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25일 사우디 회담 통해 의견 조율…부분휴전 에너지 시설 대상도 구체화
'흑해 항만 인프라' 공격 중단 여부 불확실…우크라 "추가 실무회담 필요"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25일(현지시간) 미국의 중재로 흑해에서의 무력 행사 중단에 합의했다. 다만 러시아가 농산물 수출 등 농업 관련 제재를 풀어줄 것을 조건으로 걸고 있어 실제 이행까지는 잡음이 예상된다.
미국 백악관은 이날 성명을 내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흑해에서 안전한 항해를 보장하고 무력행사를 배제하며 상업용 선박을 군사적으로 사용하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에너지 인프라에 국한됐던 휴전 범위를 흑해까지 확장하게 됐다. 미국이 지난 23~25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두 나라와 각각 실무 회담을 열고 '셔틀 외교'를 통해 견해차를 조율한 결과다.
러시아 크렘린궁 또한 성명을 내고 흑해 협정 이행을 보장하고, 상선의 군사 목적 사용 금지를 감시하기 위한 적절한 통제 계획을 세우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앞서 합의된 에너지 인프라 30일 부분휴전에 따라 공격을 중단하는 시설도 △정유 공장 △원유 저장 시설 △가스관 △원자력발전소 △수력발전소 △송전 시설 △에너지 수송 인프라 등으로 구체화했다. 휴전 발효 시점은 18일부터 30일간으로 명시됐다.
우크라이나 국방부 또한 "모든 당사국은 안전한 항해를 보장하고 무력 사용을 배제하며 상선을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기로 합의했다"며 흑해 휴전 합의 수용 의사를 밝혔다.
미국과 우크라이나, 러시아는 에너지 및 해상 휴전에 관해 제3국의 중재를 환영한다는 입장을 같이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모스크바 크렘린 궁에서 베니아민 콘드라티예프 크라스노다르 주지사와 만나고 있다. 2025.03.25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다만 러시아 크렘린궁은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러시아산 비료와 농산물에 부과된 서방 국가들의 제재가 해제돼야만 해상 휴전을 이행하겠다고 조건을 걸었다.
그뿐 아니라 러시아 국영 농업은행(로셀호스)과 식품 거래에 관여하는 금융 기관, 러시아 농업 기업들이 국제결제시스템(SWIFT)에 다시 접근하고 서방 기업들이 러시아에 농기계를 다시 공급해야 한다는 조건도 붙였다. 식량·비료 수출 기업, 보험사, 식량·비료 운송 기업, 선박 운항 등에 대한 제재 해제도 요구했다.
이 문제에 관해 백악관은 농산물 및 비료 수출에 대한 러시아의 접근을 복원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제재 해제 가능성을 시사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크렘린궁이 제재 해제 등의 조건을 달았는데 이 조건에 동의했냐'는 질문을 받고 "5~6개의 조건이 붙었는데 모두 들여다볼 것"이라며 검토 의사를 밝혔다.
미국이 러시아의 요구를 받아들인다면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를 해제하는 데 첫발을 떼는 셈이 되고, 이는 러시아와 러시아 금융 시스템에 대한 서방의 압박을 약화할 수밖에 없다. 미국 외 또 다른 제재 주체인 유럽연합(EU)의 승인도 필요한데, 러시아에 강경한 EU가 받아들일지도 미지수다.
우크라이나도 이 부분에 불만을 표시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우리는 이것이 기존 입장과 제재를 약화하는 거라고 생각한다"며 제재 완화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도네츠크 지역의 전방 부대를 방문해 장교들과 만나고 있다. 2025.03,23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이번 합의에는 불분명한 측면이 많아 이행이 어려울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흑해에서의 무력 사용 배제'가 항만 인프라에 대한 공격 중단을 뜻하는지 명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측은 이런 조항이 미국과의 회담 중에 언급됐고 미콜라이우와 헤르손항구의 상업용 운영 재개도 기대한다고 밝혔으나, 이에 관해 러시아의 입장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측은 아직 논의를 통해 구체화해야 할 부분이 많다고 보고 있다. 이번 사우디 회담에 참석한 루스템 우메로우 우크라이나 국방부 장관은 "추가적인 실무 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고, 젤렌스키 또한 "합의가 이행될 거라고 확인하기에 이르다"고 평가했다.
휴전이 언제든 깨질 수 있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목된다. 크렘린궁은 합의가 있으면 휴전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면서도 한쪽이 공격 중단을 위반하면 다른 한쪽이 합의를 철회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안드리 클리멘코 흑해 전략연구소장은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양측이 해상 휴전을 이행할 가능성에 대해 매우 회의적"이라며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항구 인프라 공격을 멈추려 하고, 러시아는 흑해의 상업용 선박 통제권을 되찾으려 한다는 점에서 양측의 의도가 정반대"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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