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장시간 달릴 수 있는 건 유전자 돌연변이의 영향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말은 훌륭한 엘리트 운동선수다. 질주 시 건강한 사람보다 kg당 2배 많은 산소를 활용할 수 있다. 말이 우수한 산소 대사 능력을 가진 이유가 확인됐다.
엘리아 듀 미국 존스홉킨스대 의대 교수 연구팀은 말이 뛰어난 운동 능력을 가지게 된 이유를 분자 수준에서 확인하고 연구 결과를 28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운동을 할 때는 근육에 힘을 공급하는 주요 에너지원인 아데노신 3인산(ATP)이 쓰인다. 산소는 ATP가 효율적으로 생산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말은 산소를 많이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ATP를 재빨리 축적할 수 있다. 문제는 산소를 많이 소비할수록 더 많은 ‘활성산소’가 부산물로 생긴다는 점이다.
과학자들은 말이 유해한 부산물인 활성산소가 생성되는 것을 극복하고 뛰어난 지구력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에 관심을 갖고 있다. 연구팀은 말이 안전하게 많은 양의 ATP를 생산할 수 있는 이유가 특정 돌연변이와 연관이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 ‘KEAP1’이라는 단백질을 암호화하는 유전자에서 발생한 돌연변이다.
말의 KEAP1 유전자에는 단백질 합성 시 합성을 멈추라는 신호인 종결코돈(UGA)이 포함돼 있다. 그런데 말에서는 종결코돈이 시스테인으로 해석되는 돌연변이가 일어났다. 단백질 합성이 중단되지 않고 지속해서 일어난다는 것이다.
종결코돈을 넘어 단백질 합성이 계속 이뤄지는 현상을 ‘종결코돈 리드스루(SCR)’라고 한다. 이 현상은 바이러스에서는 흔하지만 다세포 생물에서는 드물다.
시스테인에는 황 원자가 포함돼 있다. 연구팀은 황 원자는 활성산소와 반응하고 세포의 항산화 능력을 높이는 단백질인 NRF2의 활성도를 향상시킨다는 점을 확인했다. NRF2의 활성도가 높아지면 ATP 생산이 촉진되고 활성산소가 일으키는 산화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성이 높아진다.
말은 종결코돈이 시스테인으로 인식되는 돌연변이로 인해 빠르게 에너지를 공급받을 수 있고 활성산소로 인한 세포 손상 또한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유전자 돌연변이로 인해 말은 지구력을 유지할 수 있다.
연구팀은 “바이러스에서 주로 관찰되던 종결코돈 리드스루가 척추동물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며 “이번 발견은 인간의 대사질환 치료, 운동 능력 향상 등의 전략을 개발하는 데도 통찰력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참고 자료>
doi.org/10.1126/science.adr8589
[문세영 기자 moon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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