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 몰려드는 마카오 가보니
입국하자마자 공항 곳곳 불법 환전상이 유혹
축구장 6개 규모 COD 카지노, 평일에도 북적
中당국 규제에 VIP 대신 중산층 발길 이어져
업체들도 게임 외 즐길거리·볼거리 다변화
중국 마카오에 위치한 시티오브드림스(COD) 복합 리조트 전경. 내부에는 전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큰 카지노가 축구장 6개 사이즈인 3만 9000㎡로 조성돼 있다. 사진 제공=멜코리조트앤엔터테인먼트
[서울경제]
마카오 공항에서 입국 수속을 마치고 나가자 한국 관광객을 반기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불법 환전상이었다. 40대로 보이는 한 남성이 “저렴하게 해주겠다”며 다가왔다. 한국에 있는 은행 계좌로 돈을 보내면 현지에서 마카오 통화 파타카를 주겠다는 것이다. 카지노에서 돈을 따면 반대로 한국 계좌로 받을 수도 있다고 했다. ‘도박의 도시’인 만큼 예상을 하고 왔지만 공항에서까지 버젓이 불법 영업이 이뤄지고 있을 줄은 몰랐다. 주위에 즐비한 화려한 네온사인 건물들이 카지노라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었다.
마카오는 카지노의 도시다. 1849년부터 1999년까지 포르투갈의 지배를 받으면서 카지노 산업이 활성화됐다. 이후 이양 받은 중국 정부도 자국 내 유일한 카지노 합법화 지역으로 운영했다. 2006년에는 미국 라스베이거스를 제치고 세계 1위의 도박 도시가 되기도 했다. 당시 마카오가 카지노로 벌어들인 돈은 연간 69억 달러로 10조 원이 넘는다. 이후에도 마카오는 관련 사업을 키웠고 2013년 사상 최대인 매출액 63조 원을 기록하는 등 엄청난 활황을 누렸다. 내국인에도 열려 있는 오픈 카지노인 만큼 중국 경제의 부상으로 자국 내 VIP들과 관광객들이 마카오에 몰려든 덕분이다.
마카오 시티오브드림스(COD) 카지노 입구 모습. 뒤쪽 VIP 전용 공간은 공사가 진행 중이다. 카지노 내부는 사진 촬영이 불가능하다. 이경운 기자.
직접 찾은 마카오 카지노 현장은 여전히 중국인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었다. 마카오의 6개 카지노 운영사 중 한 곳인 멜코리조트앤엔터테인먼트가 운영하는 ‘시티오브드림스(COD)’를 방문했다. 전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큰 카지노인 만큼 영업장을 한눈에 보기 어려울 정도로 넓었다. 축구장 6개 크기에 맞먹는 3만 9000㎡ 규모다. 포커·바카라·다이사이 등 다양한 게임을 진행 중인 테이블마다 사람들로 가득 찼다. ‘진지바오시(金吉報喜)’라고 적힌 슬롯머신도 쉴 새 없이 돌아갔다. 금반지와 금목걸이로 치장한 중국인들이 잭팟이 터지길 기대하며 소리치고 있었다.
멜코리조트앤엔터테인먼트 연간 보고서에 따르면 COD 한 곳이 연간 벌어들이는 카지노 매출액이 2023년 기준 8454억 원에 달한다. 이는 국내 카지노 선두 업체 파라다이스(034230)가 지난해 영업장 4곳에서 벌어들인 매출(8188억 원)보다 많다. 마카오에는 COD보다 규모가 큰 카지노가 3곳이 더 있고 전체 영업장 수는 30개에 달한다. 관련 산업 규모가 한국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마카오 카지노에서 흥미로운 점은 국내에서는 카지노 매출의 꽃으로 여겨지는 VIP 고객의 발길이 줄어든 것이다. COD 카지노의 VIP 전용 영업장 일부는 공사가 진행 중이었고 테이블도 곳곳이 비어 있었다. 시진핑 정부가 반부패 정책으로 VIP 고액 도박 시장 수익을 억제한 여파가 아직 회복되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실제로 2013년 마카오 전체 카지노 매출의 70%를 차지했던 VIP 매출은 당시 298억 달러(약 43조 원)에서 지난해 33억 달러(약 5조 원)로 쪼그라들었다.
2023년 완공된 런더너 마카오 복합 리조트 전경. 영국 런던 빅벤과 같은 크기로 높이 96m의 모형 빅벤이 조성돼 있다. 이경운 기자
VIP 고객 감소에도 마카오 카지노 산업이 성장한 것은 일반 매스 고객과 VIP 사이에 위치한 ‘프리미엄 매스’ 고객 덕분이다. 글로벌 카지노 전문매체 IGB에 따르면 씨티그룹이 추산한 올해 1월 프리미엄 매스 고객 수는 전년 대비 11% 증가했다. 마카오 외래 관광객은 68%가 중국 본토에서 오고 홍콩과 대만이 27%를 차지할 정도로 중국 국내 고객 비중이 절대적이다. VIP는 아니지만 여유가 있는 중산층 이상 중국인들이 마카오를 찾아 카지노를 즐기고 있는 것이다. 이 결과 VIP 고객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음에도 마카오 게임감독국(DICJ)이 밝힌 카지노 매출은 지난해 2268억 파타카(41조 6000억 원)로 전년 대비 23.9% 증가했다.
프리미엄 매스 시장의 부상은 마카오 현지 카지노 업체들의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마카오에서 가장 최근에 지어진 복합 리조트 ‘런더너 마카오’는 도박에 열광하는 하이롤러가 아닌 일반 관광객들이 보고 즐길거리로 가득했다. 대표적으로 건물 앞에 조성된 런던의 상징 빅벤은 높이가 96m로 실제 런던 빅벤과 같은 크기로 만들어졌다. 마카오에 작은 런던이 실제로 조성돼 있는 것이다. 운영사인 샌즈차이나는 런더너를 재건축하면서 기존 건물 객실 4000개를 2400개로 줄이는 강수를 뒀다. 돈을 쓸 여유가 있는 관광객들에게 볼거리를 최대한 제공해 장기간 머물면서 즐기게 하기 위해서였다. 국내 카지노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프리미엄 매스 고객 중에서는 국내 카지노 기준 VIP만큼 돈을 쓰는 경우도 많다”며 “단체관광객 무비자 입국 등 중국 관광객 유입이 기대되는 만큼 중국 시장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카오=이경운 기자 clou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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