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회장, 롯데웰푸드·롯데칠성에서 60억9800만원 수령
신 회장 연봉 비식품 계열사까지 합하면 200억원 수준
“급여 중복 지급, 한국 총수들 특징”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해 식품업계 오너 가운데 가장 높은 연봉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웰푸드와 롯데칠성음료 이외에 다른 계열사에서 받은 보수를 합산하면 200억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 롯데쇼핑 직원 급여는 10년 새 최저
2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신동빈 회장은 롯데웰푸드에서 급여 22억2300만원, 상여 3억8200만원 등 26억500만원을 수령했다. 롯데칠성음료에서는 급여 29억9800만원, 상여 4억9500만원으로 34억9300만원을 받았다. 지난해 신 회장이 롯데웰푸드와 롯데칠성음료에서 받은 총보수는 60억9800만원으로 전년 대비 10.2% 증가했다. 작년에는 롯데웰푸드에서 24억4300만원, 롯데칠성에서 30억9300만원 등 55억3600만원을 수령했다.
신 회장이 지난해 지주사와 다른 계열사에서 받은 보수를 합산하면 올해 재계에서 가장 많은 급여를 받은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조현상 HS효성 부회장이 총 323억8200만원을 받았지만 퇴직금 171억9200만원을 제외하면(151억9000만원) 신 회장의 보수가 더 많다.
신 회장은 지난해 롯데지주에서 급여와 상여 59억7200만원, 롯데케미칼에서 38억원, 롯데쇼핑에서 19억6400만원을 받았다. 롯데웰푸드, 롯데칠성음료에서 받은 보수까지 합산하면 178억3400만원이다. 아직 사업보고서가 공시되지 않은 호텔롯데와 롯데물산에서 받은 보수까지 합산하면 총액은 200억원을 상회할 전망이다. 신 회장은 2023년 호텔롯데와 롯데물산으로부터 보수 36억원을 받았다.
이는 지난해 롯데그룹이 유동성 위기설로 그룹사 전체적으로 어려움을 겪은 것과 대비된다. 롯데그룹은 기업의 양대 축인 롯데쇼핑(유통)과 롯데케미칼(화학)의 실적 부진을 겪으면서 위기설이 불거졌다. 롯데그룹은 위기설을 진화하기 위해 지난해 핵심 자산인 롯데월드타워를 담보로 신용 보강을 한 바 있다.
인력도 줄이는 추세다. 롯데쇼핑의 지난해 말 기준 미등기임원은 75명으로 최근 10년 새 가장 작은 규모로 회사가 돌아가고 있다. 지난해 롯데쇼핑 직원 수도 1만8832명으로 전년 대비 844명이 줄었다. 지난해 급여 총액은 9223억원으로 10년 새 가장 적다. 이런 축소 기조는 지난 2019년부터 이어지고 있다.
◇ 이재현 CJ그룹 회장 보수 전년 比 95%↑
상승률 기준으로만 보면 신 회장보다 더 많이 오른 곳도 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지난해 CJ제일제당에서 37억4900만원을 받았다. 지주사인 CJ에서 받은 급여 43억8200만원, 상여 112억4300만원 등을 합하면 총 193억7400만원을 수령했다. 이 회장의 지난해 보수는 전년 99억3600만원에서 95% 증가했다.
CJ그룹과 CJ제일제당은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증가했다. 이중 영업이익은 20%대를 넘어섰다. 지난해 CJ제일제당의 영업이익은 20.2% 증가한 1조5530억원이었다. 지주사 CJ의 영업이익은 영업이익 24.9% 증가한 2조5475억원이었다.
CJ 관계자는 “회장 급여의 상승률이 높은 이유는 2021∼2023년의 성과를 반영해 지급한 장기 인센티브가 포함됐기 때문”이라고 했다.
식품업계에서 세 번째로 높은 연봉을 받은 김호연 빙그레 회장은 지난해 33억2400만원(급여 24억3500만원, 상여 8억8500만원)을 받았다. 김 회장의 연봉 상승률은 61.2%다. 빙그레는 지난해 매출액 1조4630억원, 영업이익 1312억원을 각각 달성했다. 이는 창사 이래 최대다.
사상 최대 실적을 냈지만 오히려 연봉을 줄여서 지급한 곳도 있다. 지난해 삼양식품은 사상 최대 실적을 냈지만 김정수 삼양라운드스퀘어 및 삼양식품 부회장의 연봉은 전년 대비 18.4% 줄었다. 김 부회장은 지난해 삼양식품에서 18억7652만원을 받았다. 급여 12억5000만원, 상여금 6억2500만원, 기타근로소득으로 152만원을 받았다. 지난해 성과급 지급 기준이 변경되면서 상여가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것이다.
그래픽=손민균
◇ “급여 중복 지급, 한국 총수들 특징”
기업 총수들이 여러 계열사를 통해 수백억원에 달하는 보수를 받는 것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도 나온다. 기업 총수들을 계열사 이사회에 참석하는 정도에 그치는데, 마치 모든 회사에서 하루 종일 근무하는 것처럼 중복된 급여를 받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 이는 향후 퇴직금 정산 때도 영향을 미친다. 가족 기업이 아닌 상장사인 경우엔 비판이 더 거세게 나올 수도 있다. 오너의 연봉이 지나치게 높을 경우 주주 이익을 훼손한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어서다.
김우찬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모든 회사에서 전일제 근무를 하는 수준의 급여를 받는 것은 한국 총수들에게서만 나타나는 특징”이라며 “해외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사례이며, 전문경영인들은 겸직하는 경우도 많지만 기타비상근이사의 직함을 가지면서 따로 급여를 받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다른 식품업계 기업 오너들의 지난해 연봉은 대부분 20억~40억원 수준인 것으로 집계됐다. 오리온그룹 담철곤 회장은 오리온에서 30억8200만원(급여 15억1300만원, 상여금 15억6900만원)을 수령했다. 오리온홀딩스에서는 급여 7억8000만원 상여 8억800만원 등 15억8800만원을 수령해 총 46억7000만원을 받았다.
담 회장의 부인인 이화경 오리온 부회장은 오리온에서 23억9700만원, 오리온홀딩스에서 12억3500만원을 받아 총보수 36억3200만원을 수령했다. 이들 부부의 연봉을 합치면 83억200만원이다. 오리온그룹은 실질적으로 전문경영인 체제로 바뀌어서 허인철 부회장이 이끌고 있다.
신동원 농심 회장은 17억3273만원의 보수를 수령했다. 급여 15억8460만원, 상여금 1억4370만원, 기타 근로소득 443만원을 받으며 전년 대비 총보수가 2.5% 증가했다. 함영준 오뚜기 회장의 보수는 지난해 13억6000만원으로 전년 대비 8.2% 증가했다. 급여로 9억6000만원, 상여금 4억원을 수령했다.
임세령 대상그룹 부회장은 지난해 연봉으로 10억8800만원을 수령했다. 전년(11억3300만원) 대비 4% 감소했다. 다만 임 부회장의 아버지인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은 대상홀딩스에서 급여 20억원, 상여 8800만원 등 20억8800만원을 수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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