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TV 이지효 기자]
<앵커>
다음 주부터 공매도가 전면 재개됩니다. 1년 5개월여 만인데요.
1주당 100만원이 넘는 '황제주' 등극이 유력한 삼양식품이 공매도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과연 맞는 얘기인지 취재 기자와 알아 보겠습니다. 산업부 이지효 기자 나와 있습니다.
이 기자, 삼양식품이 공매도가 유입될 가능성이 왜 높은 겁니까?
<기자>
한국투자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과거 사례를 보면 공매도 재개 직후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높은 차익 실현 매물이 출회됐다"고 분석했는데요.
PBR은 쉽게 말해서 주가가 기업의 가치에 비해서 어떤 상태인지를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1배보다 높으면 고평가 됐다, 1배보다 낲으면 저평가 됐다고 판단합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삼양식품의 PBR은 7배입니다. 단적으로 같은 라면을 파는 업체인 농심의 PBR이 0.83배인데요.
식품 업종과 비교해도 삼양식품의 PBR은 1,151%나 높습니다.
공매도는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는 주식을 빌려서 판 뒤에,
주가가 내려가면 싼 가격에 다시 사들여서 빌린 주식을 갚는 거래 방식입니다.
더 떨어질 곳이 없는 종목보다 시장에서 주가가 높게 평가되는 종목이 아무래도 하락할 가능성이 크겠죠.
그래서 PBR이 높은 삼양식품이 공매도의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겁니다.
<앵커>
주당 95만8,000원까지 찍으면서 황제주 가능성을 키웠는데요.
공매도 재개에 대한 우려 때문인지 조금 주춤한 모습입니다.
<기자>
공매도는 개인 투자자보다는 외국이나 기관에게 유리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정보력에서 개인보다 우위에 있기 때문인데요.
실제로 19일부터 거래된 것을 확인해보니까요.
기관은 19일부터 전날인 27일까지 단 하루를 제외하고 삼양식품을 팔고 있었는데요.
순매도한 금액이 총 357억9,107만1,000원이었습니다.
이 기간 개인은 기관이 판 물량을 사들이고 있었는데요. 순매수 금액이 총 313억4,827만2,000원이니 기관이 매도한 것과 비슷한 규모죠.
한 운용 업계 관계자는 "펀드 매니저가 공매도 종목을 찾을 때 밸류에이션부터 들여다 볼 것"이라고 전하기도 했는데요.
밸류에이션을 체크하는 방법에는 좀 전에 말씀드린 PBR도 있지만,
직관적으로는 주가가 단기간에 오른 경우에도 밸류에이션 부담이 있다고 판단합니다.
삼양식품은 최근 1년새 주가가 300% 가까이 상승했죠.
최근 기관의 매도는 일단은 공매도 재개 직전에 차익을 실현하고 향후를 도모하자는 행보로 풀이됩니다.
개인은 '좀더 지켜보자'는 쪽에 가깝고요.
<앵커>
공매도가 재개되면 삼양식품이 떨어지는 것은 확실하다고 봐야 합니까?
<기자>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애매한 답변을 드려야할 것 같은데요.
투자에 있어서 통상 성장성을 우선시하면 고PBR주를, 성장성 보다는 안전마진이 확보됐는 지를 보면 저PBR주를 선택한다고 하죠.
PBR이 높은 삼양식품이 더 성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보이면,
공매도에도 오히려 자금이 유입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양식품을 커버하는 국내 14개 증권사는 삼양식품의 적정 주가를 105만3,154원으로 보고 있습니다.
키움증권과 한화투자증권은 120만원을 제시했고, 반대로 KB증권은 88만원이 적정하다고 분석했는데요.
앞으로 큰 폭은 아니더라도 황제주까지의 상승 여력은 있다, 컨센서스로는 이렇게 판단하고 있었습니다.
<앵커>
삼양식품이 오른다는 건 앞으로 더 성장한다는 건데요.
증권사가 이렇게 판단하는 구체적인 근거는 있습니까?
<기자>
기업의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가 영업이익률입니다.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의 비율이죠.
삼양식품의 영업이익률은 19.94%로 업계 최고 수준입니다. 농심이 지난해 4.7%를 기록했으니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이러한 차이는 삼양식품의 수출 중심의 구조에서 나옵니다.
지난해 삼양식품의 해외 매출은 전년보다 65% 증기한 1조3,359억원을 기록했습니다.
북미와 유럽 등을 포함해 약 90개국에 수출 중인데, 삼양식품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77%입니다.
국내에서는 정부가 판매가를 규제하기도 합니다. 윤석열 정부 역시 2023년 그런 사례가 있고요.
다만 해외는 이런 통제가 없기 때문에 불닭볶음면 같은 인기 제품만 있으면 충분한 이익을 낼 수 있습니다.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은 국내 이마트 몰에서 5봉에 5,100원에 팔리는데,
미국 아마존에서는 7.29달러에서 9달러, 우리 돈으로 1만원이 넘습니다.
수출에 필요한 물류비 등을 상쇄하고도 남는 장사인 거죠.
그래서인지 국내에서 농심이나 오뚜기가 라면 가격을 올렸는데도 삼양식품만은 동결하기로 했죠.
"불닭볶음면 이외에 특출난 제품이 없는 게 한계"라는 의구심이 있지만,
삼양식품은 소스 등 불닭시리즈로 제품을 다각화해 수익성을 계속 확보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물론 공매도가 재개되면 일시적으로 일부 상승폭을 되돌릴 수도 있겠습니다만,
증권가에서는 "현재 상황에서도 다운사이드 리스크(하락 위험)보다 추가 상승 여력이 크다"고 예상합니다.
<앵커>
이 기자, 잘 들었습니다.
이지효 기자 jhlee@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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