금 운용 계약을 체결한 콴텍 관계자는 “제휴를 맺은 금융사의 개인형 퇴직연금(IRP) 관리 자산의 합만 60조원에 달한다”며 “6월 퇴직연금 운용 RA 상품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래픽=양인성
◇RA 투자자 5년 새 16배 이상으로 늘어
퇴직연금을 로보 어드바이저에 맡기기로 한 배경에는 수익률이 있다. 기존 퇴직연금의 약 90%가 원금 보장형에 가입되고 대부분은 투자 자산 재분배를 하지 않기 때문에 연평균 수익률이 2%에 불과하자 정부가 나서 변화를 준 것이다. AI가 상장 기업의 재무제표를 분석하는 것을 넘어, 금리나 물가지수 같은 경제지표는 물론 경제 뉴스까지 섭렵해 투자 자산을 자동으로 재분배해주는 RA를 도입해 수익성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실제 콴텍이 개발 중인 퇴직연금 알고리즘 상품의 2월 기준 연환산 수익률은 14.2%에 달했다.
AI 알고리즘은 이미 높은 수익률로 개인 투자자가 몰리고 있다. 한국거래소 산하 증권 정보기술(IT) 전문 기관 코스콤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국내 유료 로보 어드바이저 상품 가입자 수는 16만3300명에 달한다. 5년 전(9433명)과 비교하면 16배 이상으로 불어났다. 다루는 투자금 규모도 3547억원으로 같은 기간 30배 이상 늘었다. 코스콤에 등록되지 않은 RA 전문 업체들도 있는 만큼 그 규모는 더 클 것으로 예측된다.
실제 지난해 RA 전문 업체들이 만든 AI 알고리즘 투자 상품 수익률은 시장 지수보다 좋은 경우가 많았다. 로보 어드바이저 투자 앱 ‘핀트’를 운영하는 디셈버의 국내 주식 및 ETF(상장지수펀드) 투자 알고리즘 상품 ‘디셈버 한국 주식 솔루션 적극투자형 3’은 작년 한 해 동안 18.08%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가 오히려 9.63% 하락한 것과 대비된다. 콴텍이 운영하는 ‘퀄리티 Focus 국내 주식 1호 적극투자형 3’의 작년 연간 수익률 역시 10.48%로 지수를 한참 상회했고, 미국 월가의 펀드매니저 출신 이지혜 대표가 설립한 RA 업체 ‘에임’은 지난해 평균 13.95% 수익률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생성형 AI 기술로 고도화 나서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생성형 AI 기술도 로보 어드바이저 시장의 전망을 밝게 하는 요소다. 과거 상위 퀀트 헤지펀드들이 제한적으로 사용하던 혁신 기술을 이제는 일반 자산운용사나 로보 어드바이저 스타트업도 손쉽게 활용할 환경이 마련된 것이기 때문이다. RA 전문 기업 ‘파운트’는 올해 최신 대규모 언어 모델(LLM)을 활용한 기술 개발과 장중 실시간 시장 분석 기술 등을 업그레이드할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콴텍 역시 오픈AI의 ‘챗GPT’를 적용해 해외 개별 종목 분석에 적용하고 있고 에임도 생성형 AI의 효율성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이지혜 에임 대표는 “생성형 AI의 보급으로 향후 RA 운용업 전반의 역량 고도화 및 경쟁 심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만 RA 투자에도 위험성은 있다. 정치 불안 등 분석이 어려운 새로운 변수가 등장했거나 알고리즘 설계가 정교하지 않을 경우에는 오히려 투자 수익률이 더 떨어질 수 있다.
☞로보 어드바이저
로봇(Robot)과 자산 관리 전문가(Adviser)의 합성어로, 인공지능(AI) 알고리즘과 빅데이터를 활용해 투자 자문을 하거나 자산 운용을 해주는 금융 서비스를 말한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