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수책위, 이사 선임 안건 양측에 분산투표 결정
의결권 제한에도 집중투표로 영풍·MBK측 일부 선임될 듯
국민연금, 회사 측 감사위원 3명 반대…"감시의무 소홀"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서 캐스팅 보트를 쥔 국민연금이 오는 28일 열리는 고려아연 정기주주총회에서 경영진이 제안한 이사수 상한 설정을 위한 정관변경에 찬성하기로 결정했다. 법원의 가처분 신청 기각으로 영풍의 의결권 행사가 불가능해진 가운데 국민연금이 찬성 입장을 밝히면서 해당 안건의 통과 확률이 높아졌다.
반면 국민연금은 이사선임 안건에서는 지난 1월 임시주주총회와 동일하게 이번에도 고려아연 현 경영진 측과 영풍·MBK파트너스 연합 측 후보에 표를 골고루 분산했다. 기존 고려아연 이사회 중심의 경영 유지에 무게를 실어주면서도, 영풍·MBK의 이사회 진입을 통한 견제 필요성을 인정했다.
이번 주총부터는 집중투표 방식으로 이사를 선임하기 때문에 국민연금의 지지를 받은 영풍·MBK 일부 후보들도 가결 요건을 충족하며 선임될 것으로 보인다.
종합하면 이번 정기주총 이후 고려아연 경영권 판도는 최윤범 회장측이 이사회 과반을 유지하는 '방어'에 성공하는 동시에 영풍·MBK측도 기존 장형진 고문 외에 일부 이사진이 추가로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23일 오후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서울에서 열린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가 진행되고 있다./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책위)는 27일 오후 3시 회의를 열고 고려아연 정기주총 안건에 대한 의결권 방향을 심의했다. 이날 회의는 3시간 가량 이어졌다.
국민연금은 최근 공시인 지난해 10월28일 기준으로 고려아연 지분을 4.51%(의결권 기준 5.15%) 보유하고 있다. 국민연금 이사수 상한 찬성... 영풍 의결권 제한으로 안건 통과 확률 높아져
국민연금 수책위는 이사수 상한을 설정하는 정관변경 안건에 대해 찬성표를 던지기로 했다. 현재 고려아연 정관은 '이사는 3인 이상으로 한다'로만 되어있는데 '3인 이상 19인 이하'로 상한을 명시하는 내용이다. 고려아연 경영진은 이사회의 비대화를 막기 위해 정관 변경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며, 영풍·MBK측은 경영권 방어용이라며 반대하는 안건이다. 앞서 국내외 주요 의결권 자문기관들은 이 안건에 찬성을 권고한 바 있다.
이날 법원이 영풍 측의 제기한 의결권행사허용 가처분 신청을 기각한데 이어 국민연금이 이사수 상한 안건에 찬성하면서 해당 안건의 통과 확률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이 안건은 특별결의 사항으로 출석주주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 바꿔말하면 출석주주 3분의 1이 반대하면 통과할 수 없다.
애초 영풍·MBK는 지분 40.9%(자사주 제외 의결권 기준 46.7%)를 가지고 있어 의결권을 모두 사용한다면 해당 안건은 부결이 확실했다. 하지만 법원 결정으로 영풍이 가진 지분 25.4%(의결권 기준 28.9%)를 사용할 수 없는 상황에서 반대표는 대폭 줄어들고, 국민연금 의결권 5%는 찬성표로 굳혀지면서 다른 주주 표심에 따라 통과 여부가 갈릴 전망이다.
앞서 이날 법원은 영풍·MBK가 고려아연 정기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하게 해달라고 신청한 가처분을 기각했다. 이에 따라 이번 주총에서 영풍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되면서, 영풍·MBK 연합이 사용 가능한 지분은 15.5%(의결권 기준 17.7%)로 줄어든다.국민연금 이사선임 양측 분산지지…영풍·MBK 최소 3~4명 진입할 듯
국민연금은 이사수를 19명으로 제한하는 안건 가결을 전제로 8명을 뽑는 이사선임 안건에서는 △제임스 앤드류 머피 올리버와이먼 선임 고문 △정다미 명지대 경영대학장 등 현 경영진 추천 후보 2명과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 △권광석 전 우리은행장 등 영풍·MBK 후보 2명에 각각 표를 집중해서 행사하기로 했다.
만일 이사 수 상한이 부결됐을 경우, 집중투표제로 12명을 선임하는 경영진 측 안건에 찬성하고 17명을 뽑는 영풍·MBK 측 안건에 반대하기로 했다. 이 경우 △제임스 앤드류 머피 올리버와이먼 선임 고문 △정다미 명지대 경영대학장 △최재식 카이스트 교수 등 경영진 추천 후보 3명과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 △권광석 전 우리은행장 △김명준 전 서울지방국세청장 등 영풍·MBK 후보 3명에 각각 분산투표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정기주총부터 이사선임은 의결권을 몰아줄 수 있는 집중투표 방식으로 진행한다. 따라서 영풍 의결권 제한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의 지지를 받은 영풍·MBK 일부 후보들은 이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집중투표는 선임할 이사수만큼 의결권을 몰아주는 것이어서 영풍·MBK가 여전히 사용 가능한 의결권에 국민연금 표를 더하면, 최소한 국민연금이 지지의사를 밝힌 후보들은 가결 요건(출석주주 의결권 과반)을 무난히 충족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정기주총 이후 고려아연 이사회는 최윤범 회장 측이 여전히 주도권을 쥐는 가운데 영풍·MBK 측도 최소 3~4명(기존 장형진 고문 포함) 이상 이사회에 진입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국민연금은 경영진이 올린 감사위원 선임은 모두 반대키로 했다. 국민연금 수책위는 △권순범 현 고려아연 사외이사, 이민호 법무법인 율촌 ESG연구소장의 감사위원 선임 안건 △서대원 고려아연 사외이사의 감사위원 선임(분리선출) 건에 대해모두 반대한다고 밝혔다. 기업가치 훼손 내지 주주 권익 침해 행위에 대한 감시 의무를 소홀했다고 판단이다.
아울러 국민연금은 이사 보수 한도(100억원) 승인 건에 대해서도 보수금액이 경영성과에 연계되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반대했다. 이익배당 및 이익잉여금처분계산서 승인의 건에 대해서는 이사회 안에 찬성하기로 했다.
이밖에 재무재표 승인의 건, 사외이사 중 이사회 의장을 선임하도록 하는 정관 변경의 건 등 나머지 안건에 대해선 모두 찬성하기로 결정했다.
백지현 (jihyun100@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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