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흐름 방해하는 TV광고, 넷플릭스는 광고위치 직접 선정
오겜2 독점광고한 기아차, 넷플릭스 광고 후 미국 매출 2배 증가한 마뗑킴
"광고주 글로벌 진출 쉬워졌다"… "중소기업 해외 진출 허들 낮아져"
[미디어오늘 윤수현 기자]
▲넷플릭스 '폭싹 속았수다' 이미지. 사진=넷플릭스
넷플릭스 광고요금제가 국내 광고주의 해외 진출 교두보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오징어게임2'·'중증외상센터'·'폭싹 속았수다' 등 K-콘텐츠가 넷플릭스에서 흥행하는 가운데, 넷플릭스가 주요 글로벌 광고 매체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넷플릭스는 일반 TV광고와 달리 광고가 콘텐츠 시청에 방해되지 않도록 광고 위치를 직접 선정하고 몰아보기 광고, 일시정지 광고 등 새로운 포맷을 적용하고 있다.
국내 의류브랜드 마뗑킴(MATIN KIM)은 지난해 12월26일 오징어게임2 출시에 맞춰 넷플릭스 광고요금제 광고를 내보냈고, 이후 미국 내 '마뗑킴' 키워드 검색량이 2배 이상 증가했다. 마뗑킴에 따르면 광고 후 글로벌 매출도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아자동차는 오징어게임2 출시 당시 광고요금제를 도입한 12개국에서 싱글타이틀 스폰서십 광고(한 기업이 특정 콘텐츠를 독점하는 광고) 계약을 체결했다.
▲신원수 한국디지털광고협회 부회장과 강신규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연구위원. 사진=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
신원수 한국디지털광고협회 부회장은 지난 26일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가 개최한 '미디어 이슈와 콘텍스트' 세미나에서 “국내 브랜드가 넷플릭스라는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미국이나 다른 나라 이용자에게 광고를 할 수 있게 됐다. 글로벌 진출이 쉬워진 것”이라며 “특히 한국 콘텐츠가 바이럴(Viral, 온라인에서 콘텐츠가 확산되는 현상)이 잘 되는 만큼, 한국 기업은 효율적인 광고 수단을 가지게 됐다”고 했다.
신 부회장은 “과거 '여명의 눈동자' 같은 TV 드라마가 방영되면 직장에서 드라마 이야기만 한 것처럼, 이제 OTT가 그 역할을 하고 있다. '폭싹 속았수다'가 금요일 공개되면 이제 그 이야기만 하고 있지 않은가”라며 “넷플릭스라는 매체에 광고했다는 것 자체로도 파급력을 가질 수 있다. 광고효과도 중요하지만, 광고 매체의 콘텐츠 품질이 중요한 지표가 됐다”고 했다.
▲기아자동차와 오징어게임2 협업 광고 갈무리.
광고요금제 이용자도 증가 추세다. 넷플릭스 광고요금제 월간활성이용자(MAU)는 2023년 11월 1500만 명에서 지난해 12월 7000만 명으로 대폭 증가했다. 온라인 통계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2027년 넷플릭스 이용자 58%가 광고요금제를 사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강신규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책임연구위원은 마뗑킴 광고 사례를 언급하면서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 허들이 낮아진다는 점이 넷플릭스 광고의 매력"이라고 했다.
특히 넷플릭스는 이용자의 광고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넷플릭스는 주요 장면에 광고가 삽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 광고위치를 직접 선별하고, 동일광고가 노출되는 빈도를 최대 하루 3번으로 관리하고 있다. QR코드 광고, 일시정지 광고 등 방송광고에서 할 수 없는 새로운 형태의 광고도 나왔으며 3개 에피소드를 연속 시청할 경우 4번째부터 광고를 제거하는 '몰아보기 광고' 포맷도 도입했다. 주요 장면에 광고가 나와 시청흐름을 방해하는 TV광고와 차별점을 두고 있는 것이다.
이춘 넷플릭스 한국광고사업부문 디렉터는 “한국은 광고 제작역량이나 퀄리티가 높은 국가다. 특히 한국 콘텐츠가 글로벌 시장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기 때문에 광고주 입장에서도 넷플릭스 광고가 효과적일 것”이라며 “특히 넷플릭스는 광고를 단순히 수익 창출 수단이 아니라 하나의 콘텐츠로 보고 있다. 시청자의 콘텐츠 몰입을 방해하지 않는 최적화된 광고 경험을 추구하고 있다”고 했다.
이 디렉터는 2분기 중 한국에 AI 기반 광고기슬 서비스 '애드테크'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이 디렉터는 “애드테크가 도입되면 광고주는 원하는 시청자를 정해 광고할 수 있고, 시청자들 역시 자신과 연관성 있는 광고에 노출된다. 고도화된 성과 측정도 가능하다”고 했다.
▲넷플릭스 홈페이지 갈무리.
다만 이용자의 광고 거부감을 어떻게 줄일 수 있을지, 광고효과는 어떻게 측정해야 하는지는 해결과제로 남는다. 강 연구위원은 “아직 이용자들은 유료 서비스일 경우 광고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며 “콘텐츠 몰입감을 헤치지 않아야 광고에 대한 심리적 저항감을 낮출 수 있다”고 했다. 강 연구위원은 “광고요금제 이용자들이 자신을 (프리미엄 요금제 이용자보다 떨어지는) 2등 이용자로 생각하지 않도록 기능적 차별점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했다.
넷플릭스는 광고요금제 이용자가 콘텐츠 시청 3시간이 지나도 집중도를 유지하기 때문에 몰입도 측면에서 광고효과가 뛰어나다고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이 조사는 미국 등 해외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것으로, 한국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는 아니다. 이에 대해 이 디렉터는 “몰입도 조사는 미국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조사이지만 다른 나라도 동일한 현상이 나타난다. 한국 데이터는 없지만, 이제 팀이 신설됐고 시작 단계이기에 분석을 더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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