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03월28일 07시40분에 팜이데일리 프리미엄 콘텐츠로 선공개 되었습니다.
[이데일리 나은경 기자] 고영테크놀러지(이하 ‘고영(098460)’)가 자체 개발한 뇌 수술 의료로봇이 오는 4월 미국 대형병원에 첫 출하를 앞둔 것으로 확인됐다. 이로써 지난 1월20일(한국 시간)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510(K) 인증을 받은 뇌 수술 로봇 ‘지니언트 크래니얼’은 허가를 받더라도 실제 판매가 이뤄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리지 않겠느냐는 일각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게 됐다.
26일 고영에 따르면 현재 회사는 지니언트 크래니얼의 미국 현지 출하를 위한 마무리 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 고영 관계자는 “가능한 조속한 시점에 공급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종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며 “이르면 오는 4월 중 첫 출하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FDA 허가 이어 美 진출 성과 가시화
회사는 의료로봇 사업 초반부터 미국 시장을 염두에 두고 미국 샌디에이고에 영업오피스를 설립하는 등 전략적으로 준비해왔다.
박현수 고영 전략기획본부장은 “미국 시장 진입을 위해 10년 이상 준비해왔기에 인증과 동시에 의료로봇 공급이 가능했다”며 “이미 수년 전부터 미국 내 (의료로봇) 영업 및 서비스 인력을 확보했고 현지 키오피니언리더(KOL) 의사들과의 네트워크도 꾸준히 구축해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지니언트 크래니얼을 단순히 마케팅 목적이 아닌, 실제 뇌 수술에 사용될 병원에 공급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뇌 수술 분야에서 권위 있는 의사가 있는 병원에 설치된다면 비록 올해 한 대만 설치되더라도 미국 시장에서의 성공적인 출발이 될 것”이라고 했다. 회사는 지니언트 크래니얼의 평균판매가격(ASP)을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한 대당 100만 달러(약 15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고영은 미국 시장 초기 진입 단계에서 고객 접점을 직접 관리하는 방식으로 시장 기반을 다져나갈 계획이다. 향후 유통 파트너사와의 협업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도 일정 수준의 직판 체제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뇌 수술용 로봇 시장은 이제 막 개척 단계여서 고객과의 직접 소통이 꼭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박 본부장은 “우리가 직접 만든 의료로봇을 고객(의료진)에게 직접 판매하고, 그 과정에서 피드백을 수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며 “새로운 기술이기 때문에 기술영업이 핵심이며, 그래야 의료진도 보다 쉽게 기술을 활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미국의 대표 의료로봇 기업인 인튜이티브 서지컬(ISRG)도 사업 초기 대리점 영업을 하다 한계를 느끼고 대리점을 인수해 직접 판매·유통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고영테크놀러지가 미국 FDA로부터 510(k) 인증을 받은 뇌 수술용 의료로봇 ‘지니언트 크래니얼’ (사진=고영테크놀러지)
편의성·정확도 높인 ‘지니언트 크래니얼’ 탄생
지니언트 크래니얼의 전신인 카이메로는 회사의 첫 의료로봇이었던 만큼 첫 판매가 이뤄지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다. 2016년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 이후 회사는 실제 로봇을 사용할 의사들에게 피드백을 구해 제품을 개선, 2020년 국내 첫 판매라는 성과를 냈다. 이후에도 의료진의 피드백과 이를 반영하는 작업이 지속적으로 이뤄져 마침내 탄생한 것이 지니언트 크래니얼이다.
고영이 이제까지 개발해 온 반도체 검사장비와 달리, 의료로봇에서는 속도나 생산성보다 안전성이 가장 중요하다. 이에 따라 고영은 사용자 편의성과 안전성을 높이는 데 집중하며 제품을 개선해왔다. 지니언트 크래니얼은 이전 모델인 카이메로에 비해 정확도와 사용 편의성이 크게 향상됐다. 소형화된 시스템 설계를 통해 수술 환경을 최적화했고, 직관적인 인터페이스와 기능 개선을 통해 사용자 경험도 강화됐다.
박 본부장은 “수술 중 환자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장치를 다수 탑재했고, 그 결과 지니언트 크래니얼은 카이메로보다 한층 진화한 제품이 됐다”며 “기존에 카이메로를 사용 중인 국내 병원들에서도 추가로 지니언트 크래니얼 도입에 대한 문의가 이어지는 등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카이메로는 이전까지 각각 따로 존재하던 3차원(3D) 센서와 로봇, 소프트웨어를 하나로 만든 의료로봇이다. 고영은 센서와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모두를 설계하기 때문에 각각 다른 회사에서 만든 의료로봇을 함께 작동시키는 것보다 제품 최적화가 용이하다고 강조한다. 단 1㎜의 오차로 수술의 성패가 갈리는 뇌 수술에서 오차범위를 최소화하는 데 적합하다는 것이다.
카이메로는 허가 이후 지난 5년간 국내에서 총 10대가 판매됐다. 업계에서는 미국과 일본에서의 판매가 개시될 올해에는 최소 10대, 최대 20대의 뇌 수술 로봇 판매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나은경 (eee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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