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후 6시29분께 강동구 명일동서 싱크홀
유족·지인 "경제적 어려움 있으나 배달 병행…안타까워"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26일 오전 서울 강동구 싱크홀(땅 꺼짐) 사고 현장에서 관계자들이 복구작업 준비를 하고 있다. 2025.03.26. 20hwan@newsis.com
[서울=뉴시스] 오정우 기자 = "아아아아악. 아이고 내 아들"
26일 오후 4시40분께 서울 강동구 중앙보훈병원 장례식장. 서울 강동구 명일동 대명초등학교 인근 싱크홀(땅꺼짐) 사고로 숨진 오토바이 운전자 박모(33)씨의 입관이 진행되자 유가족들은 꾹 참아왔던 눈물을 쏟아내고 있었다.
오후 4시35분께 박씨를 떠나보내기에 앞서 유가족들은 굳은 표정으로 서로의 어깨를 토닥이거나 한동안 부둥켜 안은 채 비통함에 잠긴 듯한 표정을 지었다. 슬픔을 채 감추지 못한 박씨의 유가족들은 10여분간 "아이고 내 새끼"라며 비명에 가까운 통곡을 한 뒤 입관을 마쳤다.
전날부터 박씨 조문객 행렬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날 오전에도 적막감이 감도는 상황에서 곡소리가 간간이 복도로 울려퍼지고 있었다. 지인으로 추정되는 여성은 "아이고 우리 OOO 어떡해"라며 울음을 떠뜨리기도 했다.
화장기 없는 눈으로 멍하니 화환 10여개와 근조기 6개를 쳐다보며 한참을 망설이다 빈소로 들어가는 여성도, 고인의 사진을 뚫어지게 본 뒤 마음을 먹은 듯 들어가는 조문객들도 이 상황이 여전히 믿기지 않는 듯한 표정이었다.
박씨 유족이라고 밝힌 한 여성은 "너무 귀엽고 잘생긴 오빠"라며 "빨리 구조됐으면 살았을까 싶은 생각이 들어서 너무 안타깝다"고 전했다.
10년지기 친구도 예기치 못한 변에 안타까움을 금하지 못했다.
그와 서울 강동구 길동에서 10년동안 '호형호제'한 A씨는 "저한테 배달 일을 가르쳐준 10년지기 친구였다"며 "사고나자마자 전화했는데 안 받아서 이상하다 생각했는데 결국 답장을 못 받았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이쪽 지역을 많이 돌아다니다보니 싱크홀 지역이 어딘지 단번에 알아차려서 바로 카카오톡 메시지와 전화를 보냈다"며 "아무리 바빠도 전화를 하면 무조건 받는 친구였는데 전화도 안 받아서 이상하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집에 가서 블랙박스 등 영상을 보니 뒷모습이 딱 그 친구였다"며 "박씨 어머니 집에 도착하니 경찰이 신원 파악에 나선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10년지기 친구가 떠올리기에도 박씨는 '성실함'의 대명사였다.
A씨는 "주 7일 일할 정도로 정말 성실한 친구였다"며 "젊었을 때라도 일을 열심히 해서 돈을 많이 벌어놓아야 한다고 자주 얘기했다"고 회상했다.
어렸을 때부터 서울 강동구 길동에서 PC방을 같이 다니며 돈독한 사이가 됐다는 A씨. A씨 기억 속 박씨는 아버지를 여의는 등 아픈 과거를 딛고 꿋꿋이 사업과 배달 일을 병행하는 등 가정을 책임지려 한 친구였다.
10년지기 친구는 그를 떠나보내며 "말도 안 되는 사고로 죽어서 너무 안타깝다"고 연신 되뇌었다.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24일 서울 강동구 명일동 한 도로에 발생한 대형 싱크홀이 보이고 있다. 2025.03.24. ks@newsis.com
박씨가 사고 직전까지 배달 일을 하고 있던 정황도 밝혀졌다.
박씨와 25년간 알고 지낸 B씨는 오후 3시께 기자들과 만나 "박씨는 아버지로부터 통신 관련 사업을 물려받은 후 한 상조회사로부터 영업수수료 미지급 대출 등 많은 빚을 안고 소송을 하게 돼 3년 전부터 배달 업무를 시작했다"며 "사고 당일에도 '배달 일이 많은 시간이라 빨리 가야 한다'고 말한 점과 당일 오후 5시56분과 오후 6시6분께 배달을 완료한 기록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고인은 누구보다 성실한 사람이었다"라며 "열심히 사는 친구인데 (사고를 당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24일 오후 6시29분께 서울 강동구 명일동 대명초 사거리에서 싱크홀이 발생해 1명이 숨지고 승용차 운전자 1명이 경상을 입어 병원으로 옮겨진 바 있다.
소방 당국은 사고 발생 17시간 만인 전날 오전 11시22분께 싱크홀 발생 지점으로부터 50m 떨어진 곳에서 박씨를 심정지 상태로 발견해 오후 12시36분께 구조했다.
고인의 발인은 오는 28일로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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