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정보 공유 플랫폼 ‘뽈레’ 커뮤니티 행사장에서 김류미(왼쪽), 황대산 공동대표가 발언하고 있다.[뽈레 제공]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1시간 기다렸는데, 입맛만 버렸다”
허투루 돈을 쓸 수 없는 요즘. 이왕 돈을 쓸 거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해 각종 후기를 뒤적인다. 하지만 오랜 고민 끝에 방문한 가게에서도 ‘실패’를 맛보는 경우가 부지기수.
가장 큰 원인은 리뷰를 빙자한 광고 후기다. 갈수록 정교해지는 탓에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별도 힘들다. 이미 검증된 유명 맛집에는 대기 시간만 하세월. 결국 “아무거나 먹자”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광고 후기가 없는 ‘숨은 맛집’을 찾고 싶다”
지난 2017년 이같은 고민을 공유한 김류미(41), 황대산(46) 공동대표는 지도 기반 맛집 정보 공유 플랫폼 ‘뽈레’를 창업했다. 이용자들의 맛집 리뷰 데이터를 모아 축적하고, 이용자가 필요로 하는 진짜 맛집을 추천하는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취지다.
언뜻 보기에 뽈레는 여타 맛집 서비스와 다르지 않다. 하지만 특이점이 분명하다. ‘맛집 랭킹’ 등 콘텐츠에 치중하지 않는다. 본인의 취향에 맞는 다른 이용자와 연결해 주는 데 특화돼 있다. 내 취향과 유사한 ‘동네 친구’가 추천하는 숨은 맛집을 찾을 수 있는 셈.
신뢰받는 맛집 데이터…모으는 데만 7년 걸렸다
맛집 정보 공유 플랫폼 ‘뽈레’를 창업한 김류미(왼쪽), 황대산 공동대표.[뽈레 제공]
최근 서울 강남구 한 태국 음식점에서 헤럴드경제와 만난 김류미, 황대산 공동대표는 음식이 나오는 동시에 휴대폰 카메라를 꺼내 들었다. 이들은 평소에도 음식 사진을 찍냐는 질문에 “우리도 리뷰 데이터 축적에 기여해야 하니까요”라고 입을 모아 대답했다.
이들은 인터뷰 내내 신뢰도 높은 ‘데이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황 대표는 “순도 높은 리뷰 데이터 없이는 지속 가능성이 없다”고 단언했다. 애초 리뷰를 소비하고 정보만 취하는 이용자가 아니라 리뷰를 제공하는 사람들의 편의를 위주로 서비스를 꾸린 것도 이 때문이다.
뽈레 소개 페이지.[뽈레 홈페이지 갈무리]
실제 뽈레는 스쳐 지나가는 일명 ‘눈팅족’에 그다지 친절하지 않은 서비스다. 특정 인플루언서의 리뷰를 크게 부각하지 않는 데다, ‘서울 TOP20 냉면’과 같은 소개 콘텐츠도 제작하지 않는다. 이용자를 늘리는 데는 유리하지만, 데이터를 축적하는 데는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광고나 맛집 소개 콘텐츠에 혹해서 들어온 이용자들은 결국 정보만 취하고 앱을 떠나는 경우가 많다”며 “정보를 제공하는 이용자를 중심으로 서비스를 구성해 데이터의 힘을 키울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뽈레는 맛집 리뷰를 기반으로 한 SNS 서비스에 가깝다. 특히 본인의 활동 지역이나 취향에 맞는 사용자를 찾아 팔로우하고 소통할 수 있다. ‘숨은 맛집’을 찾기에도 용이하다. 특정 지역에서 활발히 리뷰를 올리는 ‘동네먹짱’을 팔로우할 경우, 동네 주민들의 맛집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뽈레 소개 페이지.[뽈레 홈페이지 갈무리]
황 대표는 “다른 유명 맛집앱들에 비해 이용자 숫자가 적고 성장이 느렸지만, 리뷰를 남기는 이용자들을 위주로 운영해 한국에서 가장 많은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었다”며 “예약 등 여타 수익 비즈니스를 하지 않은 것도 같은 이유”라고 말했다.
이처럼 수익 창출보다 기반 데이터를 쌓는 데 주력하다 보니, 운영이 위태로운 순간도 있었다. 하지만 올해는 처음으로 ‘흑자’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제휴 데이터로 활용할 수 있을 만큼의 충분한 리뷰를 모았다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2~3년 전부터 데이터를 필요로 하는 여러 제안이 들어왔고, 이를 검토하던 중 지난해 국내 1위 내비게이션 앱 T맵과 데이터 제휴를 맺었다”며 “올해는 모두가 깜짝 놀랄 만한 글로벌 플랫폼사와 라이선스 제휴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형 플랫폼과 제휴…외연 확장 시작
맛집 정보 공유 플랫폼 ‘뽈레’의 창업자 황대산(왼쪽), 김류미 공동대표.[뽈레 제공]
두 공동대표가 처음 만난 건 2010년대 초반. 당시 김 대표는 출판사 편집자로 일하며 신문사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었다. 미국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IT업계에 종사하던 황 대표가 칼럼을 읽은 게 만남의 계기다. 황 대표는 “칼럼에 감명받아 ‘이 사람을 만나봐야겠다’고 생각했던 게 시작이었다”고 말했다.
어느새 공동 창업을 결심한 이들의 첫 아이템은 맛집이 아닌 ‘책 추천 서비스’. 편집자로 인하던 김 대표의 이력을 반영한 사업이었다. 큰 틀에서는 뽈레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용자들이 책에 대한 감상을 남기고 서로 교류하면, 해당 데이터를 토대로 책을 추천하는 서비스였다.
뽈레 소개 페이지.[뽈레 홈페이지 갈무리]
하지만 첫 창업은 성공적이지 않았다. 이용자들이 밥을 먹는 것만큼 책을 읽는 건 아니었기 때문. 황 대표는 “미국 유학 시절 아마존의 책 추천 서비스에 감명을 받았었다”면서도 “한 달에 한 권의 책을 읽는 것도 어려운 상황에, 리뷰 데이터를 축적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후 각종 서비스를 도전한 끝에 2018년 뽈레에 정착했다. 김 대표는 신학을 전공하고 출판사에서 일한 전형적인 ‘문과형 인간’. 황 대표는 IT 개발에서 재미를 얻는 ‘이과형 인간’이었다. 다른 성향의 두 사람이었지만, 뽈레의 성공 가능성을 확신하는 마음은 일치했다. 서로의 확신에 의지하며 버텨온 셈이다.
김 대표는 “7년간 사업을 이어가면서 막막한 순간들이 있었지만, 항상 ‘우리는 잘할 거야’라는 느낌으로 대화를 마쳤던 것 같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여러 어려움이 닥칠 때마다 같이 논의하면서 확신을 다져나갔다”고 말했다.
맛집 정보 공유 플랫폼 ‘뽈레’ 커뮤니티 행사 포스터.[뽈레 제공]
앞으로는 아직 ‘뽈레’를 접하지 못한 대중적인 이용자들을 위한 서비스도 강화할 예정이다. 외연 확장을 할 시기에 진입했기 때문. 김 대표는 “데이터를 쌓는 데도 힘을 기울이겠지만, 한편으로 일반 이용자들이 더 편리하게 좋은 정보를 취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뽈레 서비스를 사용하는 이용자들에 대한 감사 인사도 잊지 않았다. 김 대표는 “저희가 굿즈를 만들 여력도 없을 때, 이용자들이 자체적으로 후원을 받아 ‘개간돼지’라는 뽈레 잡지를 만들기도 하고, 삼삼오오 모여 커뮤니티 행사를 여는 등 큰 힘을 보태줬다”며 “뽈레가 많은 이들의 ‘교류의 장’이라고 생각하고, 앞으로도 더 열심히 운영해야겠다는 다짐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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