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주주총회서 이해진 사내이사 선임
최수연 대표도 연임
카카오는 '정신아 단독 체제' 확립…다음 매각 갈등에는 "현재 계획 없다" 선 그어
이해진 네이버 의장이 26일 네이버1784에서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선임된 뒤 인사말을 하고 있다. 네이버 제공
네이버가 26일 네이버1784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있다. 네이버 제공
'승부사'로 통하는 이해진(사진) 네이버 의장이 26일 경영 일선으로 복귀하면서 젊은 리더들의 '과감한 도전'을 강조했다. 연임한 최수연 대표를 비롯한 신진 경영진들이 막중한 책임을 갖고 네이버를 이끌어 갈 수 있도록 독려하고 응원하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라고 정의한 것이다.
이 의장은 또 인공지능(AI) 패권 경쟁에서 전략적으로 빅테크와 협업을 추진하되 'AI 주권'(소버린 AI)의 연장선에서 'AI의 다양성'을 지켜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 의장은 이날 경기도 성남시 네이버1784에서 열린 제26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선임된 뒤 "첨단에서 네이버를 이끌어가야 할 막중한 책임을 진 젊은 리더들이 언제나처럼 이용자와 기술을 가장 중심에 두도록, 과감하게 시도하고 자신 있게 도전하도록, 독려하고 지원하겠다"고 했다.
이 의장은 이날 이사회에서 의장으로 선출된 뒤 글로벌투자책임자(GIO)직을 내려놓고, 이사회 의장으로서 네이버를 진두지휘한다.
이 의장은 "인터넷과 모바일에 이어서, 수많은 기업들이 다시 한번 생성형 AI를 새로운 기술의 이정표로 삼아, 사람들의 삶과 결합해 모든 것을 바꿀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네이버가 새로운 도전을 맞이하는 이 시기에, 저를 믿고 사내이사로 선임해주신 주주 여러분께 감사드린다"며 "인터넷 시대에 시작된 네이버가 모바일 환경의 파고까지 성공적으로 넘을 수 있던 핵심은, 혁신 기술을 이용자에게 가장 필요한 서비스로 바꾸겠다는 열정과 더 큰 시장과 자본력을 가진 기업들과 다른 방식으로 싸워온 네이버만의 투지가 있었다. AI시대를 맞이하는 네이버의 기본은 변하지 않는다"고 힘줘 말했다.
특히 "최 대표 이하 신진리더십은 AI 시대를 살아갈 지금과 다음 세대 이용자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또한 최고의 기술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인재들"이라며 "주주 여러분께서 기대하는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네이버가 되기 위해 책임을 다하겠다"고 했다. 네이버 창업자인 이 의장의 복귀는 AI 경쟁이 치열해진 글로벌 빅테크 시장에서 네이버만의 미래 성장 동력을 발굴하고 향후 10년을 책임질 회사의 방향성을 직접 제시하겠다는 강한 의지로 해석된다. 이 의장은 지난 26년간 국내 인터넷 산업을 선도하며 수많은 위기를 극복하고 혁신을 이끌어온 만큼, AI 시대에도 네이버의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의장은 한국어에 특화된 검색 서비스를 개발, 야후와 구글을 제치고 네이버를 국내 1위로 성장시킨 인물이다. 한국이 글로벌 빅테크의 공세 속에서도 '토종 플랫폼'을 지켜낼 수 있던 것에는 네이버의 역할이 컸다.
모바일 시대를 맞아 스마트폰 중심으로 시장이 급변하자 네이버의 모바일 전환에 사활을 건 것도 이 의장이다.
당장 이 의장 앞에 놓은 가장 큰 숙제는 'AI'다. 네이버는 자체 대형언어모델(LLM) 하이퍼클로바를 개발하고 모든 서비스에 AI를 접목하는 시도를 하고 있지만 AI 시장에서의 존재감은 미미하다. 이날 주주총회에서도 네이버의 AI 성과에 의문을 드러내는 주주들의 질의가 쏟아지기도 했다.
이 의장의 합류로 네이버만의 독자적인 AI 전략을 수립하고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의장은 주주총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경영진들이 몇 가지 아이디어를 갖고 있고 전략들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안다. 위기를 기회로 저희가 모바일 때 해외로 진출했듯이 기회로 삼을 수 있는 노력을 해야 한다"며 "새로운 움직임들이 더 많이 활발해질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빅테크와 협업할 것은 협업해야 한다"고 전제한 뒤 "하지만 전 세계가 1~2개의 검색 엔진만 사용하고 전 세계가 1~2개의 AI만 쓰는 것은 굉장히 슬픈 일이다. 인터넷 다양성이 지켜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같은 날 정기주주총회를 연 카카오는 정신아 대표 중심으로 체제를 전환했다. 주총에서는 함춘승 피에이치앤컴퍼니 사장을 신규이사회 의장으로, 신종환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신규 사내이사로, 김선욱 법무법인 세승 대표 변호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정 대표는 "카카오는 앞으로의 15년 동안 AI기반 서비스의 대중화를 통해 미래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일상을 바꾸는 기회를 잡고자 한다. 내부모델에서 외부모델까지 비용효율성과 완성도를 높일 수 있는 AI 모델 오케스트레이션 전략, AI에서 카카오 그룹의 역량을 모으는 새로운 일하는 방식, 그리고 데이터의 강결합, 이 3가지가 맞물려 대화, 선물, 이동, 금융 전 영역의 일상을 바꾸는 B2C 서비스를 만들어 낼 것"이라며 "카카오가 추구하는 사용자의 맥락을 이해하는 개인화된 AI는 AI의 기술 이해와 상관없이 사용들이 AI를 쉽게 접하도록 하는 AI 대중화를 이뤄내는 힘이 될 것"이라고 했다. 최근 노사 갈등을 빚은 다음 분사와 매각 관련해서는 "현재 매각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